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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2명 중 1명의 장래희망은 연예인이라고 한다. 연예인을 꿈꾸는 2명 중 1명의 꿈은 뮤지컬 연출, 배우다. 뮤지컬 '햄릿(월드버전)''삼총사''살인마잭'등의 인기 연출가인 왕용범 교수와 연극 '낮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더 플레이''풋루스' 등의 히로인 서지영 교수에게 뮤지컬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한국 뮤지컬은 아시아 뮤지컬의 허브
왕용범·서지영 두 사람은 뮤지컬계의 미다스이기 이전에 서울종합예술학교 뮤지컬예술학부 교수로 국내 최초의 뮤지컬 교수 부부다. 학교에서 만난 두 사람은 뮤지컬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반갑다고 한다. 서 교수의 말이다.
"제가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 한국은 뮤지컬의 불모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죠. 브로드웨이보다 더 많은 뮤지컬들이 무대 위에 오르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국내 뮤지컬 배우들은 베스트로 꼽히니까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경우 공연을 보기 위해 외국관객들이 한국을 찾을 정도다. 또 뮤지컬 '드림걸스' 처럼 한국에서 시작해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왕 교수는 "전 세계 뮤지컬계에서 한국시장을 기이하게 볼 정도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다양하게 전 세계 뮤지컬을 다루진 못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체코를 비롯해 전세계 각지의 희귀한 뮤지컬까지도 무대에 올린다.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다"고 했다. -
뮤지컬 연출과 배우 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시작은 배우에서부터 비롯된다. 왕 교수 역시 배우를 꿈꾸다 연출의 매력에 빠진 케이스다. 왕 교수의 말이다.
"뮤지컬 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배우죠. 뮤지컬 스태프 중에 배우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뮤지컬 배우에 반해 뮤지컬을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배우로써의 역량이 없다고 쉽게 뮤지컬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 교수는 뮤지컬 배우의 꿈은 있지만 재능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욕심껏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는 뮤지컬이란 세계 속에서 뮤지컬을 즐기는 방법을 찾길 권했다. 서 교수는 "제자 중에 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고 뮤지컬 무대의상 공부를 하는 학생이 있다. 반드시 배우만이 뮤지컬을 사랑하는 법은 아니다. 뮤지컬 자체를 사랑한다면 그 속에서 나에게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다. 너무 배우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넓게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한 뮤지컬 배우의 꿈은 있지만 자질이 부족한 아이를 둔 부모라면 무조건 안 된다고 반대하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음악이나 무용 등을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서 교수의 말이다.
"무조건 반대하면 반항하고 싶은 게 사람마음이죠. 관심분야 속에서 적성을 찾을 수있도록 돕는게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연을 보면서 배우에 집중해 있는 아이의 시선을 조금씩 돌려주세요. 조명, 무대의상, 음향, 무대디자인, 안무, 작곡, 연출 등 뮤지컬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조금씩 보여주시고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면 아이도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무리해서 속성반 입시 치르고 대학 입학? 글쎄
"연출이라고 하면 영화, 드라마 연출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분명하게 다른 분야입니다. 뮤지컬 연출은 춤, 음악, 미술, 연기를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때때로 영화 연출과 뮤지컬 연출 사이에서 고민하는 친구들을 봐요. 그런 경우 더욱 신중하라고 조언하죠." 하지만, 왕 교수는 뮤지컬 배우와 뮤지컬 연출을 따로 가르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연기를 알아야 연출이 가능하고 연출을 알아야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출과 연기는 뮤지컬 연기를 창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왕 교수는 "분명하게 꿈을 갖고 있다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와 연출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대학입학 후 경험해 보고 공부해 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에 대한 꿈을 갖는 경우라면 무용, 음악, 연기 중 한 가지는 배워두는 것이 좋다. 서 교수는 무용과 음악 두 가지 중 하나는 취미 차원으로라도 배워두길 권했다. 서 교수의 말이다. "뮤지컬에서 무용과 음악은 뗄 수 없는 장르죠. 어려서부터 발레, 재즈댄스, 스포츠댄스 등을 배워두면 큰 도움이 돼요. 음악도 한 가지 장르를 정해 취미처럼 즐겨보세요. 그런 부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표출되거든요. 요즘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6개월, 1년 만에 입시용 음악을 외워서 시험 보는 학생들이 많아요. 이럴 경우 무리하게 트레이닝을 하게 돼 성대를 상하거나 잘못된 습관을 갖기도 해요. 뭐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죠."
뮤지컬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만큼 노력이 따르고 준비가 따르는 일이다. 왕 교수의 말이다.
"당장 공부하는 게 싫어서 화려함과 재밌을 것 같아서 뮤지컬을 택하는 청소년들도 있어요. 하지만, 뮤지컬은 재능만으로 되는 것도,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뮤지컬을 포함한 연예계는 1000명 중 10명 안에 들어야 대중들이 인식을 합니다. 하지만 그 10명안에 들기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죠.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열망과 열정, 남보다 수백 배의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각오, 그럼에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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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탐색] "춤·음악·미술·연출 등뮤지컬 속 세계는 넓죠"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뮤지컬 연출가·배우
뮤지컬 연출가 왕용범·배우 서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