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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승무원). 전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항공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직업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대개 공채모집마다 수만 명이 몰려 200~300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다. 요즘은 남자 승무원(스튜어드)도 인기. 여성 못지않은 입사경쟁률을 자랑한다. 고수익은 기본이고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베테랑 승무원 윤성온(36) 과장과 김수연(29) 사원은 "많은 사람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실제는 화려하거나 그리 만만하지도 않은 직업이다. 남모를 애환이 많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 다시 태어나도 반드시 승무원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관건
올해로 10년차인 윤 과장과 6년차인 김 사원은 모두 뒤늦게 승무원을 꿈꾼 경우다. 경희대 섬유공학과를 나온 윤 과장은 대학 재학 시절까지만 해도 공학계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였다. 졸업 직전 인턴을 했던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직접 일을 해보니 이공계열 분야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 그러다 그의 눈에 우연히 들어온 직업이 바로 승무원이었다. 그의 얘기다.
"친누나가 승무원을 희망했는데, 입사시험을 보고 와서는 오히려 제게 추천하더군요. 잘 웃고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제 성격이 승무원과 맞는다고 얘기해줬어요. 그 후 주인공 직업이 승무원인 '짝'이라는 TV 드라마를 봤는데, 묘사된 승무원의 모습을 보면서 저랑 맞겠다고 확신이 섰어요"
그가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스튜어드는 낯선 직업이었다.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오히려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거 항공사의 꽃을 스튜어디스라고 했잖아요. 승무원은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남자 승무원의 서비스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죠.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승무원은 약 3000명으로 스튜어드는 200명 정도에요. 분명히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인원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
김 사원 역시 대학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승무원을 준비했다. 국민대 사회학과를 나온 그녀는 졸업을 앞두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곰곰이 되짚어봤다. 늘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배려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에 맞는 직업은 승무원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윤 과장님과 저는 모두 한 번에 입사했어요. 재수, 삼수가 빈번한데 운이 좋았지요. 항공운항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일찍부터 입사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죠. 늘 승객을 대하는 서비스 직종에서 그것보다 중요한 자질은 없거든요."
승무원 채용 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차 서류절차를 거쳐 2번의 걸친 면접전형, 체력검사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합격이 된 이후 받는 교육기간 동안에도 평가는 계속 이어진다. 김 사원은 취업 준비기간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모여 면접스터디를 하고 틈날 때마다 체력검사를 대비해 수영 등 각종 운동을 배웠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면접준비에 최선을 다한 경우다.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 그는 특전사를 나오고 검도 2단의 유단자다. 그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남들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는 외국어 회화 실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 사원의 얘기다.
"요즘 비행을 나가면 외국인 승객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느껴요. 승무원의 서비스로 해당 국가의 인상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선 승무원은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한다고 할 수 있죠. 그만큼 외국인 승객과의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요.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영어 실력은 토익 점수로 대체했지만, 요즘은 영어 면접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영어는 기본이고 제2, 3외국어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죠."
◆승무원에 관한 오해와 진실.
승무원만큼 뭇사람들의 선입견이 많은 직업이 또 있을까. 대중들의 높은 관심만큼 굴절된 선입견도 널리 퍼진 것이 사실이다. 두 사람에게 승무원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첫째, 승무원은 무조건 예쁘고, 잘생겨야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김 사원은 "이왕이면 외모가 수려하면 좋겠지만, 이목구비의 조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상이다"고 단언했다. 주변 선후배들을 보면 인상이 좋은 사람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단다. 그녀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인상도 좋아진다. 선천적인 외형 조건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한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신체적인 조건에서는 얼굴보다는 체력을 강조했다. 김 사원은 "장거리 비행의 경우 10시간 이상 서서 버텨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거운 짐도 들어야 한다. 시차적응, 극도로 건조한 기내습도, 귀가 울릴 정도의 기내소음 등 건강을 해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둘째, 승무원은 항공관련 학과를 나와야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가 정답이다. 윤 과장은 "주변에 동료를 보면 어릴 때부터 승무원을 꿈꿔 항공운항과에 진학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한 친구들도 많다. 다만 항공운항과를 나오면 사전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사원의 얘기다. "요즘 승무원이 워낙 인기직업이라 어떻게 하면 승무원이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아카데미가 있을 정도죠. 저는 정답은 없다고 말해줘요.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주변에서 봤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된다, 안 된다는 '~카더라'에 의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셋째, 승무원은 생명력이 짧다? 아니다가 정답이다. 김 사원은 "산전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여성을 위한 사내복지정책이 잘 돼 있기 때문에 결혼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단,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직 동안 본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수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어학 공부를 하며 스스로 치열해져야 한다. 윤 과장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1년간 영국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했다. 요즘은 동료에게 와인 소믈리에 교육도 한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다른 항공사에서도 학력제한, 나이제한, 신체조건 제한을 없애는 추세다. 지원의 기회가 많아진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승무원은 편할 것이라고 만만히 봐서는 곤란하다"고 귀띔했다.
[진로탐색] 항공기 승무원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외모보다 체력이 중요… 영어 회화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