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탐색] 영어 철저히 준비… "섬세한 여성의 도전도 많았으면"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기사입력 2010.04.05 02:48

항공기 조종사

  • '하늘을 나는 것'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선망이다. 이것을 현실 가능하도록 옮겨 놓은 직업인 항공기 조종사는 그래서 늘 인기가 높다. 한때는 금녀(禁女)의 벽이었지만 요즘은 여성들의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한 직업인 만큼 입사 관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한항공 737 항공기 최상현 부기장, 330 항공기 홍은정 부기장을 만나 항공기 조종사의 세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대한항공 최상현(좌) 부기장과 홍은정(우) 부기장은 항공기 조종사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ho@chosun.com
    ▲ 대한항공 최상현(좌) 부기장과 홍은정(우) 부기장은 항공기 조종사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ho@chosun.com
    다양해진 채용경로

    최상현 부기장은 어릴 때부터 줄곧 꿈이 항공기 조종사였다. 초등학생 때 우연히 전투기를 본 뒤 직접 비행기를 조종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학창시절 내내 변치 않았던 그 꿈은 대학입학을 앞두고 난관에 부딪힌다. 입학을 희망하던 공군사관학교에 낙방했던 것. 그러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미국에 있는 항공대를 알게 된 그는 즉시 유학 준비를 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엠블리리드 항공대 운항과에 입학해 4년간 학과 공부에 매진한것은 물론이고 비행 교관으로 활동하며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재학 당시 취득한 비행면장과 비행경력을 인정받아 2005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요즘은 저처럼 외국의 비행학교 등에서 비행면장을 따 조종사의 꿈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요. 해당 시간 이상의 비행기록과 비행면장을 취득하면 가능하죠."

    국내 민간항공사의 내국인 조종사 채용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공군사관학교 등을 포함한 군 출신 경력자와 항공대 운항학과 출신, 항공사 자체 양성 인력 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에서 조종사 면장을 취득한 후 일정 시간 이상 비행경력을 쌓아 입사하는 민경력 조종사를 비롯해 국내 항공운항과 입학 정원의 확대, 정부가 지원하는 비행교육 시설 신설 등 민항기 조종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경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홍은정 부기장은 항공대 항공운항과에 입학해 대한항공과 항공대가 운영하는 민간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인 민간 항공기 조종사 교육과정(APP·Airline Pilot Program)에 뽑혀 항공기 조종사의 꿈을 이룬 경우다.

    "특채형식으로 조기 선발한 비행교육원에 뽑혔다고 쉽게 입사한 것은 아니에요. 8개월간에 걸쳐 항공대 캠퍼스, 미국 플로리다 비행학교, 제주 비행훈련원 등지에서 기초항공지식, 비행훈련, 제트기 교육 등 살벌한 교육 과정을 버텨야 했죠. 12명이 뽑혔는데 9명만 살아남았어요"

    여자라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홍 부기장은 "아직도 사회적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입사할 때 체력시험도 더 까다롭고 일하는 중간에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마음고생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한항공에는 홍 부기장을 포함해 기장 3명, 부기장 2명 등 총 5명의 여성 조종사가 소속돼 있다. 하지만 그는 "선입견은 선입견일 뿐 여자라서 기술적으로 못하는 임무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여성이라서 섬세한 운항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자신 있게 도전하면 못 넘을 어려움은 없어요."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군이나 해외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경력자는 비행시간과 경력을 인정 받아야한다. 면접과 영어시험 신체검사를 거치게 되고, 운항훈련생으로 입사하려면 영어시험과 영어인터뷰, 일반 적성검사와 비행 적성검사, 신체검사와 면접을 치른다. 신체조건이 중요한 직업인 만큼 신체검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이상 없이 생활이 가능하더라도 비행에서는 민감해질 부분까지 미리 검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결같이 관련 분야의 학과적 지식 못지않게 영어 능력을 강조했다. 최 부기장은 "점점 더 외국인 항공기 조종사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관제탑과의 의사소통시 모두 영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은 필수다. 회화능력은 물론이고 독해, 작문 능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입사하기는 까다롭지만 입사하고 나서는 좀 수월해진다. 조종사는 부기장과 기장 두 단계만 존재하는데 안전비행을 하는데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한 일정 비행경력만 넘으면 기장으로 진급할 수 있다. 또한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에 정년을 만 60세에서 63세로 연장했다. 홍 부기장의 말이다.

    "조종사의 전망은 밝다고 확신해요. 비행스케줄만 유동적으로 조절하면 자기 시간도 확보할 수 있고 연봉도 높은 편이라는 장점도 있죠.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인 만큼 자기 자신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전제 조건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