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로 본 논술] 천안함 사건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기사입력 2010.06.17 02:59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의 정치적 해석

  • ◆천암함 사건에 대한 국제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

    천암함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여 만에 민군 합동조사단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침몰해역에서 수거된 어뢰부품, 선체의 변형, 관련자 진술, 사체 검안결과, 지진파 분석,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천암함은 절단되어 침몰되었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어뢰의 후부 추진체 내부에서 발견된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우리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또 다른 북한산 어뢰의 표기방법과 일치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적 연대를 위해 러시아중국의 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발표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의문점 제기

    의문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우선 야당 성향의 정치인들, 진보적 매체의 기자들, 군사적 전문지식을 갖췄다고 자인하는 네티즌들이다.

    먼저, 야당 추천 조사위원은 좌초 후에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어느 네티즌은 미군의 오폭에 의해 천암함이 폭발했다고 주장한다. 주한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이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것은 미군과의 관련성이 긴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함수와 함미가 분리된 모습을 보면 어뢰발사에 의해 버블젯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문제제기한다. 오히려 천암함 자체의 문제이거나 군함의 운용 미숙으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 또한, 어뢰 잔해에 1번이라고 쓴 한글 표기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북한은 '번'보다 '호'라는 명칭을 쓰고, 강력한 폭발이 있었는데 잔해는 부식이 되고 글씨만 부식이 안 된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다.

    ◆천암함 사건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

    우리나라에서 이념 분쟁은 그 어떤 논쟁보다 타협의 여지가 없어서 극도로 사회적 분열을 일으킨다.

    천암함 사건 발표 이후, 보수 세력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군사적으로 응징하자고 주장하고, 진보 세력은 공들여 쌓은 남북관계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야당은 무상급식 문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권 심판의 분위기를 이념 논쟁을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신속하면서도 격렬하게 대응했다.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있은 지 30분 뒤에 모든 것이 남한에 의해 날조됐다고 비난했다. 개성 공단에 있는 사업자들은 안전 문제를 보장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북한은 개성 공단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천암함 사건 발표로 남북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정부는 DMZ에서 대북방송을 재개할 것을 발표했고, 북한은 심리전이 실행되면 무력행위에 들어가겠다고 협박했다.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

    여론조사에 의하면 10명 중에 2명은 조사단의 결론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 첫째, 과학적 이유가 있다. 현행법과 국민들의 법감정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듯이 과학적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진 과학감정과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 광우병 사태에서 광우병 걸릴 확률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극도로 불안해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문제화된 과학적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 국민들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문제 상황이 던져지는 경우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군함과 잠수함, 어뢰 등은 평소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다. 천암한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국민들에게 다가와서 너무나 큰 정신적 상처와 안보 위기를 던져주고 있다.

    둘째, 정치적 이유가 있다. 정부의 과민 반응이 오히려 국민들을 자극한다. 정부 견해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조사발표와 다른 견해를 가진 전문가만이 아니라 네티즌들을 검찰은 공안사건으로 분류해 조사하고 있다. 이에 표현 및 언론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통제된 체제에서 정부의 합리적 설득 과정이 부족할수록 사람들은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호기심이 증폭하면서 음모론을 즐긴다.

    ◆음모론의 문제점과 사회적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가 미국의 자작극이고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미국의 아폴로 11호의 활동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는 미국인들이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과학기술 체계가 점점 발전하지만 음모론은 더 크고 다양한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현대사회에서 전개된다. 음모론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론 분열로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부가 국민적 의심을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해소해나가면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에 음모론에 대한 해명이 또 다른 음모를 낳는 구조가 되면 정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수 있다.

    미국베트남전에 참전하게 된 계기인 통킹만 사건의 진실이 미국 정부가 공개한 기록문서를 뉴욕타임스 기자가 분석하면서 진실이 밝혀졌다. 1898년에 프랑스 소설가 에밀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공개장을 통해 유태계 장교 드레퓌시에게 내려진 간첩 누명을 벗기는데 앞장섰다.

    정부나 특정 단체의 정보독점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가, 관련 용의자들에 대한 재판을 얼마나 공정하게 하는가,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는 성숙된 시민의식 등이 음모론이 사실, 혹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밝혀내는 동인이 되고 건강한 사회를 진단하는 척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