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다양성 보존의 날과 생명다양성의 해
1994년에 열린 제1차 생물다양성 보존협약 가입국 회의에서 1993년에 생물다양성 보존협약이 체결된 것을 기념해 생물다양성 보존의 날을 제정했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협약 발표일인 5월 22일에 행사를 치른다. UN은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으로 위협받는 생물 다양성의 손실 속도를 줄이고 인간의 삶 속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진 가치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고자 2010년을 생물다양성의 해로 정했다.
◆생물다양성의 다양한 가치
첫째, 생태학적 가치로 생물다양성은 모든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뿌리이다. 다양한 생물은 토양, 대기, 물, 기후를 조절하면서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백두산 호랑이가 백두대간에 존재하는가와 지리산 반달곰이 야생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은 결국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산에 가서 뱀을 만나면 징그럽거나 무서울 수는 있어도 생물다양성 입장에서 보면 그 지역이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해 먹이그물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둘째, 의학적 가치로 동·식물이 다양할수록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 미국에서 조제되는 약 처방의 4분의 1이 식물에서 추출되는 성분이 포함된다. 개발도상국 인구의 80%를 돌봐주는 의약품이 동·식물에서 추출된다. 동양 전통의약품은 5천종 이상의 동·식물이 사용된다. 또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알 수 없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가 멸종되는 동·식물에서 추출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경제학적 가치로 생물다양성은 경제 및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다. 문화제도나 사회구조는 생태적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언어·문화 다양성, 혹은 똘레랑스로 나타나는데 창의적 사유가 물씬 풍기는 콘텐츠로 활용돼 생산 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 2008년 유엔 생물다양성 국제회의에서 생물종 보호 실패로 연간 780억달러의 손실이 있다고 보고됐다.
◆생물다양성의 훼손 이유와 보존 방향
지난 30년 동안 인간이 발견한 생물종의 개체수와 서식지 40%가 사라졌다. 20분에 한 종, 즉 1년에 26,000여종이 사라지고 있다. 생물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런 진화의 모습이나, 현재 멸종 속도는 자연적 속도의 백 배 내지 천 배가 된다. 생태학자들은 지구 역사상 생물학적 다양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인류가 출현했고, 인류의 활동이 시작된 이후로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환경오염이 국제적 규모로 발생하고, 생물에서 뽑아낸 생산물이 국제적으로 거래되면서 생물종이 많이 파괴된다. 생물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은 국경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래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다국적 조약이 계속적으로 체결되고 있다. 습지를 보존하기 위한 람사르 조약,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적 거래를 규제하는 위싱턴 조약 등이 있다.
◆생물다양성 보존과 불교의 공(空) 사상
2010년 생물다양성의 해의 표어는 '생물다양성은 생명,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이다. 인간은 여기서 말하는 생명의 극히 일부분이다.
도덕이나 윤리 관련 교과서에서 생명에 대한 불교의 관점은 '우주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표현된다. 불교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며 서로 의존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연기(緣起)'라고 한다. 즉,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면 이것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그것들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고 영향을 끼치며 상호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를 한 마디로 '공(空)'사상이라고 부른다. 베트남의 선불교의 선사이자 시인인 틱낙한은 "이 종이 안에 구름이 떠다니고 있다. 구름이 없다면 비도 내리지 않을 것이며, 비가 없다면 나무들이 자랄 수 없다. 그리고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얇은 종이 한 장이 우주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세상은 칼로 도려내어 사물 하나하나가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다고 본다.
19세기 중엽, 미국의 시애틀 인디언 추장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팔라는 백인들의 요구에 대해 "나무속을 흐르는 수액은 우리 몸을 흐르는 피와 같다. 우리는 이 땅의 한 부분이며 이 땅도 우리들의 일부이다. 꽃은 우리들의 자매이다. 곰, 사슴,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들의 형제들이다"라고 연설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대립적 관계로 파악하여 자연을 통제하고자 했던 데카르트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는 속도를 높였다면, 불교나 인디언의 사유 방식은 그 속도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할 것을 요구한다.
[시사 이슈로 본 논술] 생물다양성은 생명,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
인간도 자연의 일부… 통제하려는 생각 버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