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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의원 홈페이지에 교원명단 공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전교조와 교총 등에 소속된 교원 명단 22여만 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전교조는 명단 공개에 따른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및 고발을 검토 중이다. 교총은 명단 공개는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고, 피해나 부작용이 생기면 법적 판단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진보계열의 단체에서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고, 교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발표했다. 반면에 보수계열의 단체에서는 공개는 당연하고, 이 정보를 통해 교원평가에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서로 다른 차원의 법적 소송이지만 명단 공개를 둘러싼 두 법원의 판결이 서로 엇갈리면서 법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교조가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조전혁 의원에게 전교조 명단을 제출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전교조가 조전혁 의원의 명단 공개를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
◆명단 공개 찬성: "교육 수요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결정은 국회의 입법기능을 철저히 무시한 판결이다. 국회의원은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감시와 입법 활동을 위해 국민이 직접 뽑아준 직책이다. 그런 만큼 국회의원이 활동 중에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서 면책특권이 허용된다. 경제에서는 생산자 중심의 공급 구조가 소비자 중심의 수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교육에서도 공급자인 학교와 교원은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 수요자들은 교사의 수업 활동만이 아니라, 교사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주는 교원 단체 가입 여부 등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궁금해 한다. 교원 단체의 명단이 공개되자 10만 명 정도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다운됐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학교는 배움을 통해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인성을 기르고 사회나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는 곳이다. 특정 교원단체에 속한 교원들은 그동안 정치적 활동을 공공연히 해오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교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달라지고, 학생의 가치관이 편향될 수 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지역 사회가 교사들의 수업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는데 명단 공개는 주요한 정보가 된다.
◆명단 공개 반대: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이다."
개인의 자유가 무한정 보장될 수 없듯이 국가 권력도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 아무리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국가 권력이 개인의 존엄성을 함부로 침해할 수는 없다. 사회·제도적 측면에서 국가 권력이 행사되는 범위와 한계를 법에 명확히 설정해줌으로써 국가 권력의 남용을 막는다. 헌법 제10조에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권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부모의 학습권이나 교육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교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교원 및 그들이 속한 노조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법원 판단을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불법적으로 어김으로써 교사의 사생활 및 프라이버시가 심각히 침해되었다. 교원 명단이 발표된 이후 특정 노조에 가입되는 것이 억제된다면 이는 헌법상 권리인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교에서의 수업, 생활지도 등 전반적인 활동을 통해 평가받아야지 특정 교원 단체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오히려 이념적인 마녀 사냥으로 훌륭한 교사를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 있다.
◆논쟁의 한국적 맥락
교원 단체 명단 공개를 둘러싼 논쟁이 부각되는 이유는 한국적 상황이 독특한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단체 가입을 마치 좌파, 혹은 진보 성향의 교사, 아니면 우파, 혹은 보수 성향의 교사라고 낙인찍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보수 성향의 단체에 가입되었다고 해서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교사라고 속단할 수 없고, 진보 성향의 단체에 가입된 교사가 학생들의 진보적인 활동을 비판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가 있다. 더군다나 조전혁 의원이 뉴라이트 계열의 교육 단체의 상임대표를 역임하고, 특정 교원 단체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제목으로 책을 쓰기도 했었다. 한국의 정치적·이념적 논쟁의 토대와 명단을 공개한 국회의원의 개인 이력으로 본다면 이번 공개는 단순한 공개가 아니라는 것을 분석할 수 있다. 더욱이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논쟁이 국민의 지지를 받게 돼서 이슈를 교원단체 문제로 전환하기 위해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고 야당에서는 주장한다.
◆쉽게 답할 수 없는 또 다른 교육 논쟁
첨가로, 이번 논쟁을 바탕으로 교육에 있어 근본적인 논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예를 들어, 특정 노조 소속 여부가 교실 수업의 내용을 편향되게 할 가능성이 높은가? 다시 말하면,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학생들에게 얼마만큼 전달되는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진보 성향의 수학 교사가 삼각함수에 대해 수업하는 과정에 학생들에게 교사의 정치적 태도가 자연스레 전해지는가? 혹은, 어떤 사상이나 의식을 주입한다고 해서 피교육자들이 의도대로 의식화되는가? 교육자의 자질을 특정 단체의 가입 여부로 판단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교사나 공무원은 노조 가입 및 활동이 과연 정당한가? 정치적 동물인 인간이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등 어떤 주제를 택하더라도 쉽게 판단내릴 수 없는 주제들이다.
[시사이슈로 본 논술] 전교조 명단 공개, 알 권리일까 인권 침해일까?
교원단체명단 공개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