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돕는이 한권의 책] 따뜻한 자본주의 만드는 한국의 보노보들 만나다
허병두 숭문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기사입력 2010.04.22 02:46

한국의 보노보들
안치용 외 공저/ 부키

  • '사회적 기업'은 요즘 뜨는 새로운 개념의 기업이다. 문자 그대로 사회적 책임, 이를테면 취약계층 보호나 복지를 개선하고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한국의 보노보들'은 우리 사회에 점차 확산되는 사회적 기업들을 취재한 신문특집물을 묶은 책이다. 취재 역시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 소속 대학생들이 맡아 사회적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함께일하는재단과 사회투자지원재단, 신문사와 회계법인 등이 모두 어깨를 걸고 참여했다. 참고로 '보노보'는 탐욕과 경쟁에 빠진 침팬지와는 달리 협력과 상생을 중시하는 특별한 영장류로,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보는 시각을 바꿔주는 유력한 방증으로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다.

    책장을 펼치면 크게 여섯 갈래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보노보들이 소개된다. ▲이웃과 나누는 보노보들, ▲환경을 생각하는 보노보들, ▲문화로 소통하는 보노보들, ▲노동에 가치를 더하는 보노보들, ▲참살이를 실천하는 보노보들, ▲장애인과 함께하는 보노보들 등. 여기에서 소개하는 36개 사회적 기업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연스럽게 사색하게 된다. 아울러 사회적 기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며 이들의 보람과 애환은 무엇인지, 전망은 어떠한지, 보노보로 나서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현장 중심의 생생한 증언을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들은 여전히 아쉽고 안타까워한다. 수많은 사회적 기업가를 키우는 미국과 달리 "우리 사회는 신뢰자본을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으며, 또한 사회변동의 최전선에 서게 될 도덕성을 갖춘 사회적 기업가들을 충분한 숫자만큼 키우지 못했다(앞의 책, 8쪽)"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의 필자들은 사회적 기업이란 희망이 너무나 빨리 부각되면서 그 개념과 역할이 일부 뒤섞이고 혼란스러워졌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이를테면 정부가 주도하는 미소금융사업, 즉 제도권 금융 이용이 곤란한 사람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소액의 돈을 빌려주는 사업(Micro Credit)만 해도 과연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 저자들은 그 근거로 미소금융에는 사회적 기업의 핵심자본인 '신뢰'가 없으며, '도덕적 우월성'이라는 사회적 기업가로서 핵심 자질 또한 찾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기존의 자본주의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추구에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이런 관점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요즘 꽤 익숙해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당연히 성격이 다르다. 다시 말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이윤을 철저히 추구하되 그 과정과 성과를 관련/이해 당사자들에게 배려해주는 식이라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식이다. 물론 이들 모두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돈이 아닌 인간과 사회를 존중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주로 복지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의 등장은 그 긍정적인 지향점이나 성취와는 무관하게 철학적인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시장 가치에 대한 비(非) 시장 가치의 완패라는 시각이 있다. 사회적 목적을 구현할 때조차 시장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사회적 가치가 허약해졌다는 징표로 읽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현상을 정반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시장에 사회적 가치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자정과 완결의 순환 구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파악하기도 하는 것이다." (앞의 책, 13쪽)

  • 허병두 숭문고 교사
    ▲ 허병두 숭문고 교사
    이런 대목을 읽고 나서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으나 자신의 관점으로 자세히 풀어낼 수 없다면 곤란하다. 다소 막연하고 힘들더라도 시간을 두고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골라 곱씹어 보자. 시장 가치와 비(非) 시장 가치란 무엇인가. 사회적 가치가 허약해졌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자정과 완결의 순환 구조란 어느 현상과 상황, 실체를 파악할 때 적용하면 좋은 사고의 틀인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동물학자인 저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보노보(살아가기 함께 행복하게)'(프란스 드 발/새물결), '내 안의 유인원- 영장류를 통해 바라본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인간의 초상'(프란스 드 발/김영사), 그리고 이를 인간 사회에 대입시켜 서술한 '보노보 혁명-제4섹터, 사회적 기업가의 아름다운 반란'(유병선/부키), '보노보 찬가-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조국/생각의나무) 등의 책을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