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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 행사
2010년 3월 22일은 제18회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그 해 유엔총회에서 물의 날을 제정했다. 지나가는 손님에게 밥은 못 줄지언정 물 한 바가지는 기꺼이 주는 게 물 인심이었는데 이제는 물 때문에 국가 간의 분쟁이 발생하고 아시아, 아프리카의 물 부족 국가에서는 물 한 모금 먹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에릭 오르세나는 〈물의 미래〉라는 책에서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물은 21세기의 권력으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을 두고 물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댐과 보 건설이 환경 재앙을 일으킬지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지 정치권에서 갑론을박 중이다. 공공재인 물의 사용에 대한 논쟁은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선택의 문제이면서도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존멸을 좌우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
◆세계와 한국의 물 현황
UN은 2025년 세계 물 부족 인구가 3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증가 및 경제 성장, 도시화 등으로 수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수질오염이 심화되면서 물의 가치가 중요해졌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물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물로 인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사해나 아랄해 등에서 관개용으로 물이 사용되거나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로 호수가 사라지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메콩강을 둘러싼 주변국은 물 사용권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일어나고 있고, 물 확보를 위해 국가의 모든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평균강수량이 1245mm로 세계 평균인 880mm의 1.4배가 되지만 효율적으로 물 관리를 못해서 물 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계절별,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심하고 65%에 이르는 산악지형이 가팔라서 한 번 내린 빗물은 저장되지 않고 순식간에 바다로 빠져나가버린다. 국가별수질지수에서는 우리나라가 8위에 해당되지만 2005년도 기준으로 1인당 재생가능수자원량은 북한(92위), 이라크(102위)의 뒤를 이어 128위에 해당된다.
◆가상수와 물 발자국
가상수(virtual water)는 1980년대에 런던대학교의 토니 앨런 교수가 만들어낸 개념으로 최근 물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어떤 제품이 생산될 때까지 소비되는 물의 총량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는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처럼 물 배출량을 의미하는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으로 설명할 수 있다. 1리터 우유를 마시는데 1천 리터의 물이 소비되고, 햄버거 1개를 먹는데 2500리터의 물이 소비되는 것을 안다면 물 절약의 중요성을 금새 깨달을 수 있다. 독일의 사회생태학연구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가상수 수입국 5위로 지구의 물을 소비해서 없애는 매우 큰 손이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어느 단체는 최근 물정보공개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의 한국전력, 삼성전자 등을 대상으로 기업의 물 정보를 조사 중이다. 기업의 물 사용에 대한 정보가 투자자들이 그 기업의 위험 및 기회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제공될 수 있다. 기후변화문제로 탄소배출권이 거래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물소비권이 거래될 날이 멀지 않았다.
◆물과 관련된 NGO단체의 봉사 활동 평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1달러면 한 명의 어린이에게 40일 동안 식수를 제공할 수 있다며 '1000원의 생명수'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단체가 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해 가난이 재생산되고 질병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가 물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종 재해가 발생했을 때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이들은 설사병, 콜레라, 말라리아 등 수인성 질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가족들의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학교에도 못 가고 하루 종일 물을 길어 나른다. 유니세프에서는 식수 정화제, 수동식펌프, 물탱크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970년대에 많은 NGO단체들이 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물을 파주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비소(원소기호 As로 독성이 있음)가 든 지하수 물을 먹다보니 암에 걸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우물을 파다보니 물의 고갈 속도가 더 빨라지고, 물이 오염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물을 얻기 위해 단순하게 봉사의 마음만 가지고 접근해서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물이 가진 생태적 특성을 자연과학적으로 최대한 고려하면서 도움을 줘야 한다.
◆하노이의 탑과 물의 다양한 가치 -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는 윤리학자 싱어(P.Singer)가 '하노이의 탑'이라는 게임을 통해 원반의 개수에 따라 다양한 윤리관을 설명한다. 제일 위의 원반인 이기적 관점에서 제일 밑의 원반인 전체론적 관점까지 총10개의 원반이 있다. 물을 이용해 자신의 갈증 해소와 돈벌이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폐수를 무단방류한다면 자기만 배려하는 '이기적 사고'이다.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에는 터키의 댐 건설에 따라 이라크와 시리아의 물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속한 국가 구성원만 배려하는 '국가 중심적 사고'이다. 최근 케냐에서는 물이 부족해지면서 작은 동물들이 많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먹이그물의 최종 단계에 속한 사자가 민가에 내려와 사람을 헤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동물들도 물이 없다면 고통을 느끼고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동물중심적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탑에서 가장 밑의 원반은 세계의 모든 존재들을 고려하는 '전체론적 사고'가 차지한다. 이런 사고는 돌멩이 하나, 모래 한 줌이 모든 생명과 이어지고 그 연결고리에 물이 항상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해 물이 가진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한다. 바로 이런 관점에 근거를 두면 배려의 범위가 가장 넓혀진 세계 윤리가 정립될 수 있다. 이는 물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 생명적 가치의 단계를 훨씬 뛰어 넘은 가치로 미래 세대까지 배려하고, 더 나아가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생태계 전체를 보전해야 할 책임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시사이슈로 본 논술] 세계 물의 날과 물의 다양한 가치
물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 넘어 '미래 세대'까지 배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