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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금메달 순위와 전체 메달 합계에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쇼트트랙에 한정됐던 메달 획득이 피겨스케이팅과 스피드스케이팅으로 확대됐다. 4인승 봅슬레이팀은 처음으로 출전해 결선에 오르는 등 종목도 예전에 비해 많이 다변화됐다. 내용면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1만m와 500m에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김연아는 영국 BBC방송으로부터 '경쟁자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괴물 같은 점수'라는 찬사를 받으며 피겨강국의 이미지를 한껏 높였다. 이번의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모두들 나름대로 메달을 딸 수밖에 없는 숱한 노력과 훈련이 있었고, 구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특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기초가 중요하다
태극기를 두르고 막춤을 추며 즐거워했던 모태범은 초등학교 때부터 훈련이 끝난 후 자신이 부족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2009년 1월 22일(목) 일기에는 '기초가 제일 중요하다'고 적혀 있다. 경쟁을 하다보면 해당 분야의 최고인 사람들이 보여주는 휘황찬란한 연기나 모습을 동경하며 그대로 따라하려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경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예제는 풀지 않고 어려운 응용문제만 가르치는 학원 수업에 충실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이치와 비슷하다. 기본 개념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는 응용 능력이 창의력을 키워주는 논리와 비슷하다. 경영의 기초, 통치의 기초, 예술의 기초 등 모든 분야에서 기본기에 충실할 때 최고의 전문가는 탄생한다.
◆자기 다짐은 자기 성취의 밑거름이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생역전'이라고 적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기를 써 온 그녀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꼭 국가대표가 되겠다' '정신 차리고 딴 생각 그만하고 집중해봐'라고 썼다. 모태범의 일기장에는 '명심하자' '성공하자'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늘 자기의 게으름을 다그치고 자신을 긍정하는 최면을 걸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꿈은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하고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7세기에 불교를 대중화한 원효는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대오각성한 후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고 인식하고서 화엄경의 중심사상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만들어냈다. -
◆꿈에 도전하는 역할 모델이 중요하다
이규혁은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 때부터 4번의 실패를 딛고 이번에 다시 도전했으나 메달 획득에 끝내 실패했다. 그는 자기는 실패했지만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은 성공했다며 위로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획득한 후배들은 '내 우상이자 너무나 감사한 선배'라며 이규혁 선배가 실패하면서도 도전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자신들의 성취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안 되는 것에 도전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그의 고백은 많은 분야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고시생, 취업준비생, 사업가 등을 위로했다. 오뚜기처럼 도전하고 실패의 아픔을 다스릴 줄 아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역할 모델이 된다. 이규혁이 있었기에 어린 빙상 선수들이 세계무대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다. 앞으로 박찬호 키즈, 박세리 키즈, 박태환 키즈, 박지성 키즈, 김연아 키즈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즐기는 자를 따라올 자 없다
논어의 옹야편에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라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대한민국의 물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과 국가를 위해 인생을 바쳤다.
반면에, 1988년 올림픽 전후에 태어난 G세대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세계인들과 함께 경쟁하며 즐겁게 생활한다. '해냈다는 생각에 속이 시원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김연아 선수에게 코치는 시합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 자체를 즐기라'는 조언을 했다. 동메달 딴 선수보다 은메달 딴 선수가 1등을 놓친 것에 대해 분하고 억울하여 시상대에서 표정이 밝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금메달을 예상했던 쇼트트랙 단체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은 태극기를 펼쳐놓고 팬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시상대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춤을 흉내 내며 자신들의 성취를 즐겼다.
◆동계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최고라는 이미지가 추락하고 대신 그 자리를 한국이 꿰어 찼다. 6번이나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14번이나 태극기가 시상대 위에서 펄럭였다. 이미지와 광고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주가는 상승의 기운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yuna spin'이라는 대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김연아는 피겨의 여왕에서 여신으로 등극하며 국가 브랜드를 최고로 높였다. 미국의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도 '김연아 연기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 한국의 기업들도 제품 판매가 원활해지고 브랜드도 상승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경제적 효과는 선수들의 선전으로 실업과 침체의 경제 상황 속에서 낙담하는 국민들을 위로하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희망을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굳이 1등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시사 이슈로 본 논술]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과와 그 교훈
역사를 새로 쓴 주역들의 교훈… '즐기는 자'가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