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논술] 뻔한 공식 깨는 프리퀄… 입체적 내면 묘사로 필연성 부각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기사입력 2009.07.23 06:39

과거 이야기 다룬 속편'프리퀄' 유행

  •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한장면
    ▲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한장면
    올해 개봉한 영화 '울버린'은 'X-맨' 시리즈의 속편이다. 대개 '속편'이라면, 우리는 원래 작품 혹은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내용의 후편을 '시퀄(Sequel)'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울버린'은 'X-맨' 이후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간상으로 보자면, 'X-맨' 보다 훨씬 이전인 셈이다. 이런 후편은 시퀄과 구분해 '프리퀄(prequel)'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왜 많은 영화들의 속편이 프리퀄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또 프리퀄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무엇일까?

  •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모두 전편에 이은 속편이라는 사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속편 모두가 시퀄이 아닌 프리퀄이라다는 점이다.

    '스타트랙-더 비기닝'은 제목처럼 '스타트랙'의 시작 지점으로 이야기의 시계를 돌렸고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도 '터미네이터 1편'의 이전, 즉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를 과거 시제인 1980년대로 보내기 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프리퀄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스타워즈'의 에피소드 시리즈를 통해서이다.

    시간상으로 먼저 선보였던 1, 2, 3편은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고아가 제다이가 되는 과정과 그가 다스 베이더와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 3편은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다스 베이더가 죽는 것으로 마감된다. 3편의 시리즈를 통해 루크 스카이워커는 악을 제거하고 우주의 평화를 구원한다.

    3편으로 완결된 '스타워즈'는 주인공의 발견과 성장 그리고 악의 제거라는 완결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1999년 소개된 '스타워즈' 속편이 1편의 전 이야기로 되돌아간 까닭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에피소드'시리즈로 불리는 속편은 '스타워즈' 내내 적으로 등장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원래 촉망받는 제다이였다. 우주의 미래를 판가름할 수 있을 강력한 힘을 지닌 아나킨은 아마딜라 여왕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이도 얻게 된다. 그러던 중 아나킨은 자신에게 절대적 힘을 선사하겠다는 악의 유혹에 빠져들고 점점 자신의 능력을 악한 일에 쓰게 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는 원작이라고 할 수 있을 시리즈의 주인공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역사를 재구성하고 심리적 변화의 원인을 제시한다.

    이러한 특징은 '배트맨'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확인된다. '배트맨 비긴즈'는 부잣집 아들인 브루스 웨인이 왜 정의의 사도를 자임하게 됐는지, 왜 하필 박쥐를 상징으로 삼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한다.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배트맨은 우연히 탄생한 영웅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지닌 필연적 존재로 부각된다. 이런 면은 '울버린'을 비롯한 많은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다.

    과거에는 주로 블록 버스터의 속편이 시퀄 형태였다. 이때 속편은 대개 주인공의 적인 악인이 바뀌는 것으로 이어졌다. '주인공에 필적할 독특한 개성을 지닌 악역을 그려내는 것이 곧 속편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곤 했던 셈이다. 시퀄 위주의 속편은 캐릭터의 성격을 전형적이고 평면적으로 제시한다.

    선한 주인공은 언제나 선하고 다만 악의 축이 조금씩 그 외형을 바꿀 뿐이었다. 캐릭터 게임처럼 악인이 얼마나 악한지 그리고 어떤 악행을 저지르는지가 동일한 서사구조 위에서 반복된 셈이다.

    그런데 프리퀄을 통해 선한 주인공은 우리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성격을 가지게 될 만한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관객은 선한 주인공을 단순명료한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 내면을 지닌 인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인과관계가 프리퀄에서 제시되는 셈이다. 많은 블록 버스터 영화들은 캐릭터의 개연성을 서사구조 안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프리퀄은 바로 인과관계상 빠진 부분을 완성하는, '잃어버린 조각'이다.


    ※더 생각해볼 거리

    1. 잘 알려진 수퍼히어로 영화(영웅 영화) 중 프리퀄이 나온 작품을 생각해 보자.

    2. 프리퀄이 다루는 내용을 정리해보자.

    3. 왜 사람들은 전사, 즉 과거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