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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은 그해 여름 세계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시작되었다. 가족, 친구, 꽤 괜찮은 직장, 집과 자동차 등 그동안 우리가 쌓아 놓았던 모든 것을 잠시 접어놓기로 했다."
이렇게 말문을 여는 주인공은 요안나 슈테판스카와 볼프강 하펜마이어. '가슴 뛰는 삶의 이력서로 다시 써라'는 이들이 세계 여행, 정확히 말해서 인생의 역할 모델을 찾아 떠난 인터뷰 여행의 과정과 성과다.
두 명의 젊은 스위스인 저자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스펙(spec)' 좋고 '세계적인 대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중책을 맡았던 '글로벌 리더'. 우리 교육이 키워야 할 인재들이라 흔히 손꼽는 역할 모델이다. 실제로 이들은 먹고사는 데 걱정 없이, 필요 이상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엄친아'요, '엄친딸'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순간 퍼뜩 정신이 든다. 이들은 자유로운 소비 행위나 경쟁에서 이긴 성취감, 급여 상승의 기쁨 등이야말로 순간적인 강력 마취제에 불과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 자신의 일을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람들을 찾고자 직접 여행에 나선다.
이들은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사답게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으로 완전 무장하고 나선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고 여러 경로의 네트워크와 출판물, 연구소나 개인적 추천 등을 통해 인터뷰 대상을 찾아내며 애초의 계획보다 훨씬 많은 26개국 230명을 만난다. 이 가운데서 다시 추려낸 23명이 이 책에 담긴 역할 모델들이다.
저자들은 독창적으로 다음과 같이 인터뷰 내용을 나눴다. ▲나는 경험이 부족하다 ▲그 일을 하기에는 너무 젊거나 혹은 나이가 많다. ▲나는 재정적으로 취약하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이미 성공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등. 누구나 역할 모델처럼 되기 어렵다고 내세우기 쉬운 '핑계와 변명거리' 5가지다.
저자들은 이를 중심으로 인터뷰 세계여행의 과정과 성과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이를테면, 자신은 경험이 부족해 못할 것이라 주춤한다면 자신의 재능과 능력으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 모델들을 집중적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정글 소녀에서 쓰레기 여왕으로 멋지게 세상을 사는 알비나 루이즈 리오스, 공정 무역에 앞장서는 사피아 미니, 벤처 캐피털에 몰두하는 크리스 아이레 등이 당장 책갈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꾸려가며 세계를 아름답게 바꾸는 사람들의 사연이 그득하다.
책을 읽다 보면 인터뷰 대상이 된 역할 모델들이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며 성공에 이르게 되는지 오롯이 가늠할 수 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많은 질문을 만들며 차근히 풀어가는 알비나 루이즈 리오스의 모습은 살아있는 문제해결능력 교과서 같다.
또한 알비나처럼 쓰레기와 같은 주제를 새롭게 부각했을 때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유익함과 긍정적 감성이 창조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여행을 통해 얻는 참된 발견은 새로운 볼거리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라고…. 저자들은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인터뷰 여행을 끝내고 자신들은 이제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훨씬 섬세하게 인식하고 판단하게 됐다고 밝힌다. 자신들이 가진 에너지와 일을 통해 인간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한다.
그저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주말마다 흥청거리는 인생을 바람직한 역할 모델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진정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진정한 역할 모델들을 찾아보자.
멀리 세계로 나가지 않아도 우리 이웃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저자들처럼 직접 인터뷰 세계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가능한 방법이 있다. 바로 독서다. 삶과 여행, 독서는 이렇게 서로 맞물리며 인간과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바꾼다.
[논술을 돕는 이 한 권의 책] '엄친아' 따라 하기보단 의미있는 삶 찾기
가슴 뛰는 삶의이력서로 다시 써라
볼프강 하펜마이어|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