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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8월 27일, 어느 대학 기숙사 주차장에서 22년 된 고물 자동차 한 대가 출발했다. 에코 토이라 이름붙인 이 자동차에는 리오넬 오귀스트, 올리비에 프뤼쇼, 토마 가이 등 세 명의 프랑스 젊은이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에코 투어(Echo-tour)'라는 특별한 주제 여행을 떠나는 참이었다. 환경을 잘 보호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발전 또한 멋지게 이뤄낸 지역을 찾고, 지속가능한 개발 현장을 직접 확인하자는 꿈을 함께 키워온 친구들이다.
이들은 거창한 환경 주제들을 놓고 연구를 시도한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지구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아마추어일 뿐이다. 에코 투어는 유명한 휴양지에서 먹고, 마시고, 놀다 오는 소모적 관광과는 거리가 먼 '주제 여행'이다.
1998년 5월에 학생 기숙사 옥상에 누워 함께 생각했던 '공동의 꿈과 목표 세우기, 장기적인 약속하기, 희생하기' 등 실생활에 필요한 핵심 능력과 태도, 자세를 두루 경험하고 학습한다. 실제로 이들은 많은 책을 읽고, 관련 기관 및 기업체와 만나 함께 토의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다.
프랑스 리용에서 출발한 이들의 여정은 아프리카의 모로코를 거쳐 아프리카 서해안과 내륙을 돌고,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를 밟고, 태평양을 횡단해 아시아를 거쳐 유럽 북부를 돌고 다시 파리 개선문으로 돌아오는 13개월 간의 세계 일주였다.
이 과정에서 세 젊은이는 살아있는 지식 그 자체를 만난다. 이를테면 모로코에서 거대한 바람개비를 통하여 풍력발전의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만 따라가 보자.
이들은 자신들의 자동차인 에코토이를 흔들리게 할 정도의 엄청난 바람이 지름 24m의 거대한 바람개비를 쌩쌩 돌게 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날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모로코 전통 음료인 민트차를 마시며 풍력 발전기 원리와 발전소 기능 등을 현지 기술자에게 듣는다.
풍력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지역 주민의 동의는 물론 새들의 통행에도 방해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실제로 철새가 지나가는 하늘길을 만들어주도록 풍력발전시설을 시공한다는 살아 숨 쉬는 지식이다. 이를 어떻게 지리부도 같은 교과서를 보면서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에코투어 프로젝트를 통해 한 발짝 물러서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조화로워 보이는 이 지구 상에도 자연환경과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는 또 다른 얼굴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이 사회, 더 나아가 이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거창한 생태학적 담론과, 전문가들의 탁상공론에 환멸을 느낀 우리는, 현장의 생생한 증언을 듣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이를 해결하여 행동으로 나서는 일이 가능하고, 각자 노력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352쪽)
재미있게도 이들의 여행은 벨기에 작가 에르제(Herg�)의 만화 '땡땡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 시리즈 가운데 '콩고에 간 땡땡'과도 관계된다. 주인공 땡땡(Tintin)이 낡은 자동차를 타고 아프리카 콩고를 여행하는 만화 내용은 이들이 에코토이를 타고 세계 환경 여행을 하게 만든 원초적 힘이었다. -
이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1000여 명의 어린이와 함께 환경 공부를 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책가방에 가득한 생각들'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저자들이 여행하는 내내 전자 편지를 보내 질문을 쏟아냈고, 저자들은 여기에 줄곧 성실하게 답했다고 한다.
환상을 현실로 만들고, 현실을 다시 더욱 멋진 꿈으로 펼친 이들은 개선문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저자 리오넬은 현재 배우로, 올리베에는 신기술 고문으로, 토마는 환경 그룹의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다시 한 번 지구를 인터뷰하러 훌쩍 떠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단다. 자, 이제 우리들의 푸른 영혼들은 어떤 주제로 더 멋진 여행을 떠나겠는가.
[논술을 돕는 이 한권의 책] 생생한 환경지식을 담은 세계일주 여행기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리오넬 오귀스트 외 공저|효형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