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돕는이 한권의 책] 비경제학자를 위한경제학 사전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기사입력 2010.07.15 03:14

장-마크 비토리|경영정신
다시 본 경제, 쉬운 경제학

  • 모든 단어를 수록하고자 전혀 애쓰지 않는 사전. 편찬자가 자신의 주관을 한껏 과시하는 사전. 기존의 사전이 갖는 한계를 가볍게 넘으며 저자의 개성과 안목으로 세계 현실과 경제를 긴밀하게 짚어내는 경제학 사전. '비경제학자를 위한 경제학 사전'은 일반인을 위한 흥미롭고 독특한 경제학 사전이다. 이 책은 경제학, 다시 말해 '상품과 기업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와 연관지으며 자유롭고 재기 넘치는 문체로 풀어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부터 Z까지 펼쳐내는 사전 형식에 항목당 소수의 표제어만 다루면서 경제학에 관한 왜곡과 오용을 바로잡고 참신한 시각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A'항목에 달랑 세 개만 있는 표제어 가운데 하나인 '미국화(Americanization)'만 해도 '1950년대 이래 약화 일로에 있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하고, '세계화의 죽음'을 거론하는 현재의 풍토는 오류이며 진짜 죽어가는 것은 '미국화'임을 설명한다.

  • 저자가 제시하는 자료를 보면, 10년 전보다 세계의 재화 및 서비스 교역은 거의 두 배로 증가했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만 해도 국제무역은 33%나 성장했다. 세계화가 일반적인 기대(?)나 예측(?)과는 달리 놀랄 만큼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통계 앞에서 세계화에 대한 기존의 사고를 다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반면 '미국화'는 군사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 심지어 '미국의 문화제국주의'라는 문화적 차원에서조차 더는 과거와 같은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를 뜻하는 '미국화'는 급격히 위기를 맞고 있으며 특히 경제 및 통상 분야에서 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이러한 '세계화의 탈미국화'로 세계 무역협상은 난항에 부딪히고 있으며, 이는 확고부동한 리더십이 사라지고 개방을 향한 공통의 의지도 없기에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어느 쪽을 펼쳐 읽어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프랑스의 지식인답게 풍부한 문화적 소양과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학이라는 폐쇄적 학문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활짝 열어 준다. 또한 빼어난 경제 전문 기자답게 표제어를 잘 골라 산뜻하게 설명함으로써 저자의 의도와 안목, 역량 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세계와 경제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 안목은 물론 일상의 삶과 세부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미시적 시각까지 두루 얻을 수 있다.

    당장 몇 개만 순서대로 뽑아내 읽어 보자. 풍요(abundance)-'경제'의 반대말, 행동(behavior)-경제모델을 교란시키는 인간의 특징, 경쟁(competition)-기업 최고의 적, 여성(female)-경제 분야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젠더, 세계화(globalization)-선택적인 국경 개방, 인터넷(internet)-계속해서 재탄생하는 기술, 공공부채(public debt)-인플레이션 퇴치의 반작용, 사회보장보험(social security)-쿠션이 세 개밖에 없는 당구대, 표준(standard)-지배의 은밀한 도구, 위안(Yuan)-오를 수밖에 없는 중국의 화폐 등.

    책을 읽다 보면 경제학과 경제학적 시각의 현실 읽기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된다. 나아가 경제학의 특성과 한계, 함정 등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할 수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서 유명했던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Gwinnett Bierce)가 쓴 '악마의 사전'을 언뜻 떠올릴 만큼 전복적인 사고와 절묘한 표현이 돋보인다.

    여러 책을 찾아 주석을 달아보고 관련 기사를 덧붙이며 스크랩해 보는 것도 좋다. 쪽마다 경제 용어와 관련 책을 간결하게 소개하는 번역자의 정성과 능력도 특별하다. 표제어에 무엇을 덧붙이고 빼면 좋은지 따져보는 것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다른 주제를 잡아서 이러한 형식의 글로 쓰고 책으로 묶어보면, 아무리 어설프더라도 읽기와 쓰기의 수준을 몇 단계 높여 줄 것이다.

    이 책은 경제가 얼마나 확실하게 세계는 물론 우리 삶의 소소한 부분까지 움직이는지 흥미롭게 일러준다. 나아가 경제학의 수많은 용어와 개념, 인물, 저서까지 관심을 넓혀가며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다. 또한 최근의 현실과 상황을 소재 삼아 어려운 경제학의 진경을 편안하게 쓴 프랑스인의 경제 에세이로 읽어도 충분히 가치 있다.

    ※더 생각해볼 문제: 부가 가치세 인상과 환율 평가 절하는 어떻게 맞물리는가? (457쪽에서 4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