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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교육감 6명 당선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6군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 비율로는 40%도 안 되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지인 서울특별시와 경기도가 포함됐고, 인천 지역은 박빙의 차이로 당선이 안 됐다. 이 외에 전라도 전 지역과 강원도에서도 당선됐는데 강원도와 광주광역시는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보교육감 당선은 지난해 경기도에서 출발했는데, 그가 내세운 무상급식 정책이 경기도 의회에서 철퇴를 맞으면서 전국적 쟁점이 됐다. 급기야는 지방선거에서 핵심 공약으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점이 돼 때 아닌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내건 공약들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교육논쟁이 앞으로 용광로에서 불타오를 기세다. -
◆진보 교육감들의 공통 공약
첫째, 보편적 교육 복지를 내세운 친환경 무상급식은 70% 이상의 국민이 지지하는 공약으로 진보를 상징하는 모토가 됐다. 둘째, 혁신학교 활성화를 내세웠다. 경기도에서 처음 실시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많은 공감을 일으키는 새로운 교육 운동인 자율형 학교를 확대했다. 셋째, 학생 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두발자유, 체벌, 교복착용, 휴대전화기 소지, 학생회 활동 등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적 교육단체 구분 없이 학생과 교사 간에 민감하게 충돌하는 분야이다. 넷째,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확대를 반대한다. 특수 학교에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몰린 나머지 일반학교가 황폐화되는 것의 대안으로 고교 평준화를 주장한다.
이외에도 무상급식을 넘어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공약도 있다. 학습 준비물을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공약은 유럽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교육복지 정책이다. 방과후 돌봄학교를 확대하고 저소득층 학생이나 기초학력 부진 학생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방안들도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핀란드 교육
OECD국가 중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 상황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파악하기 위해 읽기, 수학, 과학 분야별로 나누어 평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가 있다. 우리나라는 핀란드에 이어 몇 년간 2~3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대신 학생들이 투자한 학습시간으로 나눈 값인 학습효율화지수는 30개 나라 중 거꾸로 5위 정도에 해당한다. 핀란드는 우리나라 학생이 공부한 시간의 25%만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이는 교육 과정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새로운 실험, 혁신학교
혁신학교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모토로 한다. 핀란드 교육에서 아이디어를 크게 얻고 있는데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체험학습, 탐구활동, 의사소통교육을 중요시한다. 공부 잘 하는 몇 명을 만드는 것보다 학습 능력이 뒤쳐지는 아이들을 끌어올리는 교육이다. 교육 내용을 다양화하고 창의성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교사의 업무를 줄이고 교사와 학교의 수업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식을 채워 넣기보다 실제 체험과 실험을 통해 원리를 깨우치는 수업을 실시한다.
산이나 들로 나가서 우리나라 꽃의 생태를 찾아보고 방과후학교에서 목공교육을 하기도 하고 바이올린 연주를 배운다. 교사 중심보다 학생 중심체제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책임감 있게 학습에 참여하는 방법을 많이 찾아낸다. 다양한 수업 전략을 짜기 위해 교사들이 수업 방법 개선에 노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데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다른 교육 정책을 가진 시도에서는 갈등이 예상된다.
◆MB교육과 진보교육이 달리는 평행선과 만나는 지점
21세기는 경쟁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창의와 협력의 시대이다. 외우기 잘하는 입시형 인재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창의성을 갖고 더불어 같이 살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런 시대정신 아래 공교육 체제를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모든 교육주체가 동의하는 영역이다. 이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MB교육과 진보교육의 방향은 '자율과 경쟁', '협력과 소통'이라는 서로 다른 논리를 따른다. 보수·인사와 연계한 교원평가제, 일제고사, 학교정보공개, 특목고 및 자율형 학교 확대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점수경쟁에서 앞선 20%만 대우하고 나머지 80%는 사실상 포기하느냐, 20%가 80%를 이끌어 함께 가느냐. 국·영·수 잘하는 학생을 우대하느냐,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제각각 끌어안느냐로 그 특징을 비유할 수 있다. 교육 공급자보다 교육 수요자 중시, 학생들의 선택권 강조, 사교육 축소하고 공교육 강화 등은 서로 함께 고민하고 합의하는 부분이다. MB정부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위해 학교 내에서 사고력 향상을 위한 학생들의 각종 체험활동을 독려하고,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혁신교육에서는 체험 학습을 통해 즐거운 학교 만들기를 강조하는데 보수와 진보가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사이슈로 본 논술] 무상급식·혁신학교·학생 인권조례… 충돌이냐, 협력이냐
진보성향 교육감대거 당선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