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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검사 비리 방영
4월 20일, MBC는 법의 날 특집으로 '검사와 스폰서'라는 제목으로 검사 비리를 보도했다. 경상남도 일대에서 대형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제보한 구체적인 물증을 하나하나 검증하며 보도한 방송을 보고 전 국민이 분노했다. 1984년부터 약 25년간 스폰서가 향응을 베풀면서 술 접대만이 아니라 성 접대까지 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거론됐다. 야당 및 참여 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만이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검찰의 비리를 비판하고 특검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위원장과 3분의 2 이상 민간인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했으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
검찰을 비아냥거리며 패러디하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의 색깔에 따라 피부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검사를 '권력의 시녀'라고 불렀다.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거만한 이미지가 담긴 '검새스럽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2005년에 노회찬 국회의원이 삼성 엑스파일에 담겨있는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하고, 2007년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떡값을 돌렸던 검사 명단을 발표했음에도 검찰은 유야무야 넘어갔고, 대신 시민들은 떡검, 떡찰이라는 명칭을 붙여줬다. 이번에 스폰서 사건을 계기로 色검, 혹은 섹검이라는 별칭을 추가했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과정에 전직 대통령을 자살에 이르게 하면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는 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네르바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등 각종 정치적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서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 남용이 비판의 화살을 받고 있다.
◆검찰 개혁을 위한 철학적 토대: 민주주의와 법감정
이번에 스폰서를 제공한 기업가는 보험에 드는 심정으로 검찰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하기 나름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라진다고 봤는데 이런 판단을 하는 이유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는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만이 죄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는 국가에서는 기소독점주의, 혹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다. 이 원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불필요하게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낮추고, 사법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검사의 사사로운 판단에 의해 기소돼야 할 사건이 기소되지 않고, 기소할 필요가 없는 사건이 침소봉대돼 범죄화된다. 정의와 법을 담당하는 로마의 여신인 유스티티아가 눈가리개를 하는 이유가 바로 사람은 누구나 유혹을 받아 공정한 수사와 판결을 할 수 없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틈을 스폰서가 비집고 들어온다. 법에는 감정이 있다. 최소한 이런 경우는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국민들의 마음을 현실화하고 제도화한 것이 법이다. 때로는 이성적인 자제력을 잃고 흥분된 시민들의 감정이 법감정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합리적인 존재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따르는 게 대중사회와 정보사회에서 향상된 시민의 지위를 잘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기소는 검사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도 열려있어야 한다. 이것이 다수의 민의를 대변하는 민주주의의 법체계이다.
◆검찰 개혁의 방향: 사회구조적 차원
조선시대가 오백 년 동안 명맥을 유지한 이유 중에 서로 권력을 견제하는 사법제도가 있었다. 의금부는 왕명을 받들어 왕족의 범죄, 국사범·반역죄 등의 큰 범죄를 다루거나 사헌부나 기타 기관에서 판결하기 곤란한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했다. 반면에 사헌부는 고관대작들의 비리를 파헤치고 기강과 풍속을 바로 잡으며 억울한 일을 해결함으로써 왕권을 견제하고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한 기관으로 지금의 검찰과 감사원의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의 언론 기능을 담당한 사간원과 함께 서로 최고 권력을 다투는 기관들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사법정의를 지켜나갔다. 이런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검찰의 권력은 적절한 선에서 제한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대배심 제도를 통해 검사의 기소를 감시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의 모델이 된 일본은 영미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검찰심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일본 정계를 틀어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의 불법 정치 자금 사건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에 의해 기소가 취소되자 시민검찰에 의해 다시 재수사를 결정했다. 독일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기본적으로는 검찰이 기소유예한 경우 기소법정주의에 따라 법원에 기소 강제를 요청할 수 있다. 프랑스도 나폴레옹 시절부터 수사판사 제도를 통해 판사도 기소 가능하다.
◆검찰 개혁의 방향: 의식적 차원
검사윤리강령에 검사는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검찰의 비리를 감찰해야 할 감찰부장마저 비리에 연루됐다. 다른 공무원이 향응을 제공받으면 수사 대상이고, 자신들이 받으면 진상 조사 대상이라는 불공정한 수사철학이 우선 환골탈태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사건은 조사로는 안 되고 검찰 내부의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공자는 진정으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군자라고 했다. 검사들은 방 안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되는 윤동주의 서시를 걸어놓고 매일 아침에 암송하는 퍼포먼스라도 연출해야 한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변화하는 검찰 그 중심은 국민입니다'라는 문구의 내용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시사이슈로 본 논술] 스폰서 검사와 검찰 개혁의 방향
하락하는 검찰 위상…회복의 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