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로 본논술] EBS가 공교육 살릴 해결사?… 사교육 원인부터 파악해야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기사입력 2010.04.15 02:58

EBS 교재수능 출제 논란

  • ◆EBS 교재와 강의 수능 출제 방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EBS 교재와 강의에서 직접 연계된 문제 70% 정도를 수능 문제에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직접 EBS 본사를 방문해 "교육방송 수능 강의만 받고도 얼마든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제도로 가자"며 직접 교육현안 문제를 챙겼다. EBS 교재 중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직접 감수한 115권에서 개념과 원리를 활용한 문제, 지문 및 자료를 활용한 문제, 핵심 제재나 논지를 활용한 문제, 문형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한 문제 등 연계 유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를 위해 EBS,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학기술부 3자가 교류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단계적으로 6월 모의평가에서는 50%, 9월 모의평가에서는 60%, 수능에서는 70%를 출제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면서 수능 강의 수강 횟수가 1일 18만 건에서 50만 건 이상으로 많아졌고, 강의자료 다운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사설학원에서는 EBS 교재와 강의를 분석해 새로운 사교육상품을 만들어내면서 또 다른 사교육비 증가 우려도 생기고 있다.



  • 수험생들이 EBS 교재를 보고 있는 모습.
    ▲ 수험생들이 EBS 교재를 보고 있는 모습.
    ◆EBS 교재 수능 출제의 긍정적 효과

    EBS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수능 강의를 제공한다. 빈부와 지역의 차별 없이 공평한 교육혜택을 주는 공익 매체이다. 한국에서 최대 교육 문제는 소득 격차가 사교육비 격차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교육 격차를 만들고 이는 다시 악순환돼 소득 격차를 만드는 것이다. 비싼 사교육비 때문에 교육의 불평등을 호소하던 저소득층과 지방 학생들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기 때문에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가계 소득의 많은 부분을 교육비로 지출하면서 가정의 복지가 축소되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대다수 국민들도 특별한 사교육 없이도 수능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방안에 호의적이다.
    그동안 EBS 교재의 수능 직접 연계율은 언어가 30~40%, 수리가 40~60%, 외국어가 20~30%였다. 특히 외국어의 경우 익숙한 지문이 나오면 출제 난도가 현격히 떨어지면서 미리 풀어본 수험생이 훨씬 유리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70% 이상 직접 연계한 문제가 모든 과목에서 나올 경우 그 효과는 매우 크다. 이번에 사교육 인기 강사 50여명을 영입하고, EBS 수능 예산이 50% 이상 증액되어 양질의 우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EBS만 보더라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있다. 학교 수업과 EBS만을 가지고 대학에 갈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당연히 공교육이 강화되고 사교육비는 경감될 것이 분명하다.

    ◆EBS 교재 수능 출제의 부정적 효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한 교재만도 세 자리 숫자이고, 이를 설명하는 강의는 교재 수의 두세 배 이상이 된다.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교재와 강의만 보고 싶어도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여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에 학원가에서는 EBS 교재의 내용을 요약한 교재, 다른 교재에는 없는 EBS 교재에만 나오는 문제 유형을 뽑아낸 교재 등을 만들고 있다. EBS는 원래 공교육을 보완해주기 위한 수단인데 오히려 EBS가 공교육을 밀어내고 있다. EBS 교재 내용을 수능에 연계하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2004년에 수능 과외 대체를 위해 EBS 수능 방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었다.

    그 때도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EBS 교재를 이용한 사교육 상품만 많이 팔렸고,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높여놓았다. EBS 교재에 나오는 유형은 다른 사교육 기관에서 만든 교재에도 대부분 있는 내용들이어서 실제 학생들이 느낄 체감률은 높지 않다.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변별력을 확보하는 문제도 생긴다. 또한 연계되지 않은 30%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결국은 고득점을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전제와 결론의 연관성을 토대로 논란 분석

    어떤 문제에 대해 주장, 혹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타당하고 적절한 근거, 혹은 전제를 필요로 한다. EBS 교재 수능 연계 논쟁에서 전제는 'EBS교재에서 70% 정도 직접 연계한 문제를 수능에 출제한다'이고, 결론은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공교육이 강화된다'이다. 전제와 결론의 연관성이 과연 높은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이럴 땐 논쟁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좋다. '사교육비가 많아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학자나 사회학자들은 학벌을 얻기 위한 무한 경쟁 체제, 학벌에 따른 취직과 승진의 차이, 임금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많이 지적한다. 다음으로, '공교육이 약화되는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자. 여기에 대해서는 공교육 예산의 부족, 공교육 담당자들의 능력 부족, 사교육의 지나친 팽창, 아이들의 변화된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공교육 내용 등을 거론한다. 이런 다차원적이고 구조적인 원인들을 해소하는 혁신적 정책이 나온다면 장기적으로 사교육이 줄어들 수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하게 EBS 교재에서 수능 문제가 얼마정도 나오느냐는 단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정치권은 보수든 진보든 관계없이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강화에 목숨을 거는가? 그것도 단기적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등 끊임없이 선거가 이어지다보니 선거를 통해 정권을 얻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뭔가 짧은 기간 안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 만들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교육이 정치인들 입김 속에 많이 오르내릴수록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