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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와 이슬람에 관한 다음 서술 가운데 참이 아닌 것은? 정식 국호는 인도네시아 공화국이며 1만7508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전 국민의 88%가 알라신을 믿는다. 중동 전체 무슬림 인구보다 더 많은 무슬림이 산다. 여성이 립스틱을 바르면 체포된다. 2001년에 벌써 첫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다. 서로 다른 250여 개 언어를 사용하는 300여 민족이 모여 산다.
벌써 빙그레 웃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앞의 문장들은 모두 참이다.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 나의 이슬람'에는 인도네시아와 이슬람에 관한 짤막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과 생각이 가득하다. 원제는 '율리아의 지하드(Julia's Jihad)'. 문자 그대로 저자가 벌이는 '지하드(성전, 聖戰)', 즉 인도네시아와 이슬람을 향해 언어로 벌이는 사랑과 전쟁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말대로 인도네시아는 천혜의 자연과 푸르고 비옥한 땅을 가졌으나 환경오염과 근대화 과정의 상처로 가득한 나라다. 오랫동안 여러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살았지만, 여전히 누가 국민이고 누가 국민이 아닌지로 싸우는 나라이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같이 서구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폭발적인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또 경제 위기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역동적인 나라다. 반면, 이슬람교에 씌워진 굴레와 멍에 때문에 세계적으로 오해받고 일반 민중의 삶 또한 편치 않은 나라다.
1장은 '꾸란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편이다. 저자는 꾸란에 나온 알라의 첫 계시 "읽어라"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꾸란은 지혜로운 판단과 이성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경전이며, 단순히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비이성적 종교가 결코 아님을 강조하는 뜻에서다.
"읽어라, '창조주이신 당신 주님의 이름으로, 주님은 응혈로부터 인간을 만들어주셨다.' 읽어라. '당신의 주님은 한없이 마음 넓으신 분, 붓 잡는 법을 가르쳐주셨고 인간에게 미지의 일을 가르쳐주셨다'."(꾸란 96장 1~5절, 앞의 책 19쪽)
저자는 이슬람 문명의 개화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10~12세기 이슬람의 황금시대를 열어서 암흑의 중세 유럽에서 팽개쳐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과학적 유산들을 보존하고 발전시켰음을 가장 먼저 상기시킨다.
꾸란을 자세히 읽으면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진다. 문제는 이성과 신앙이 분리되면서 이슬람 신앙이 맹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이슬람을 맹목적인 믿음, 즉 '앎(이성)이 없는 권력(종교)'으로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갈등과 분열, 증오의 폐해를 낳게 했다고 비판한다. 이성과 지식을 향한 욕구를 되찾고 이를 인정하는 상황이 와야만 이슬람은 사랑과 평화의 삶을 누리게 하는 종교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예리하게 간파한다. 이슬람을 인류의 공적인 듯 몰아붙이는 서구의 이슬람 핍박자들, 그리고 평화와 관용이라는 이슬람 정신을 잃고 폭력이야말로 궁극의 해결책이라고 나서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이 결국은 닮은꼴이라는 것. '표현의 자유와 이교도에 대한 예의' '내가 다시 신을 믿는 이유' 등 1장에 나온 글만 읽어도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일거에 사라진다.
저자는 인도네시아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외교관인 부모 덕분에 유럽에서 생활하며 교육받은 '이중 외국인'이다. 덕분에 인도네시아를 내부인과 외국인의 시각에서 동시에 바라볼 수 있었으며, 나아가 9·11 테러 사건 이후 '이슬람 때리기'에 골몰한 서구의 극단적 태도 때문에 이슬람을 다시 공부하고 애정과 확신을 되찾았다고 한다. -
저자의 글을 읽으면 바람직한 국가와 종교, 그리고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현실에 대해 곱씹을 수 있다. 나아가 어느 꼭지든 펼쳐서 읽다 보면 삶과 현실을 바라보는 저자의 창조적인 시각을 익히고, 다시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효과적인 표현 전략까지 배울 수 있다. "타인과 자신을 향한 관용과 공감, 열정, 신념, 낙관주의, 결속, 사랑을 키워가며 평화를 향한 공동체의 여정에 힘을 보태는 것", 율리아의 지하드는 어느새 우리 모두의 진정한 지하드로 펼쳐진다.
[논술을 돕는 이 한권의 책] 이슬람 문화의 오해와 편견을 말하다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 나의 이슬람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지음ㅣ아시아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