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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지방선거와 무상급식 논쟁
6월 2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공약이 선거 쟁점이 되고 있다. 5개 야당은 일제히 무상급식을 전면으로 내세워 여당의 복지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여당은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서민층에 한정되어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에 야당은 모든 계층에 무상급식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급식 운동 시민단체들은 연대기구를 출범하여 야당의 정책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과 도지사 간의 무상급식 논쟁이 이념논쟁으로 비화되면서 급식 논란은 전국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선택적 복지 추구: 점진적인 무상급식 확대 방안 -
복지정책은 효율성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면서 추진돼야 한다. 예산 마련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유권자들의 즉자적인 반응만을 고려한 공약 남발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도 가난한 부모의 자녀들과 함께 똑같이 무상급식을 받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모델이다. 국가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의 정책을 골라내는 것은 합리적인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무상급식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적으로 실시되려면 3조원 정도의 돈이 더 필요하다. 이 돈을 서민층 자녀들의 교육 복지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은 급식문제보다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기에 선거 쟁점은 실질적인 교육문제로 집중해야 한다. 모든 계층의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사회통합과 지속가능한 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 전체가 비슷한 복지혜택을 받는 것은 최종적인 목표이지 현재의 사회적 조건 속에서는 조세저항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 자립도 때문에 실현하기 어렵다.
◆보편적 복지 추구: 전면적인 무상급식 도입 방안
교육은 헌법상으로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의 성격도 지닌다. 수업료와 교과서를 무상으로 지급하여 의무교육을 시키는 것은 국가가 마땅해 해야 할 임무이다.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학업을 이어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은 제대로 밥을 먹는 것이 교육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상급식 정책이 사회주의 특성을 보여준다면 국가에 의한 의무교육을 강조한 헌법 역시 사회주의 헌법으로 봐야 한다. 초등학생이나 사춘기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급식 지원을 받고 있는 자체에 대해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는데 전면적인 무상급식이 시행되면 이런 고통은 사라지게 된다.
◆급식 논쟁의 변화 과정
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의식주'를 흔히 대지만, 최근에는 '식의주'라고 하여 먹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때에 전면적인 학교 급식이 실시됐는데, 이 당시는 급식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한 시혜적 성격이 강했다. 대신 따뜻한 엄마의 정(情)이 묻어나는 도시락이 역사박물관으로 옮겨가버렸다. 대신 부모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는데, 특히 CJ푸드 사태를 비롯한 각종 식중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위탁 및 직영급식의 장단점을 따지기 시작했다. 비용의 문제로 위생을 담보할 수 없는 중국산 음식 재료가 대중식당이나 학교, 혹은 직장 식당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급식에 우리농산물을 사용하자는 급식조례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전라북도에서 만든 급식조례가 자유로운 무역을 강조하는 WTO규약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은 이후, 시민단체들은 우리 농산물 대신 우수·친환경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제공하자는 운동으로 바꾸었다. 웰빙 문화가 생활 깊숙이 확산됐고, 정치적 이슈보다 생활 이슈를 중시하는 최근의 정치적 성향에 힘입어 급식 논쟁은 유권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는 노르웨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받아들이느냐,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가의 선택적 복지 시스템을 받아들이냐의 논쟁으로 변했다. 이러한 논쟁은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정책을 어떻게 쓸 것이냐와 감세 정책을 유지하면서 급식 문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 등 세금 논쟁으로 확대된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함축하는 경제 시스템 -
2008년부터 경상남도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실시된 친환경 무상급식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과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도시의 작은 친환경 단체와 직거래를 운영하던 시스템에서 농촌은 지역사회학교와 긴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필요한 식자재를 미리 지역 농가에 주문하기 때문에 농가는 날씨나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물건을 납품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산자는 자신들이 재배한 음식 재료가 가족이나 친구, 혹은 지역 주민들에게 들어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재배한다. 소비자는 누가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 호주 등에서 재배한 음식재료가 들어오면 유통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작은 행성을 위한 식단〉을 저술한 프랜시스 무어 라페는 이러한 관점에서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단, 제철 농산물일 경우만 그러하지 인공 가열 과정을 거치는 유기농 농산물이 더 따뜻한 나라에서 재배되어 수송해오는 것에 비해 연료를 더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사이슈로 본 논술] 무상급식 논쟁
무상급식 혜택, 부유층 자녀도 포함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