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스펙 쌓기에도 바빠"… 농활 참여율 뚝
<특별취재팀>
기사입력 2010.07.26 03:02

영어교습 등 내용에도 변화

  • 서울대생 200여명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9박 10일 동안 전북 군산 일대로 농활(農活)을 다녀왔다. 총학생회장 선거가 잇따라 무산돼 총학생회장이 없는 상태라곤 하지만 참석 학생들은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2007년에는 480명, 2008년에는 400명, 작년에는 260명까지 떨어졌다. 한 학생은 "200여명도 3~4일씩 짧게 참석한 학생까지 모두 합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농활을 떠나며 주최측이 내건 주제는 '쌀값 안정화, 농민 생존권 보장, 식량주권 쟁취' 등이었다. 방학 기간을 활용해 외국어 강좌를 집중 수강하거나 자격증 시험 준비, 해외 연수나 취미 활동에 방학시간을 쪼개 쓰는 학생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서울대 인문대의 이모(23)씨는 "방학 때 스펙(자격조건) 쌓고 떨어진 학점을 보충해야 하는데 열흘씩 농활에 잡혀 있을 수 없다"며 "(농활) 가자고 손을 내미는 선배도, 가겠다고 나서는 후배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2000~3000여명의 대학생들이 수십 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농촌을 향해 떠났던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당시 서울대 대학신문(1985년 9월 2일자)은 '여름 농활에 133개 팀, 2800여명이 참석해 전남·전북·충남·충북 등에서 단과대별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벌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농활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소속 흑인음악동아리 테라(TERRA) 회원들은 마을 잔치에서 어른들이 즐겨 부르는 트로트곡을 흑인 음악인 'R&B(리듬 앤 블루스)' 형식으로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외대 국제학부 학생 30여명은 지난 19일부터 2주 동안 충북 음성·청원·보은 지역의 초등학교 3곳에서 영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이 한데 어울려 초등학생을 상대로 생활영어 등을 수준별로 가르친다. 봉사활동 학점(2학점)을 따로 인정받아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중앙대생 300여명은 지난달 25일부터 9박 10일 동안 전북 정읍무주 지역에서 총학생회가 주최한 여름 농활에 참석했다. 앞서 5월에는 학생처가 마련한 '팜 스테이 액티비티(Farm Stay Activity)'에 40여명이 참석했다. 경기도 파주 민통선 마을에서 2박 3일 동안 봉사활동을 벌이고 1학점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체에서 마련한 강연도 함께 진행됐다. 학교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관제(管制) 행사'로 몰려 외면받았을 텐데 학생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며 "가을 추수 때에도 다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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