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영어 공용화 열풍의 '두 얼굴'] "영어기숙사에 글로벌카페… 공부도 수다도 모두 영어로"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기사입력 2010.03.01 02:24

대학마다 '국제화' 외치며 英공용화 학습공간 만들어…
행정서비스도 영어로 지원

  • '영어 공용화(公用化)'의 열풍이 전국의 대학 캠퍼스로 번지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과 울산과기대의 전격적인 영어 공용화 선언이 대학가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다른 대학들도 '국제화' 간판을 내걸고 속속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광주과기원(GIST)은 올해 처음으로 입학하는 학부 신입생 100명 전원을 대상으로 영어 공용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학부생이 듣는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학교 행정문서도 국어와 함께 영어를 병용하겠다는 것이다. 광주과기원은 이미 세미나와 회의 등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광주과기원 관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교육 시스템을 학부 교육에 도입하기 때문에 신입생들은 입학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19일 명지대의 영어 공용화 구역인‘글로벌 카페’에서 국내 학생들이 외국 학생들과 어울려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이곳의 모든 표기는 물론 신문과 잡지, 방송 등도 모두‘영어’로 돼 있다. / 오진규 인턴기자(국민대 언론정보 4년)
    ▲ 지난달 19일 명지대의 영어 공용화 구역인‘글로벌 카페’에서 국내 학생들이 외국 학생들과 어울려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이곳의 모든 표기는 물론 신문과 잡지, 방송 등도 모두‘영어’로 돼 있다. / 오진규 인턴기자(국민대 언론정보 4년)
    가톨릭대는 올해부터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2개월간의 영어공용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한다. 지난해 초 박영식 총장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국제화'를 강조한 이후, 최근 증축된 기숙사 일부를 24시간 영어를 쓰면서 공부할 수 있는 전용 학습공간으로 개조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가톨릭대 관계자는 "지난해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니 '이런 경험은 학교 밖에서는 경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교수들도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등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경원대도 올해부터 방학 중 4~6주 동안의 '영어몰입캠프'를 운영한다. 우선 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모의시험을 치른 뒤 우수자 100여명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학교의 특정 지역을 '영어 공용화 구역'으로 만드는 것도 대학가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성균관대는 올 1학기부터 최근 신축한 첨단 건물인 국제관을 '100% 국제어(語)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은 물론 입주 부서의 행정까지도 영어 등 외국어만 사용하게 된다.

  • 명지대는 학생회관의 '글로벌 카페', 생활관의 '잉글리시 플로어', 용인캠퍼스의 '잉글리시 카페' 등을 공용화 구역으로 마련해 국내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ISO(International Student Office)를 운영해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학생들도 행정적인 면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영어 공용화의 핵심은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행정 서비스가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이나 회의는 물론 학내 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제대로 된 공용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