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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 중 인문대학(college of arts and sciences)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짧게 유 펜(U·Penn,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의 생활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다.
"열심히 고민하세요, 그리고 그 생각들이 당신을 고민하게 한다면, 좋습니다. 유 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유 펜은 고민의 연속이며, 도전의 연속이다. 한국에서 원서를 쓸 때 알던 유 펜과 막상 입학하고 경험하게 된 유 펜은 차원이 달랐다. 기초 수업이라 해도 끊임없는 과제, 시험들이 나를 압박했다. 유 펜에서의 교육은 그저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생각과 고민을 요구했다. 리포트도 그런 고민이 묻어나는 글을 담아야 했다.
공식만 외운다고, 공식의 적용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식은 그저 기호일 뿐이었다. 공식을 뛰어넘는 응용력을 요구했다. 자신의 고민과 생각으로 또 하나의 공식을 만들어야 했다. -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수업방식에 적지 않게 놀랐다. 심리학에서 이론만 완벽히 안다고 절대로 시험에서 'A'를 맞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느냐' 혹은 '적용이 가능한 것이냐'가 학업 성적을 결정한다.
또 '신입생 세미나(freshmen seminar)'라는 과목이 있다. 이 과목은 신입생에게만 주어진다. 신입생 가이드 정도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특별히' 어려운 과목들로 학생들이 힘겨워한다. 이 과목들은 3, 4학년들의 전공과목 마냥, 매주 보고서를 써내야 하고 많은 양의 책을 소화해서 읽어야 한다. 소화가 덜 된 보고서는 풋내가 나고 위궤양에 걸린 경우도 있지만 모두 열심히 읽고 고민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기피하지만, 그 과목들을 우수하게 마친 학생들은 그만의 만족감을 느낀다.
유 펜에서는 매우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어느 길로 향할지는 자신만의 몫이다. 그러나 대학은 학생들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게 어느 정도의 길을 제공한다. 유 펜에 특히 많은 필수 과목 제도가 그것이다. 학생들은 전공과목과 함께 그 필수과목도 채워나가야 한다. 과학, 수학, 역사, 언어, 인문 등 각 분야에서 한 과목씩은 필수로 들어야 한다. 아직 확정된 전공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여러 과목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리고 유 펜만의 특성인 4개의 색이 다른 학교들 (경영 중심인 와튼 스쿨, 인문 대학, 간호 대학, 엔지니어링 대학)이 모여 있다. 다른 대학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학문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모두가 꿈꾸는 세계 최고인 와튼 수업들을 단순히 유 펜 학생이라는 이유로 참관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학생들은 인문대학의 역사 수업을 마음껏 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인문대와 경영대 또는 인문대와 공과대, 등 두 개 학교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복수 학위제도 제공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은 유 펜이 실질적 교육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인문학적인 소양은 잊은 채 어디서든 활용 가능한 실용교육만 가르치려 한다고 말이다. 물론 유 펜은 실질적 교육을 중시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유 펜은 실질적 교육과 순수 기초학문을 잘 섞어 놓은, 그야말로 학생을 위한 대학이다. 이런 대학에서 오늘도 하나하나씩 배워나간다.
[해외대학은 지금] 실질교육·순수학문 잘 섞어놓은 유 펜 신입생들에게는 고민과 도전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