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은 지금] 미국 신시내티대
송금한 미국 신시내티대 교환학생(고려대 영문과 4학년)
기사입력 2009.03.05 03:20

'코업 프로그램' 있어 졸업이 기다려지는 학교

  • 신시내티대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자리한 재학생 3만7000명 규모의 주립대학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교환학생으로서 영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얼마 전, 룸메이트가 이곳에 와서 느낀 가장 '쿨(cool)'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빨리 졸업해서, 전공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던 친구들" 이라고 대답했다.

    4쿼터로 진행되고, 3쿼터를 이수하고 진급하는 곳의 학제에 따라 10주간의 한 학기는 무척 바쁘게 지나간다. 과목당 3번의 시험을 비롯해 수시로 보는 퀴즈와 지정된 분량을 소화하고 수업 전 제출해야 하는 페이퍼, 세미나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이 적용된다. 4년 동안 학업 부담에 시달리는 이곳의 대학 생활은 여유로운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 그렇다고 해서 전공 이론만을 주입하는 빡빡한 곳은 아니다. 신시내티대는 1906년 미국 내에서 최초로 코업(cooperative education·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 시스템을 도입한 학교로 유명하다. 코업은 재학생들이 학기 중, 전공 지식을 직접 직장 업무에 적용시켜 볼 수 있는 체험 기회다. 국제경영학부나 도시공학과 등은 졸업 요구 조건으로 코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내 34개 주 또는 해외 9개국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 중, 최대 6쿼터 과정을 통해 실무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지난해 이를 이수한 학생 중 96.5%가 코업을 통해 채용됐을 정도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수업 분위기는 매우 활기차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첫 번째 시험이 끝나면 강의 평가를 시행하는데, 이를 통해 학기 중간에 학생들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된다. 유연한 수업 분위기와는 달리 평가는 엄격하다. 학문적 상식(academic common sense)이 요구됨은 물론, 기술적인 오류도 꼼꼼히 채점된다. 각 학과 사무실에는 작문 첨삭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고, 시험과 페이퍼에 대한 피드백도 확실하게 이뤄진다.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전보다 더욱 치열하게 공부한다. 그래야만 졸업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대부분의 미국 친구들은 주중에는 파트타임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공부할 때에는 꾸밈없이 가장 편안한 복장으로 몰입한다. 교실 복도며, 계단, 잔디밭 등 어디든 개의치 않고 주저앉아 책을 펼친다. 하지만 주말에는 파티 등의 사교 모임에 가서 확실히 놀고, 하루쯤은 온전히 쉬면서 휴식을 취한다. 신시내티 레즈나 벵골스의 게임이 있는 날이면 다운타운으로 가서 한껏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대학 캠퍼스 안에도 풋볼 경기장과 야구 경기장이 있어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환경이다. 2000명이 넘는 외국 학생들과의 문화 교류 동아리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 송금한
    ▲ 송금한
    이곳에서 만난 미국 친구들은 감정 표현이 확실하고 자신의 취향과 특기에 대해 누구보다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야 적성과 진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했던 필자를 돌아보게끔 한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20여 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온 교환 학생들과 함께 경험하는 미국 대학 생활은 한국 대학이 내게 준 여유와 가능성과는 또 다른, 배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