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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딩~" 멋스럽게 낡은 트램 문이 경쾌한 울림과 함께 열린다. 길게 늘어선 가로수 사이엔 중세풍 건물과 현대적 빌딩이 조화를 이룬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호주 제1의 교육도시 멜번에 위치한 '멜번대학' 캠퍼스다.
다문화 국가인 호주의 멜번대에선 3만 5000명의 다국적 학생들이 '글로벌 감성'을 나눈다. 캠퍼스 중앙의 잔디밭이 늘 붐비는 것도 '소통'을 즐기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멜번대는 1853년 설립된 이래 '글로벌 대학'을 표방하며, 세계적인 대학들과 학문 교류를 이어왔다. 호주 8대 명문 연합(Group of Eight) 소속이자, 환태평양대학협회 (APRU) 및 세계대학네트워크(Universitas 21)의 멤버기도 하다. 탄탄한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학생들 사이에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멜번대는 32개국 133개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인재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입학 성적 또한 최상위권에 속해, 호주 내 상위 1% 고교생 중 대부분이 멜번대에 진학한다. 그래선지 여타 호주대학에 비해 학생들의 자부심도 강하다.
그런 만큼 교내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 아닌 장점'도 있다. 문득 '첫 강의실 풍경'이 떠오르는데, 당시 교수님께선 "여러분 주위에 앉은 친구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졸업할 때 모든 친구들이 이 자리에 있진 않을 겁니다"란 말씀을 하셨다. 대학 생활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엄포였던 것 같다. 그러나 교수님께선 격려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다시 한번 주위 친구들을 둘러보세요. 글로벌 무대에서 여러분과 함께 성장할 인생의 동료들입니다." 그 순간, 무언의 열정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늘의 경쟁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진가를 발휘할 '미래의 동료'라는 사실에 벅찬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가득한 멜번대에서 필자는 심리학을 전공 중이다. 신경과학·행동과학 분야의 일류 교수진이 무수한 연구를 이끌며 파격적인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처음엔 '연구 중심' 강의 시스템이 익숙지 않아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심리학을 전공한다면 당연히 상담기법이나 심리상태 유추법을 배울 것이라 기대했으나, 대다수 수업은 '뇌'를 연구하는 것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강의 때 마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뇌의 형상'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진로에 대한 걱정이 앞을 가릴 때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탁월한 커리큘럼'이란 생각이 든다. 뇌와 행동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이해할 때, 보다 과학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 까닭이다.
멜번대 강의 체계의 효율성에도 만족한다. 우리 학교 강의는 대형강의(lecture)와 소규모 토론시간(tutorial)으로 구성된다. 대형강의는 담당교수가 진행하지만, 토론은 해당 과목 석·박사 과정에 있는 조교(tutor)들이 주도한다. 필자는 철학·정치학·사회학 등을 교양과목으로 선택했는데, 전공 외 지식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에 '치열한 토론수업'만큼 훌륭한 과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
고백하건대, 토론수업은 유학생들에겐 고통스런 시간이다. 호주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발표를 생활화해 자기 주장을 전개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래서 토론 때마다 '끼어들 틈 없는' 설전을 펼쳐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멜번대 성적엔 토론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학생들은 철저히 논거를 마련해온다. 이 와중에 유학생인데다 게으르기까지 한 학생들은 경쟁에서 낙오되게 마련이다. 해당 과목 별 '맞춤교재(Reader)'를 철저히 예습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도 '멜번대 표 피드백 시스템'을 100% 활용하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교수진과 튜터들은 기본적인 질문이라도 기꺼이 응해주며, 수없이 질문을 던지는 학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경쟁이 치열한 대학에선 성취감도 배가 되는 법이다. 매번 견디기 힘든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대학생활은 벽에 부딪힐수록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심리학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유학 경험은 분명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이 깨지고 깨우치며, 세계 심리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거듭나고픈 바람이다.
[해외대학은 지금] 토론·연구 중심 수업, 32개국 글로벌 인재가 '소통'하지요
호주 멜번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