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프리즘] 생명과학과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기사입력 2008.09.18 07:03

의전<의학전문대학원> 인기 타고 상위권 학생 몰려… 의생명 기초지식 연마

  • 생명과학과(학부)는 자연계 수험생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다. 기존 생물학과에서 발전된 형태지만 바이오, 유전공학, 분자생물, 세포생물 등 첨단과학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 분야의 학문이다. 대학마다 생명과학과를 만들면서 교수 대부분을 젊은 해외 유학파로 채웠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다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의 등장으로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 2008학년도 의전 합격자를 배출한 학부 중 유독 생명과학(생물학·생명공학), 화학(화공)과 관련된 학부가 많았다. 물론 상위권 학생들의 생명과학부 행(行)을 의전과 관련짓는 것은 무리다. '프리메디(pre-medical program)' 과정과 흡사하지만 생명과학 연구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가 높고 비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생명과학 전공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학과다. 대학마다 첨단기자재와 실험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 이구희 객원기자
    ▲ 생명과학 전공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학과다. 대학마다 첨단기자재와 실험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 이구희 객원기자
    ■의대 커트라인 육박하는 선호도

    고려, 연세 등 일부 대학들은 수시전형에서 전공예약제로 합격한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 생명과학과(학부) 전공으로 따로 뽑진 않는다. 전체계열로 뽑은 뒤 2~3학년 때 전공을 배정받는 식이다.

    고려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기 위해선 생명과학대학의 '생명과학 계열학부'로 지원해야 한다.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에 올라갈 무렵 생명과학, 생명공학, 식품공학, 환경생태공학을 전공으로 택할 수 있다. 연세대는 생명시스템대학의 '생명과학 공학부' 내에 생물학, 생화학, 생명공학 전공이 개설돼 있다.

    '가'군인 연·고대 생명과학 전공은 합격가능 수능 평균등급이 1등급 소수점 앞자리, 백분위 점수는 380점 안팎에 근접해야 합격을 안심할 수 있다고 한다. 자연계열 커트라인으로 보자면, 의대 바로 밑에 위치할 정도로 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한다.

    생명과학 계열에 입학한 고려대 2학년 이명국(21)씨는 "인간생명과 식품, 유전자 연구를 산업계에 응용,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생명과학"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아무래도 화학과 생물학의 비중이 크다. 교수연구실에서 이뤄지는 실험이 많고 '산학연 프로젝트'와 관련이 깊다. 이씨는 "생명과학이 향후 비전과 부가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의대 커트라인 다음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추세"라고 귀띔하며 "식품, 미생물 분야에 대한 기능성 응용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가'군인 이화여대는 생명과학 전공이 자연과학대학 '분자생명과학부' 내에 개설돼 있다. 다른 대학과 달리 3학년에 올라갈 때 생명과학 전공을 택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윤영대(53) 교수는 "학부시절, 본격적인 실험연구를 경험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학기중 주당 20시간의 실험연구, 연구프로젝트 장학생 프로그램, 방학중 실험연구에 의무적으로 참여시켜 전문성을 키워준다"고 설명했다.

    한양대('가'군)는 자연과학부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싶으면 자연과학부 대신 공과대학에 개설된 응용화공생명공학부로 진학해야 한다. '응용…'학부 내에 생명공학, 화공, 분자시스템공학 등 3개 전공이 있기 때문이다. 전공은 2학년 때 결정된다.



    ■대학마다 생명과학 육성

    '나'군의 강자로 꼽히는 서강대 역시 생명과학을 배우려면 자연과학부로 지원해야 한다. 2학년에 올라갈 때 생명과학, 수학, 물리학, 화학 중에서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다. 서강대 입학처 관계자는 "1학년 성적과 상관없이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강대는 생명공학 전공은 없다.

    가천의과대와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중앙대는 '생명과학과'로 바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연·고대와 다르다. 가천의과대는 2009학년도엔 '나'군에서만 20명을 뽑는다. 전형방법은 학생부 40%와 수능 60%다. 황유진(47) 교수는 "2년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선후배와 학문적 고민을 함께 한다. 의전 진학률이 높고 졸업 후 뇌과학연구소, 암·당뇨연구원에 진학해 연구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생물과학과 의전 진학률이 2007년 75%, 지난해 70%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가톨릭대는 '다'군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수능 100%로 13명('가'군에서 2명은 정원외)을 뽑는다. 2008학년도 수능이 외국어·과탐 영역이 1등급내, 언어·수리영역은 2등급 소수점 앞자리에 이를 정도로 상위권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다. 가톨릭대 입학처 관계자는 "가톨릭 의대의 명성이 생명과학과에 대한 기대심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립대는 '가'군에서 수능 100% 전형으로 6명, '나'군에서 일반전형(수능 70%+학생부 30%)으로 11명을 뽑는다. 김하원(53) 교수는 "교수진의 연구분야가 생명유기합성, 분자면역학, 생화학 등 다양하고 각 분야별 교수실험실이 모두 갖춰진 것이 특징이다. 학부생의 실험실 연구참여를 유도, 능력있는 인재를 조기육성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역시 '나'군에서 '생명과학과'로 곧장 지원이 가능하다. 수능 100%로 10명을, 일반선발(학생부 40%+수능 60%)로 10명을 뽑는다. 수능평균 등급(1등급 후반~2등급대)이 높아 '나'군의 대표적인 상위권 학과로 꼽힌다. 백분위 점수도 350점 안팎에 들어야 한다. 중대 관계자는 "국내 유수연구소와 인재양성 및 협동연구 체결을 맺고 연구결과의 실질적인 응용연구를 병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가''나'군으로 분할모집하는 성균관대는 자연과학부 내에 생명과학과 수학, 화학, 물리학을 한 계열로 묶어 뽑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수시 2-1에서 전공예약제 선발 인원을 제외하고 2학년 때 생명과학 전공을 배정받을 수 있다. 올해 '가'군(3.59대1)보다 '나'군(6.69대1) 경쟁률이 더 치열했고 백분위 점수도 10점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반면, 건국대는 '나''다'군에서 뽑는다. '나'군은 수능 100%, '다'군은 학생부 30%와 수능 70%를 반영한다. 건국대는 유독 '생명''생물'과 관련된 학과가 많다. 생명전공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응용분야 전공이 많아 수험생에겐 다소 혼란스럽다. 일단 학부과정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기 위해선 이과대학 자연과학부로 지원해야 한다. 자연과학부 2학년 진학 시 생명과학과 수학, 물리, 화학, 지리학 등으로 전공이 나뉜다. 생명과학 전공 이재석(44) 교수는 "생명현상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는 기초과학적인 특성과 함께 의학, 나노기술, 식량, 에너지, 환경 등을 융합하는 응용과학적인 특성을 함께 지니는 분야"라며 "생명정보(bioinfomatics), 생명공학, 환경생물, 의약학 등에도 필수적인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응용생명 전공으로는 공과대학에 개설된 화학생물공학부, 생명환경과학대학의 응용생물과학부, 특성화학부의 생명공학 전공이 있다. 화학생물공학부의 세부전공은 신소재공학, 화공, 미생물공학 등 3개다. 또 응용생명과학부의 세부전공은 응용생물과학부, 분자생명공학전공 등 2개다. 또 특성화학부는 올해 정원이 40명이었지만 2009학년도에는 60명으로 증원된다.



    ■졸업 후 진로

    생명과학(생물학)은 생명의 다양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물리학과 화학을 기저에 깔고 생화학, 세포학, 유전학, 생리학, 생태학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요즘은 부분에 대한 연구들을 모아 전체를 이해하려는 움직임(통합 생물학·integrative biology)이 활발하다. 학부에서 기초를 닦은 후 대학원에 진학, 생명공학의 학문적·산업적 응용분야에 진출해 연구와 실험을 병행한다. 국공립연구소(식약청, 국립보건원, 소비자보호원 등), 생물공학 관련 민간기업 연구소, 제약회사, 의료기관, 주류 및 식품관련 기업 등에 취업한다.

    또 생명과학부가 '의전 사관학과'로 불릴 정도로 진학률이 높아 오히려 생명과학 기초연구가 방해받고 있다는 역설적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