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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禁男)의 구역인 여대에 남학생이 다닌다?
당혹스러운 일이 펼쳐진 곳은 성신여대 간호대학. 그곳엔 신체 건장한 청년 18명이 재학 중이다. 국립의료원간호대학이 성신여대 간호대학으로 승계됨에 따라 국립의료원 2, 3학년에 다니던 남학생들이 성신여대 캠퍼스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다. 이색적인 학생 구성원들을 비롯해 특색있는 성신여대 간호대학을 만나봤다. -
■국립의료원간호대학과 합병
국립의료원은 1959년 북유럽 3개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선진의료 기술을 보급할 목적으로 설립된 간호대학으로 오랜 전통과 명성을 유지해오다 지난 2007년 3월 성신여대와 합병을 체결했다. 前 국립의료원 총장이자 現 성신여대 간호대학 송지호(59) 학장은 "3년제 단과대학, 국립대학이라는 특성상 외국의 4년제 간호대학과 교류 및 협약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한계성이 있었다"며 "국립의료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때쯤 간호대학을 신설하려는 성신여대와 뜻이 맞아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의료원의 노하우와 성신여대의 추진력이 만나자 다른 대학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운 실험들이 시도됐다. 대개 대학 내 부속된 학과인 여타의 간호학과와 달리 성신여대 간호대학은 처음부터 단과대학으로 출발해 자율성이 높았다는 점도 이를 부추겼다.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해외 간호대학과의 교류,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 변화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
3학년 최성호(22)군은 "합병 이전보다 실습시간이 훨씬 늘어 1000시간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며 "학과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수업 과목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2학년 황희연(20)양은 "과거에 국립의료원은 최고의 명성답게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간호대학이었다"며 "그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기쁘고, 멘토가 되어줄 선배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정명실(50) 학과장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할 것"이라며 "의사 중심, 치료 중심의 일반 병원이 아닌 간호사 중심, 돌봄 중심으로 대표되는 국내 최초의 간호 병원 설립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과정 운영
간호학과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높은 취업률이다. 여기에 성신여대 간호대학은 취업의 질까지 고려했다. 국내 의료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외국의 우수한 대학병원으로까지 진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송 학장은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우수한 한국 인재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랐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간호사의 사회적 위치가 높기 때문에 학생 개인에게도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미국간호사면허 취득과정(NCLEX-RN)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운영했다. 미국에서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학원식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강사진은 간호대학원 박사 및 교수들로 이뤄졌다. 또한 미국 뉴욕시립대 레만대학교와 '미국 간호학사편입과정(RN-BSN)'도 체결해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편입과정은 6개월간의 영어 수업과 1년간의 간호 이론 및 실습 수업으로 구성됐다. 이수한 사람에게는 레만 대학교의 학사 학위는 물론 미국 비자스크린을 면제 받는 것과 1년간 5만8000달러를 받으면서 임상실무연수를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6월 첫 번째 졸업자를 배출했으며 80% 이상이 미국 내 대학병원에 취업했다.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동안 한국 간호인들이 배척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내년부터는 재학생 중 일부를 뽑아 3, 4학년 전체를 레만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정 학과장은 "레만 대학과의 협약은 학사학위 취득과 성공적인 취업을 동시에 보장받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라며 "한국 간호 인재들의 취업 길을 열어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아 국내 최초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관학협력을 체결하고 물질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가능성에 반해 성신여대 간호대학 1기생이 됐다는 2학년 김하나(20)양은 "기회가 된다면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간호사인 어머니의 추천으로 성신여대 간호학과에 입학하게 됐다는 2학년 선보경(20)양은 "국제자격증을 따서 이후에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간호활동을 하고 싶다"며 "나이팅게일 같은 훌륭한 전문 간호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둥지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꾼다
성신여대가 추진중인 제2캠퍼스(운정캠퍼스) 설립에 따라 간호대학은 2012년부터 서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 야구장 부지로 이전한다. 현재의 캠퍼스 내에서는 기자재를 구비하거나 실습 시설을 갖추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학교 내에서도 간호대학의 발전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최고의 간호대학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 이 학과] 성신여대 간호대학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국립의료원 노하우·성신여대 추진력 만났다… 세계로 뻗어나갈 나이팅게일들
간호사 중심·돌봄 중심의 국내 최초 간호병원 설립 계획
미국간호사면허 취득프로그램 운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