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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꽂이를 가르치는 학과가 아니에요."
서울여대 원예조경학 전공 학생들은 기자와 마주하자 손사래부터 쳤다. 전공 이름 때문에 그간 오해를 많이 받았던 것이다. 지인들로부터 '부케를 만들어달라', '꽃 이름을 맞혀보라'는 등 짓궂은 놀림을 당했던 에피소드를 늘어놓았다. 선입견 때문에 학과의 장점이 가려지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4학년 김미라(23)씨는 "단순히 원예장식이나 화훼만을 다루는 학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알면 원예조경학 전공만큼 작지만 알찬 학과가 없다. 순수 취업률이 70%를 웃돈다"고 했다. 게다가 서울여대가 야심 차게 기획한 '특성화 사업단'에 선정돼 앞으로 3년간 지원비를 받게 된다.
◆원예와 조경이 합쳐진 국내 유일무이 학과
1961년 원예학과로 출발, 1990년대 중반 생명환경디자인 전공으로 '개명'했다가 3년 전 원예조경학 전공으로 안착했다. 과거 원예학은 농학 분야에서 중요 위치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조경, 식물생명공학, 생태복원, 환경 생태학 등이 융합된 첨단 학문이다. 신(新) 개척산업인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연구까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원예조경학 전공 류기현(44) 교수는 "환경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고 대기를 정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식물이 떠오르고 있다"며 "원예조경학 전공은 식물을 전방위적으로 다룬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원예조경학 전공은 원예학과와 조경학과가 합쳐진 국내 유일의 학과다. 원예학과와 조경학과의 장점을 더해 학과 스펙트럼을 넓혔다. 3학년 심한결(21)씨는 "전공이 결정되는 2학년 때 원예학과와 조경학과의 기본 수업을 맛보기로 들어보고 원예와 조경 중 자신의 희망에 따라 하나를 택해 심화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농업관련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2학년 이혜진(20)씨는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 취업 진출 분야도 다양하다"며 "농업관련 공사, 조경회사, 검역사, 고등학교 등 선배들이 다양한 곳에 포진해있다"고 설명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원예조경학 전공의 노력은 여러 가지다. 우선 한 달에 한 번씩 취업 세미나를 연다. 현업 실무진을 초청해 살아있는 현장 얘기를 들려준다. 농촌진흥청 최우수 농업연구원상에 빛나는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정복남 박사 등이 다녀갔다. 자격증 취득을 돕는 특강도 연다. 조경기사 자격증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자격증 준비반도 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거나 전문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
까다로운 졸업인증제도 학문의 열기를 불어넣는다. 대학 관계자는 "인턴십과 원예 및 조경연구론 수업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만들어진 인턴십 제도는 재학 중 원예조경학 관련 연구소, 기업체에서 정해진 기간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을 말한다. 인턴 기간 내 활동은 모두 평가돼 학점에 반영된다. 류기현 교수는 "원예 및 조경연구론 수업은 학과와 관련된 주제를 정해 연구 또는 설계 작품을 학생 본인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형식"이라며 "수업 결과물은 고스란히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남는다"고 했다.
4학년 김미라씨는 "교수 1인당 학생의 비율이 1대 8 정도로 낮아 학과수업이 마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같다"며 "대학원생들과의 연계가 많아 힘든 연구는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했다.
실기 수업이 월등히 많은 것도 실무 능력을 높여주려는 의도로 고안됐다. 실험실 연구뿐만 아니라 현장 체험의 비중도 높다. 수경재배, 자생식물 재배를 체험할 수 있는 비닐온실 3곳, 과수원, 2314.06㎡(700평) 규모에 달하는 정원 등이 모두 원예조경학 전공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2학년 임수아(20)씨는 "조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서울여대 캠퍼스가 곧 전공 실험실"이라며 "캠퍼스 곳곳에서 정원 설계, 식물 재배 등 다양한 실험을 한다"고 자랑했다.
이런 노력 덕에 원예조경학 전공의 취업률은 늘 독보적이다. 대학 내에서는 물론 전국 대학 취업률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금보다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더 큰 학과
원예조경학 전공은 올해부터 시작한 서울여대 특성화 사업단에 선정됐다. 대학 자체적으로 유망한 학과를 선정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비를 주는 제도다. 총 33개 전공 및 학과 중 다섯 개를 선발해 한 해 10억 원씩, 3년간 총 3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원예조경학 전공은 영문, 언론 영상, 교육심리, 디자인학부와 함께 뽑혀 3년간 총 6억 원을 지원받는다. 지원액수가 상당한 만큼 경쟁률 또한 치열했다. 뽑힌 이유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교수 논문 실적이 전국에서 최상위에 속한다는 점, 높은 취업률 등을 장점으로 판단했다"며 "잠재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유망한 학과로 지지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류 교수는 "지원비는 실험실 장비 확충, 학생 복지 기금, 장학금 등 학생을 위해 모두 재투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한 해외 대학과의 학술 교류도 협의 중이다. 아시아 내에서 식물연구 분야로 명성이 높은 말레이시아 국립대와의 연계를 추진 중이다. 또한 현재 대학원에서 진행 중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SCRI 식물연구소와의 교류도 문턱을 낮춰 학부생에게 기회를 줄 예정이다.
전공 교수 영입도 계획하고 있다. 류 교수는 "해외 유수 대학 식물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교수를 영입할 것"이라며 "원예조경학 전공은 지금보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큰 학과"라고 강조했다.
[주목! 이 학과] 서울여대 원예조경학 전공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취업률 최상위권… 생태·바이오에너지까지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