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연세대 "2년째 등록금 동결하면 교육質 못높여"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기사입력 2010.01.28 03:13

올해 2.5% 인상… 총학 동의
형편 힘든 학생에 10억 장학금

  • 연세대가 27일 총학생회 동의를 얻어 올해 등록금을 작년보다 2.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연세대 이태영(58) 기획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물가 상승률만 2.8%인데 올해까지 2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면 교육의 질을 높이기가 매우 어렵다"며 "학생들도 학교 발전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세대 정다혜(23) 총학생회장이 기획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정씨는 "정부의 교육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올해 고등교육 예산마저 삭감된 상태에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등록금을 소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학교측과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정부 지원이 부족한 실정에서 대학 등록금을 동결해도 대학원 등록금이나 기성회비가 오르는 경우가 많아 결국 학생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등록금 인상은 대학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지난달 학교와 총학생회 대표가 참여하는 등록금책정위원회를 만들어 한 달 동안 3차례 모임을 갖고 학교와 학생측의 입장을 교환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 인문사회계열의 올해 등록금(2·3학년 기준)은 365만원으로 작년보다 10여만원 오르고, 공학계열 등록금(482만원)도 지난해에 비해 12만원 정도 인상된다. 연세대는 대신 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늘어나는 등록금 40여억원 중 25%에 해당하는 10억원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 기획실장은 "장학금 10억원으로 등록금 내기 어려운 학생 100여명을 지원할 것"이라며 "나머지 30억원도 대부분 강의실·도서관 시설 개선 등에 쓰일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혜택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김모(24·신문방송학과 3년)씨는 "등록금을 두고 다투기만 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학교와 총학생회가 머리를 맞대고 학교와 학생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등록금을 동결했던 서강대 관계자는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물가상승률만큼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해 3% 정도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