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再수강·三수강… 점수 높이는 '학점 재개발' 유행
<특별취재팀>
기사입력 2010.08.04 03:04

점수 후한 계절학기가 기회

  • 입사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은 "스펙(자격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즘 캠퍼스에서는 낮은 성적을 받은 과목 1~2개를 재수강하는 '학점 세탁'은 물론 학점을 전면적으로 개·보수하는 '학점 재개발'까지 이뤄지고 있다. 학점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再)수강, 삼(三)수강까지 불사하는 대학생들도 많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의 계절 학기는 학점 재개발의 호기(好機)다. 보통 계절학기에 개설되는 강의는 절대평가가 많아 일정 점수만 넘으면 비교적 손쉽게 A학점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1학점당 7만원에서 최고 10만원을 내고 3학점짜리 수업 두세 과목을 수강한다.

  • 유럽지역 언어를 전공하는 서울 모 대학 졸업반 S(23)씨는 지난 4년 동안 모두 7개 과목을 재수강했다. 계절학기도 4번에 걸쳐 1과목씩 수강했다. S씨는 지난 2007년 2학기에 C+학점을 받은 '운영관리' 과목을 이번 여름 계절학기에서 재수강해 A+를 받았다. 각각 C+와 Do 학점을 받은 중급○○어 회화와 작문 과목은 지난 1학기 재수강해 A+로 끌어올렸다. F학점 2개와 Do 2개, C+ 3개를 A+ 3개와 B+ 4개로 바꿨다. S씨가 4번의 계절학기마다 3학점씩 모두 12학점을 수강하며 낸 수강료는 85만원이었다.

    인문대에서 경영대로 전과(轉科)를 준비했던 서울대생 K(23·3학년)씨는 학점을 높이기 위해 3차례의 계절학기를 활용했다. K씨는 지금까지 이수한 88학점 중 17학점(19.3%)을 계절학기를 다니면서 채웠다.

    관심분야나 전공과목 여부에 상관없이 과제나 시험 부담이 적고 점수를 잘 주는 '말랑한' 강의에 몰리는 대학생도 부쩍 늘었다. 서울대 학내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www.snulife.com )'의 '강의정보' 코너에는 인문대가 개설한 종교관련 강좌에 대해 '수업이 쉽고 교수가 학점을 후하게 준다'는 평가가 올라와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A+를 받은 수업', '기말고사만 쳐도 A' 같은 글도 보였다. 이 강의는 수강생 30%가 A+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학기 수강신청 때는 시작 5분 만에 수강 정원 200명이 다 찼다.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는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일부 교수들이 좋은 평점을 받기 위해 'A학점을 뿌리는' 행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