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대학생들 "모르는 문제요? 멘토가 있잖아요"
<특별취재팀>
기사입력 2010.07.30 00:50

과외·학원 강의에 길들여져 스터디그룹 활동에 직접초청… 전문가·선배들 노하우 배워

  • 지난 26일 오전 9시 고려대 해송법학도서관 스터디 룸에서 사법시험 2차 준비생 4명이 민사소송법 답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당사자를 확정하는 내용에 대한 50점짜리 케이스 문제를 1시간 동안 풀었다. 답안지를 전달받은 정재우(23·법학과4)씨는 꼼꼼히 훑어본 뒤 "모두 답안지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10점, 15점 등 논점(論點)마다 배정된 점수에 따라 답안 분량을 맞춰야 합니다. 하나 더! 저는 2차 시험을 보면서 잘 번지지 않는 ○○○펜을 사용했어요. 시험장에서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정씨는 이들 4명이 구성한 스터디 그룹의 '멘토(mentor·조언해주는 사람)'다. 지난달 사법시험 2차 시험을 치른 정씨는 동기와 후배들의 부탁을 받고 지난 5일부터 이들의 멘토로 나서게 됐다.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여대생(사진 왼쪽)이 직원으로 부터 게시판에 붙어 있는 스터디 리더들에 대해 소개를 받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여대생(사진 왼쪽)이 직원으로 부터 게시판에 붙어 있는 스터디 리더들에 대해 소개를 받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과 고시는 물론 어려운 과목 수업, 주요 정보를 얻기 위해 혼자 끙끙대지 않는다.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나가는 '먼 길' 대신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선배를 찾아 핵심 노하우를 전수받는 '지름길'을 찾는다. 어려서부터 과외 교사와 학원 강사의 지도에 익숙한 요즘 대학생들에겐 멘토나 '스터디 리더'가 진행하는 스터디 그룹이 대세(大勢)다.

    고시나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에 멘토를 연결시켜 주는 대학도 많다. 멘토 초빙비용도 학교에서 부담한다. 정재우씨는 고려대에서 두 달에 80만원을 받고 스터디그룹 멘토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작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는 멘토의 도움을 받았던 멘티(mentee)였다. 그는 "경험 많은 선배의 지도를 받아 시행착오 없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멘토를 초빙하는 스터디 그룹도 있다. 지난 3월 친구 6명과 취업 스터디를 만든 김태형(25·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학과3)씨는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선배에게 멘토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선배 멘토는 이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대해 꼼꼼히 첨삭(添削) 지도했고, 실제 입사 시험과 똑같은 방식의 모의 면접을 진행한 뒤 평가를 내렸다. 김씨는 "또래 학생들끼리 스터디를 진행하면 잘못된 정보에 휘둘려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며 "멘토 선배에게 수고비로 12만원을 줬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인터넷 게시판과 취업 사이트에서는 '돈 벌면서 토익 리딩 스터디 리더하실 분 찾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회계학 스터디 리더 모십니다' 같은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터디 그룹과 리더를 연결하고 모임공간도 제공하는 전문 '스터디 카페'도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M스터디 카페에서는 토익 스피킹, 심층 토론 면접 등을 준비하는 20여개의 스터디 그룹과 400여명의 학생들이 스터디 리더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학생들은 장소 대여료와 스터디 리더 활동비로 4주에 7만5000원을 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E스터디 카페에도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진호(35) 대표는 "리더가 학생들 출결을 엄격히 관리하고 과제를 체크해 느슨해지기 쉬운 스터디의 중심을 잡아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