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아시아 대학평가] 한국외대·경희대 '국제화' 국내 최고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7 03:09

카이스트·이대가 뒤이어 중앙대·서울시립대도 우수
외국인 교원은 한동대 1등

  • 지난 2월 중앙대 이공계 학과 교수와 교직원 등 8명은 말레이시아의 명문대 '케방산 국립대학'을 방문했다. 중앙대가 이공계 우수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 만든 '이공계 유학생 장학금(CAYSS)'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CAYSS 유학생으로 선발된 외국인 학생은 네 학기 수업료와 월 50만원 이상의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교수진은 이 대학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캄보디아·베트남의 다른 이공계 명문대를 돌며 학생 모집에 열을 올렸다.

    중앙대는 또 동유럽·아프리카 국가의 대학들과의 교류를 시작하기 위해 '퍼스트 타이머(first-timer) 장학금'도 신설했다. 각 국가에서 처음으로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으로 오는 학생에게 기숙사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아시아·영미권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생들을 뽑아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중앙대는 '조선일보·QS 아시아대학평가'의 국제화 지표 중 하나인 '외국인 학생 비율'이 11.1%로, 국내 최상위권(3위)에 올랐다.

    길게는 10년 전, 짧게는 5년 전부터 국제화를 위해 투자해온 대학들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국제화 상위를 휩쓸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 대학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뒤처지는 편이다.

    외국인 교수에 풀 서비스하는 한동대

    경북 포항한동대는 8년 전부터 외국인 교수만을 위한 행정부서인 '국제화 지원계'를 따로 뒀다. 이 부서는 기초적인 비자문제나 출장문제부터, 가정의 가스 요금, 출장 안내, 장 보는 문제까지, 외국인 교수들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돕는다. 자녀가 아플 땐 부서 직원이 병원까지 데려간다.

    한동대 박혜경 기획처장은 "1995년 개교부터 캠퍼스 국제화를 위해 모든 학생이 실무영어를 16학점씩 필수로 듣게 했고 그러다 보니 외국인 교수들을 많이 채용하게 됐다"며 "외국인 교수들이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학생 교육과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동대의 외국인 교원은 전체 교원의 4명 중 1명꼴(26.4%)로, 국내 1위다. 아시아 톱인 홍콩대(55.9%)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아시아 10위권 내에 드는 우수한 수준이다. 10년 안에 외국인 교원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한동대의 목표다.

    포스텍(20.4%), 홍익대(15.2%), 동서대(14.0%) 등도 외국인 교원 비율에서 국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학생 기숙사 짓는 선문대

    충남 아산선문대에선 지금 13층짜리 기숙사 두 동의 건축 작업이 한창이다. 올 9월 완성되는 '외국인 학생 전용 기숙사'다. 1991년 개교 초기부터 '글로벌 캠퍼스'를 목표로 외국인을 유치해온 결과, 현재 선문대에는 전체 학생의 14.2%에 달하는 62개국 출신 1200명이 재학 중이다.

    선문대는 앞으로 전체 학생의 30%까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위해 미리 기숙사를 추가로 건립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인 싱가포르 국립대(38%)·난양공대(35%)·홍콩대(31%)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선문대 김봉태 총장은 "과거 컴퓨터가 전문가의 분야였지만 지금은 일반화된 것처럼, 국제화 역시 대학이 특성화할 분야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 재학생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학생 비율 지표는 경희대(11.7%), 배재대(11.2%), 중앙대(11.1%), 이화여대(10.9%) 등도 좋은 성적을 냈다.

    교환학생 많이 보내는 외대·경희대

    올해 한국외대에 정시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중 성적이 상위 20% 이내 든 학생은 졸업 전에 추가 학비 없이 외국 대학에 1학기간 교환학생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2007년 도입한 '7+1'(7학기는 한국외대에서, 1학기는 외국 대학에서 수학) 제도다. 이 제도로 매년 400~500명의 학생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외국 경험을 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1년간 전체 학생의 11.1%를 외국으로 내보내, 학생의 외국 대학 파견 지표에서 아시아 1위에 올랐다. 국제화 선두인 홍콩대학들보다도 앞서는 수치다.

    국제화 부문에서 한국외대에 이어 국내 2위를 기록한 경희대 역시 교환학생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렸다. 전체 학생의 8.8%에 해당하는 2019명을 외국 대학으로 내보냈고, 외국 대학에서도 1204명을 교환학생으로 데려왔다. 모두 아시아 최상위 수준이다. 교환학생 지표에서는 이화여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연세대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