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은 지금] 프랑스 국립고등산업디자인대학
김귀영 프랑스 국립고등산업디자인대학
기사입력 2010.03.04 03:33

佛산업디자인대학 1~5학년 섞여서 수업… 시너지 효과 대단

  • "아니, 왜?" 소위 말하는 '안전빵'인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로 유학을 결심했다는 말에 대다수의 주변인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패션 혹은 순수학문 쪽이면 모르겠지만, 산업디자인 분야로의 유학은 대부분 영어권 혹은 북유럽 쪽으로 많이 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었다. 아마도 대학시절 여행으로 일주일간 접했던 매력적인 풍경과 흥미로운 언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디자인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로낭 부흘렉, 에르완 부홀렉 형제 디자이너의 본거지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디자인으로 명성을 지닌 영국의 RCA(Royal College of Art) 미국의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이와 견줄 수 있는 프랑스의 ENSCI 국립 산업 디자인대학 (Ecole Nationale Sup�[ieure de cr�[tion industrielle)때문이었다.

    약 2만 피트 아래에서 내려다보이는 에펠탑,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조화를 이루는 오스만 형식의 건물들 속 모더니즘은 세 번째 방문임에도 필자에게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쉽지만은 않았던 언어와 학교 준비로 보낸 1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을날 학교 개강일의 아침은 봄날의 대학 캠퍼스보다 설렌다. 바스티유와 마레 지구 근방에 있는 ENSCI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19세기 초반에 지어진 오스만 형식의 5층짜리 건물이었다. 이곳은 교외에 자리 잡고 있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캠퍼스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마 한국 대학 캠퍼스를 상상하고 온다면 조금 실망일 수 있을 정도로 겉모습은 매우 평범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로비 좌측에는 학생들의 전시가 우측에는 카페테리아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건물은 'ㅁ'자 형태로 돌아가며 크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어 1층에 위치한 나무, 철, 플라스틱 lab실은 그야말로 디자이너가 다루고 익숙해져야 할 소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기계들로 가득했다. 각각의 소재를 다루는 공간을 이곳에서는 les ateliers라고 부르며 5년 동안 각각의 소재에 대해 익숙해지고 자신의 작업을 숙련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디자이너의 놀이터인 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온 프랑스 학생들의 자부심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고등교육을 마치고 쁘레빠(준비학교 1-2년)를 거쳐 필기, 실기 그리고 면접 이렇게 세 번에 거친 꽁꾸르(시험)를 통과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이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ENSCI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곳의 교육 시스템이다. 몇몇의 수업을 제외하고는 학년별로 수업이 나누어져 있지 않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섞여서 각자가 선택한 수업 아래 그룹 혹은 개별 과제가 진행된다. 한 학년당 학생 수도 많지 않아 수업당 최대 인원은 15명 안팎이다.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얻는 시너지 효과도 어마어마하며 교수님과 소통도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2층에는 소재 도서관과 디자인관련 서적으로 가득한 도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소재부터 다양하게 전시 되어있는 material lab실에는 담당교수님과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는 소재에 대해 손쉽게 자문할 수 있으며 도서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디자인도서들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 석사 과정으로 이곳에 오게 돼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갈 만큼 그야말로 이곳은 산업디자인의 전문성을 부각시켜 학교로 만들어 놓은 디자이너들의 오아시스였다.

  • 필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미래 디자이너 혹은 유학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하루가 늦기 전에 도전하라고 권해 주고 싶다. 물론 유학 생활이라는 것이 꿈만 같이 달콤하지 만은 않다. 어느 한순간 얼굴과 언어 심지어 몸짓 하나하나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며 타지에 나와 소수로 생활할 때 겪게 되는 불리한 상황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무에도 그늘이 있고 동전에도 앞뒤가 있듯 그만큼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무게도 함께 있기 마련이다. 유학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발전시키며 중심을 잡고 나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유학생활의 통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