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은 지금] 중국 북경대학교
공덕진 중국 북경대 역사학과 2학년
기사입력 2009.08.27 07:15

학교 곳곳에 남겨진中 대문호 발자취 느껴

  • "북경대학교에 다녀요? 와~좋은 대학에 다니네요"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필자가 북경대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으레 듣는 말이다. 하지만 대화는 바로 여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선 서울대학교가, 일본에선 동경대학교가 제일 좋으니깐 중국에서도 북경대학이 명문대학인 건 안다. 하지만 왜 좋은지 어느 부분이 앞서서 필자가 중국으로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는지에 관해선 묻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국과 중국 간 경제 무역교류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한중수교 17년 이라는 짧은 역사 때문이다. 하여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북경대학교는 중국에서 순위 1위의 학부이자 세계적인 일류 대학이다. 하지만 이제 막 새내기의 티를 벗은 필자의 눈에 비친 북경대학교와 북경대학교 학생들은 이런 거창한 수식어보다 풋풋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일년 전 중국 학생들과 함께한 신입생 환영회를 잊지 못한다. 중국에서 북경대학교에 진학하려면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입학하기 전 북경대학교 학생들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었다. 모두가 공부만 해서 콧대 높고 고지식한 괴짜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환영회에서 처음 접한 08학번 동기들은 도무지 대학생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없이 어려 보였다. 비록 한국대학생들처럼 세련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순박한 모습에서 성실함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중국 친구들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고 느꼈다. 중국 학생들이 유별나게 굴어서가 아니라, 대부분이 필자보다 나이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1학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옷차림이나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커다란 가방을 짊어 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중국친구들을 보면 자극을 받기도 했고, 지성의 기운이 물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국친구들은 유학생들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먼저 다가서기만 하면 금세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필자도 학교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어학과 친구와 '호상(互相·서로 공부도움이 해 주는 것)'하면서 서로 부족한 한국어와 중국어를 도와주고 있다. 중국 친구와 같이 공부하면서 단순히 어학 실력만 향상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중 두 국가의 문화를 소개하고 이해함으로써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다.

  • 백 년이 넘는 긴 역사만큼이나 북경대학교 곳곳에서 중국 근대 교육선구자들과 지도자들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모택동 전 주석이 쓴 북경대학(北京大�U)이라는 현판은 아직도 서문에 달려있다. 모택동 전 주석이 북경대학교 도서관 사서 보조로 있으면서 그의 사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북경대학교와의 인연이 깊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북경대학교 도서관 현판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등소평이 쓴 것이라 한다. 이 밖에도 중국 근대 교육의 선구자 채원배, 진독수 등과 중국의 대문호 노신, 산하제한 정책을 주장한 마인초 교수 등 수 많은 위인들이 북경대학교에 몸 담았었다.

    학구적인 학교 환경도 특징이다. 북경대학교에는 중앙 도서관 외에도 각 학과별로 도서관이 있다. 물론 자습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지만 모든 도서관에는 풍부한 장서들이 소장돼 있다. 역사학과인 관계로 게으른 필자도 고서(古書)를 찾아 학과도서관에 들르는 경우가 있는데 빼곡히 꽂혀 있는 도서관의 고요함에 지식의 바다에 빠지는 듯한 묘한 설렘과 흥분을 느끼곤 한다.

    열정적인 교수님들과 적극적인 학생들이 함께 하는 수업시간 또한 북경대학교의 또 다른 멋진 풍경이다. 한국대학교의 수업방식은 알 수 없지만 북경대학교는 교수와 학생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다.

    수업 후 질문 시간에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학생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교수님의 수업방식을 비판하거나 교수님의 연구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등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한다. 교수님 또한 언짢아 하지 않고 친절히 학생의 의견을 받아준다. 빡빡한 학사 일정과 시험기간만 되면 밀려오는 부담감에 질릴 때도 있지만 오로지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젊음의 열정을 지닌 친구들이 있기에 힘든 공부도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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