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은 지금] 영국 런던대
이형준 런던대 유니버시티 칼리지 동유럽 정치 안보학 석사과정
기사입력 2010.01.14 03:55

여러 칼리지와 연구기관 모여 전문지식 공유 활발

  • 영국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5년이 다 돼간다. 영국 땅을 처음 밟은 때는 2005년 1월 초였다. 고등학교 졸업식도 미루고 간 영국이란 나라는 필자에게 설렘과 두려움을 안겼다.

    유학초기엔 테니스대회로 유명한 윔블던에서 어학원을 다녔다. 외고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영어에 능통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다. 머리 속에 맴도는 말들을 영어문장으로 순발력 있게 전환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어학원 시절엔 영연방 대학에서 보는 영어능력시험 아이엘츠(IELTS)를 준비했다. 영국대학 입학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크게 A-LEVEL(영국 대학수학능력시험)과 Foundation Course(예비대학과정)로 나뉜다. 필자는 2년 걸리는 A-LEVEL 대신 1년짜리 Foundation Course를 수료했다. 아이엘츠는 Foundation Course에 합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험이었다.

  • 영국 런던대 캠퍼스 전경.
    ▲ 영국 런던대 캠퍼스 전경.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하고 싶었기에, 런던대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학 칼리지(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SOAS 이하 소아스)에서 Foundation Course를 이수했다. 필수과목으로는 '유럽사회의 이해'와 '대학영어'를, 선택과목으로 '국제법'과 '정치'를 택했다. 이전에 법 관련 공부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필자에게 국제법은 높고도 높은 산이었다. 특히 라틴어로 쓰인 부분이 많아 공부하기 힘들었지만, 기본 단어들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다. 어휘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고리타분한 국제법에도 재미를 붙였고, 국제해양법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아마도 그 즈음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독도영유권 분쟁이슈' 때문에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데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공부한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됐다. 맑시즘, 자유주의 등 예전에 배웠던 지식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유럽사회의 이해' 시간에는 정치, 역사, 사회 등 다방면에서 유럽이라는 대륙을 총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럽연합(EU)의 확대'가 흥미로웠는데, 개별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범 유럽적 안녕'을 추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Foundation Course를 마치곤 같은 학교인 런던대 소아스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한국에서 런던대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우리나라 4년제 대학 같은 종합대학을 떠올린다. 하지만 런던대는 여러 칼리지와 연구기관의 연합이다. 실제로 런던대에 속하는 칼리지는 무려 19개이며 연구기관도 10개나 된다. 필자가 다녔던 소아스 역시 19개 칼리지 중 하나로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학을 가르치는 곳이다.

    다른 영국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소아스에서는 교양과목을 배우지 않고 1학년 때부터 바로 전공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전공 외 과목을 학년마다 하나쯤은 들을 수 있었다. 내 경우 외고 재학시절 프랑스어가 전공이었던 까닭에, 대학 3년간 프랑스어를 전공 외 과목으로 이수했다.

    런던대 소아스는 영국 내에서도 특이한 학교 중 하나로 꼽힌다. 여타 칼리지에 비해 좌파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주로 '제3세계 국가' 의 관점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보기 때문인 듯싶다. 실제로 소아스 학생회에선 민주적인 학생 운동을 주관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현재 동 대학원에서 동유럽관련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정치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새로운 지역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탐구 대상이 '동유럽'이다. 동유럽은 최근 유럽연합의 확대와 함께 가장 주목 받는 지역이다. 이전에 공부한 적이 없어서 약간 걱정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실패가 기다리고 있어 더욱 더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