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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에 신설될 자유(자율)전공학부에 대한 기대는 어마어마하다. 로스쿨 신설로 생긴 잉여정원을 흡수하기 위해 설치했지만 교육과정이나 커리큘럼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로스쿨 준비학부'라는 오해도 생겨났다. 학생과 진학교사들은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용산고 모 교사는 "대학마다 아무 준비도 없는데 언론이 엉뚱하게 커트라인만 높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수시 2학기 원서접수 결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학생들의 관심이 지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 남윤곤 팀장은 "대학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순조롭게 안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능 예상등급은 기존 문과계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경영학과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여기다 대학마다 자유전공학부 신입생들에게 '특별한' 장학혜택까지 내걸었다. 건국대와 연세대는 장학금 지원, 경희대와 중앙대는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 특전, 서울시립대는 해외대학 복수학위제 혜택 계획을 밝혔다. -
■서울대 자유전공에 대한 엇갈린 시선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하려는 상위권 학생들은 요즘 '극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일부 진학담당 교사들은 서울대가 자유전공학부 교과과정을 설명하면서 '외국어 수학능력', '외국 현지학습 활성화'를 강조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게다가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없다.
김경범 서울대 연구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영역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학문연구를 할 수 있는 탐구력과 자기주도적 심화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을 뽑을 계획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이 우선선발 대상"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일선 고교 진학교사들은 "내신에 비교적 자유로운 외고 국제반 학생이나 서류평가에 유리한 과학고 학생들을 위한 학과가 아니냐", "해외대학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서울대를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해 달라는 신호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드세다. 사실 정시(47명) 보다 수시(110명)로 뽑는 인원이 훨씬 많고 서류평가 성적이 뛰어나면 단계별 전형없이 바로 합격시킨다는 '단서'도 눈에 거슬린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정시 '나''다'군에서 120명(문과 80명, 이과 40명)을 뽑는 건국대 자율전공학부는 4학년 때까지 모든 전공을 선택해 수강하고 이수한 전공학점에 따라 전공학위를 받는 방식이다. 또 2~4학년 때 특정 전공학과를 선택할 수도 있다. 김기흥 교무처장은 "학부장과 진로지도 교수를 통해 우수한 학생들을 특별관리할 생각"이라며 "성적 우수자에 대한 장학금 혜택과 해외 복수학위제, 교환학생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나'군(서울캠퍼스)의 경희대 자율전공학과는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준비과정과 닮아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서울캠퍼스의 자율전공학과에 입학하면 모든 과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지만, '글로벌 리더''글로벌 비즈니스''컨버전스 사이언스' 등의 전공트랙을 고를 수 있다. 정완용 입학처장은 "글로벌 리더는 고위공직자 진출 준비과정으로 국가고시를 안내하고 로스쿨 진학을 위한 다양한 특강이 마련된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MBA와 해외유학 준비과정과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이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컨버전스 사이언스'는 대학 자체 연구인력으로 키우고 의·치·약학전문대학원 진학이 가능하도록 교과과정을 설계할 방침이다.
특히 신입생에게는 해외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 지원, 기숙사 선배정, 해외 자매대학 복수학위 가능 등의 혜택을 내걸었다.
고려대는 법대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입학시 전공을 정하지 않고 3학년 진입시 전공을 선택하고, 전공배정시 학생 희망을 100%(사범대 제외) 수용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서울시립대는 정시 '가'군에서 30명, '나'군에서 33명을 수능 100%로 뽑는다. 시립대 자유전공학부는 엄밀하게 표현해 1학년 과정만 존재한다. 2학년부터 해당학과로 소속되기 때문이다. 2학년에 진급한 뒤 학과별 특성화된 인재육성 트랙을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해 2~4학년 동안 역량개발을 할 수 있다.
전공트랙은 다분히 국가고시와 관련성이 깊다. 이춘우 입학관리본부장은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들이 택할 수 있는 트랙들로는 조세법전문가트랙(세무)을 비롯해 공공부문전문인재(행정), 공인회계사/금융인재(경영), 동북아비즈니스인재(경영), 핵심경영인재(경영), 국제지역전문가(국제관계) 트랙 등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입학생에게는 재학기간 중 해외대학 복수학위제, 해외어학 연수제 등의 우선 선발 혜택이 부여된다.
'가''나'군의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는 이번 수시 2학기 원서접수 결과, 일반학생 전형 평균 경쟁률(39대1) 보다 높은 51대1이었다. 수시에서 50명을 뽑고 '가'군에서 20명, '나'군에서 10명을 선발한다. 내심 합격가능 커트라인이 경영학과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성대 법대의 명성을 자유전공학부가 이을 지에 대해 관심이 가지만 대학측은 "프리 로스쿨 과정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성재호 입학처장은 "로스쿨 진학을 위한 전공준비 과정이 아니라, 미국대학처럼 대학생활을 경험하며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멀티학제로 운영한다. 로스쿨을 준비한다면 개설된 법학강좌를 들으면 된다"고 했다. 전공선택 시기는 2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길다.
'가'군(수시·정시 각 75명 선발)의 연세대는 어느 대학보다 자유전공학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고 인재들을 뽑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김한중 총장은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을 아우르는 '통섭'을 지향, 진정한 학부대학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며 "처음부터 세부전공을 배우기보다 '통섭학문'으로 현실과 교감가능한 인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영세 교수는 "현재 논의 중이지만 각종 장학혜택과 기숙사 우선배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공은 2학년 진학시 택하지만 기존 학생과 다른 별도의 커리큘럼이 제공된다. 김 교수는 "일종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 코스, 기존 학생들보다 훨씬 심화된 '어드벤스 트레이닝'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예컨대 철학교수가 논리학을 가르치게 하고 '고전읽기와 글쓰기'라는 수업을 통해 칸트, 아담스미스, 몽테스키외의 사상을 배운다. 또 '사회쟁점과 토론'에서는 소규모(10~15명) 그룹별로 전임교수가 토론을 이끈다. 심화된 형태의 '고급 영작(英作)시간'도 교과과정에 설계돼 있다.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중앙대 자유전공학부는 수시 2학기 인문계열에서 52명을, 정시에서 81명을 모집한다. "로스쿨을 비롯한 전문대학원 진학을 원하거나 국가고시를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은 사범대, 의대, 예체능 계열학과를 제외하고 모든 분야의 전공을 3학년 때 결정할 수 있다. 기획조정실 김규환 팀장은 "입학생에게는 고시반 입반시 특전부여, 국가고시 대비 별도 프로그램 운영, 해외 교환학생 선발 프로그램 우선권 등 혜택이 주어지지만 학생들에게 학과를 자율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폭을 열어 놓았다. 졸업 후 의학·법학·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2005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운영, 서울캠퍼스에 개설된 전공을 2학년 진학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9학년도부터 사회과학대학 내 정치외교, 행정, 언론정보 등 3개 학부에서만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캠퍼스 자율전공에서 단과대학 자율전공으로 바꾼 셈이다. 홍원표 자유전공학부장은 "다양한 학문분야보다 3개 전공으로 선택 폭을 좁히되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단과대학 자율전공으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중전공제를 도입, 다른 단과대학 전공도 이수할 수 있는 방안을 긍정검토하고 있다. 홍 학부장은 "전공선택은 3학년까지 관심 영역의 학점을 고루 들은 뒤 4학년 올라갈 때쯤 선택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대는 현재 외무고시, 행정고시, 언론고시, 로스쿨 등 각종 고시에 대비한 맞춤강좌 개설을 고심 중이다.
홍익대 자율전공은 수능반영 영역이 언수외탐 중 3개 영역을 고를 수 있어 수험생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능 예상 등급이 1등급 소수점대에 이를 정도로 커트라인이 높고 '가'군 보다 '다'군이 더 치열하다. 2009학년도 서울 캠퍼스에서 '가'군 16명, '다'군 10명, 미대 자율전공은 '나'군에서 50명을 실기고사 없이 선발한다. 조치원 캠퍼스는 '가'군 10명, '다'군 6명이다. 남성우 입학홍보과장은 "전공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아무 전공이나 선택할 수 있지만 건축학부를 전공하려면 '가'군 입학성적 최우수자 3명, '다'군 입학성적 최우수자 2명만 택할 수 있다.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역시 1학년 교과목 이수성적을 고려해 6명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학과 프리즘] 자유(자율)전공학부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영역 제한 없이 자유로운 연구… 수능합격선 경영학과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