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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부)는 건축의 공학적인 기술과 창조적인 설계미학이 가미된 첨단학과로 꼽힌다. 과거 시공, 설비 중심에서 디자인, 설계 중심으로 학과의 방향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건축학부(과)는 5년제로 운영된다. UIA(국제건축가연맹) 기준에 따라 국제공인 건축가가 되기 위해선 5년제 건축교육 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건축공학과는 4년제 과정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건축학은 디자인과 설계, 건축공학은 시공과 설비교육이 중심뼈대다.
건축학과는 입학이 까다롭다. 수도권 주요대학의 합격가능 수능등급이 평균 1~3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 중상위권 대학들도 설계중심으로 건축학과를 특성화시켜 커트라인이 매우 높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능점수에 맞춰 지원하기보다 건축과 설계에 매료된 학생들이 주로 지원한다. 끼가 있고 미적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들이 많다. 밤샘작업을 하기 일쑤인 살인적인 커리큘럼도 감내해야 한다. 건축에 미치지 않고선 버텨내기 힘들다. 국민대 김용성(49) 건축대학장은 "정규수업에 누드 크로키가 들어 있을 정도로 미적 감각을 중시한다"며 "현실과 이상을 건축으로 실현시키는 지난한 작업인 만큼 수능점수를 보고 지원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대
1979년 설립돼 연혁이 30년에 이른다. 설계교육을 대학 전임교수만 아니라 실제 설계실무에 종사하는 건축가들을 교육현장에 직접 투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디자인 디렉터'제를 도입, 각 학년의 설계교육은 물론 전체 학과의 설계방향을 총괄한다. 디자인 디렉터는 설계교육의 선장역할을 한다. 주로 현업에서 경륜을 갖춘 베테랑 건축가가 맡는다.
김동욱(61) 건축학부장은 "경기대 공대 건축학 전공은 설계교육과 함께 건축의 역사교육을 강화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한국건축사, 서양건축사는 물론 근·현대 건축 외에 도시계획에서도 역사성을 강조한 교육이 밀도있게 제공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시아건축사 과목을 신설, 역사교육 폭을 더욱 넓혔다.
학부과정이 건축대학원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대 건축대학원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설계교육만을 위한 특성화 대학원이다. 김 학부장은 "건축대학원은 설계를 학문대상으로 삼기보다 창의적인 디자인 성취에 목적을 두고 실무훈련에 비중을 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건축학과는 대학원 교육과 연계하면서 상호자극과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대
국민대 건축대학은 조형대학 내 건축학과로 있다가 지난 2001년 단과대학으로 독립하면서 5년제로 개편했다. 여느 대학처럼 공과대학에 속하지 않고 조형대학 내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국민대 건축대학의 장점이다. BK21 특화분야(건축·디자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용성 건축대학장은 "동경예대 건축학과는 예술대, 하버드대는 디자인대학원내에 있다"며 "국민대 건축대학은 조형대학에서 독립했지만, 디자인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차별화 됐다"고 강조했다.
건축대학에서는 그림과 회화, 판화 등 미술수업이 이뤄진다. 조각가를 불러 입체조형 과목을 별도 수강, 2차원과 3차원에 대한 공간지식을 촘촘히 다지는 수업이 제공된다. 또 국내최초로 설계교육에 컴퓨터를 도입, 국내외 각종 CAAD(건축디자인을 돕는 컴퓨터·Computer Aided Architectural Design) 공모전에서 많은 수상경험을 쌓았다. 또 국민대에서 가장 높은 취업률(89.1%)을 기록했다는 점이 자랑이다.
■명지대
지난 2002년 국내 처음으로 공과대학에서 건축대학으로 독립했다. 인문학과 예술 분야를 접목시켜 기존 공학교육의 틀을 넘어서려는 시도였다. 지난 2006년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으로부터 서울대, 서울시립대와 함께 정식교육인증을 받아 건축학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건축학 전문학위과정' 부문은 3개 대학 중 최우수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국제적 설계실습을 위해 베네치아, 로마, 뉴욕 등 대학과 설계 스튜디오를 교환해 배운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장성준(62) 건축대학장은 "대학의 정책적 배려에다 거액의 특성화 자금, 의과대학의 임상교육 방법을 '건축도시설계원'에 적용해 건축학도들이 레지던트처럼 실무교육을 받도록 한 점도 명지대 건축대학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설계 스튜디오'도 빼놓을 수 없다. 한 학기에 개설되는 설계 스튜디오가 무려 40개에 이른다. 장 학장은 "40명의 전임 및 외래교수가 40개의 스튜디오를 책임진다. 학기초 지도교수가 주제를 정하면 학생들은 기본적인 설계작업에다 교수의 주제를 적용한 설계실습을 추가해 다양한 설계경험 쌓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2008학년도까지는 건축학부로 모집, 2학년 때 건축학과 건축공학 전공을 택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2009학년도부터 달라진다. 1학년부터 각각 40명씩 별도 선발한다. 건축학 전공은 2002년부터 5년제로 전환했다. 서울대, 명지대와 함께 국내 최초로 'KAAB' 인증을 획득했다. 김소라(39) 건축학부장은 "타대학에 비해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월등히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3~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 국제스튜디오'는 독일의 데트몰트대 등 독일권 대학과 교류하는 교과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립 싱가포르대 건축학부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립대는 특히 아시아 7개 대학 건축관련 학과 연합체인 '아카우(ACAU·아시아건축도시연합 워크숍)'를 주도한다. 해마다 상해 동지대, 홍콩대, 대만 국립성공대, 태국 어셤서대, 국립 말레이대, 국립 싱가포르대 등과 아카우를 번갈아 개최한다. 김 학부장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 방학기간 중 해외 건축사무소에 인턴으로 파견해 국제적 실무교육에도 힘쓰고 있다"며 "모든 프로그램 비용을 학교에서 일정 부분 지원한다"고 했다.
■숭실대
건축학부가 공과대학에 설치돼 있다. 공대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높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건축학 전공, 건축공학 전공, 실내건축 전공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3가지 전공이 분리된 게 아니라 서로 연계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건축설계는 물론 엔지니어링,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섭렵할 수 있다.
서귀숙(50) 건축학부장은 "타대학과 달리 학부제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설계와 구조, 인테리어 디자인 등 3개 전공을 따로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 울타리 안에서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숭실대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3가지 건축분야를 모두 배워 실무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건축학부는 지난해 '숭실취업상'을 수상했다. 서 학부장은 "학생들이 학부시절 건축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을 배워나가 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건축 실무능력 면에서 타대학 건축학부를 능가한다"고 자부했다.
■한양대
전통과 건축학 명성으로 따진다면 국내 최고 대학으로 손꼽힌다. 건축학(5년제)과 건축공학(4년제) 분야 모두 국제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 대학이다. 2000년 대교협 건축전문분야 평가종합 1위의 저력에다 지난 2월 KAAB 인증까지 받았다.
이강업(57) 건축대학장은 "세계 유명 건축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 건축학간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밝혔다. UC 버클리, 프랑스 라빌레트 건축대, 중국 칭화대, 일본 도쿄대, 러시아 모스크바 공대 등 명문대학과 교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한양대 건축학부는 1939년 국내 최초로 4년제 건축교육을 시작한 이래 1만6000명이 넘는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한양 건축'의 맨파워가 건축·건설업계 전반에 퍼져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졸업생들은 건축·실내·도시 설계사무소와 디자인회사, 대기업 기술연구소, 공공기관 건축직 등에 진출한 상태다. 이 학장은 "BK21에 선정된 국내 유일의 건축대학이자 이론과 실제가 겸비된 교육 프로그램 운영으로 글로벌 건축리더의 산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양대 건축학부는 지난 2004년 공대에서 건축대학으로 분리됐으나 내년부터 '제1공과대학'으로 새 출발한다. '엔지니어 사관학교'라는 한양대 공대의 옛 명성을 찾기 위해서다.
■홍익대
건축설계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민국 건축대전을 중심으로 건축문화대상, 공동주택 설계공모전 등 건축 공모전에서 매년 수십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KAAB 인증도 받았다.
김주원(37) 건축학 교수는 "미대 교수들이 학생 12명 당 1명꼴로 미술실기를 가르칠 정도로 건축가에게 필요한 미적 감수성을 중시한다"며 "특히 스튜디오 시스템은 설계, 디자인 교육에 필요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강조했다.
건축학 교과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세계유명 건축디자인 회사와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국제적 디자인 감각과 심화된 실무연계 교육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4~5학년을 대상으로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지에 학생들을 보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인턴십을 학점으로 인정, 교과과정과 밀접한 실무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학기 세계 유명 건축가를 불러 최신 건축담론에 대한 특강이 이뤄지고 건설전문업체와 협력, 산학연계 실무교육도 제공된다. 김 교수는 "홍대 건축대학은 전통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며 "상당수 학생들이 졸업 후 유학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과 프리즘] 건축학과(부) 밤샘작업 일쑤… 건축·설계에 매료된 학생들이 지원해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서울시립대, 아시아의 7개대 건축학과와 교류 명지대, 뉴욕·베네치아대와 설계스튜디오 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