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은 다양한 색채를 지닌 학문이다.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연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행동변화까지 탐색한다. 독심술처럼 인간의 마음을 직관으로 꿰뚫어 보고자 하는 학문이 아니다. 과학적인 연구방법을 통해 다양한 심리유형을 연구한다. 심리학을 철학과 비슷한 학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계량화된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철학과 크게 구별된다.

가톨릭대 심리학 전공 이희경(45) 주임교수는 "심리학을 철학과 비슷한 학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심리학은 실험이나 심리검사, 통계분석 등 과학적 연구방법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심리학 전공 선호도 높아

심리학은 사회발전과 함께 분화돼 왔다. 심리학의 하위영역이 세분화되면서 전공영역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기초심리학'과 '응용심리학'으로 나눈다.

기초심리학은 인간의 생리, 감각, 인지, 성격 등의 기초심리를 다루는 것으로 인지심리학, 지각심리학, 학습심리학, 성격심리학, 생물심리학, 사회심리학, 언어심리학, 발달심리학 등이 포함된다.

응용심리학은 기본적인 심리학적 지식을 사회 여러 분야에 적용한 학문이다. 임상 및 상담심리학, 산업 및 조직심리학, 건강심리학, 소비자 및 광고심리학, 범죄심리학 등이 해당된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심리 및 행동 문제를 분석해 해결하는 영역까지 포함한다.

심리학과(전공)는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20여개 대학에 설치돼 있다. 주로 문과대학과 사회과학대학 내에 설치돼 있다. 상당수 대학이 단과대학에 들어와 1학년 말 때 심리학 전공을 택할 수 있다. 학생들이 심리학 전공을 가장 많이 선호해 경쟁이 치열하다.

이화여대 심리학 전공 이승연(39) 주임교수는 "사람들의 성격, 사고, 행동과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학생이 지원한다"며 "단과대학 내에서도 가장 성적이 높은 학생이 심리학을 전공한다"고 말했다.

◆산업심리, 상담심리, 청소년상담으로 특화

심리학의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응용심리학이 독립된 학과로 개설된 경우도 많다. 광운대와 호서대의 산업심리학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산업심리학은 심리학을 기업, 산업체, 공공기관 등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조직체에 적용하고자 하는 분야다. 대전대의 산업광고심리학과, 선문대의 상담산업심리학과도 비슷한 학과다.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유태용(49) 교수는 "조직 내부의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게 조직 구성원의 인사선발, 배치, 교육·훈련, 수행평가 등 효율적 인적자원관리에 관한 지식과 조직 구성원들의 만족, 작업동기, 리더십, 조직문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상담심리 분야만을 특화시킨 학과도 있다. 조선대 상담심리학부와 광주여대·동신대·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는 심리적 건강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 대한 심리교육, 상담 및 치료, 심리평가, 자문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가르친다.

조선대 상담심리학부 김택호(42) 교수는 "사회가 고도로 복잡해 감에 따라 인간 심리의 문제를 다루는 상담심리 분야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며 "양성과정에서 풍부한 상담실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상담영역을 청소년 성장과 발달에 국한시킨 학과도 있다. 대구한의대·순천향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경기대·중앙대 청소년학과,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등도 유사한 학과다.

대구한의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이채식(39) 교수는 "우리 사회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과 문화, 문제행동 등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지도 및 상담하기 위한 지식, 기술 및 태도를 가르쳐 특화된 청소년전문가로 키운다"고 말했다.

◆졸업 후 진로

심리학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위해서는 학부 공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부 대학은 졸업생의 1/3 이상이 국내외 대학원에 진학한다. 따라서 대학원 경쟁률이 높다. 몇몇 대학은 상담과 임상 전공의 경우 경쟁률이 평균 10대 1을 상회한다.

심리학 전공 학생들은 재학 중 경제학이나 경영학, 광고와 마케팅 분야를 복수(부)전공해 기업현장에 심리학적 배경을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한다. 기업체 인사관리, 연수교육에 관여하거나 직업상담사로 일한다.

또 소비심리 파악을 필요로 하는 마케팅 리서치, 홍보부서, 광고회사로 진출하기도 한다. 임상이나 상담 전공을 살릴 경우 상담교사나 청소년 상담분야에 취업하거나 병원, 사회복지 분야에 진출하기도 한다. 또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상담소를 개업해 상담 전문가로 일한다.

◆가톨릭대 심리학 전공

상담과 임상이 강한 심리학과로 특화돼 있다. 10명의 전공 교수 중 상담전공 교수가 5명, 임상전공 교수가 2명이다. 이론과 실습이 통합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처음 입학하면 심리학개론을 통해 심리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분야를 습득하고 심리학실험과 심리통계를 통해 기본적인 기법을 습득한다. 이후 감각 및 지각심리학, 인지심리학, 생리심리학 등 인간심리의 기본과정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가톨릭대 이희경 주임교수는 "임상, 상담, 발달, 산업심리학의 경우 실습과 견학을 통해 실천직 지식을 체득한다. 대학원 진학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임상심리사 2급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심리학을 전공한 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1년간 수련해야 하지만 가톨릭대는 학부 실습수업을 수련기간으로 인정받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경영대학에 설치됐다가 2년 전 사회과학대학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사회과학대학 1학년 정원 150명 가운데 산업심리학과 학생 정원이 65명으로 가장 많다. 그만큼 산업심리학에 대한 비전과 취업률이 높기 때문이다.

광운대 유태용 교수는 "심리학을 기업이나 공공조직에 응용하는 전문지식을 심층적으로 배우는 학과"라며 "일반적인 심리학 과목에서부터 인지공학 심리학,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 상담심리학 등 응용심리학까지 실습을 통해 실제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산업 및 조직심리사 자격시험이 신설돼 평소 전공과목(인사심리학, 조직심리학, 통계 및 조사방법, 심리검사 및 측정)을 수강하면 자연스럽게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다. 또 꾸준히 공인노무사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대구한의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1995년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개설된 영남권 유일의 청소년학과다. 청소년지도학과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가 2007년 청소년교육상담학과로 명칭이 바뀌었다.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과 문화, 문제행동 등을 과학적으로 이해해 청소년을 직접 지도하고 상담할 수 있는 특화된 청소년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졸업생들은 교육청 수련원,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청소년 문화의 집, 방과후 아카데미 등 청소년 활동이나 상담분야, 사회복지 분야에 진출한다.

대구한의대 이채식 주임교수는 "학과 졸업생 상당수가 청소년 관련 분야로 취업해 순수 취업률이 85.7%(2007년)에 이른다"며 "매년 학과 학술제와 전국 규모의 학술 세미나, 워크숍 등을 개최 청소년 분야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심리학 전공

1949년 사범대학 심리학과로 처음 설립돼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했다. 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부로 소속돼 1학년 말에 심리학 전공을 택할 수 있다. 심리학 전공 재학생 수가 사회과학대에서 가장 많고 2008학년도 2학기 현재 석사학위 과정 100명, 박사학위 과정 14명이 학부생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심리학 전공학생들의 경우 다른 학과를 복수(부)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해 기업현장에 심리학적 배경을 접목시킨다. 또 광고나 홍보 쪽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언론홍보영상학부를 복수전공한다. 이처럼 심리학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화여대 이승연 주임교수는 "2008년도 대학공시제 자료에 따르면 이화여대 심리학 전공학생의 취업률이 62.5%로 고려대, 서울대에 이어 세번째"라며 "여기다 학부 졸업생의 1/3이 국내외 대학원에 진학, 전문적인 심리학 훈련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조선대 상담심리학부

호남지역 상담심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개설됐다. 매년 입학 경쟁률이 7대 1이 육박할 정도다. 조선대 평균 입학경쟁률이 3.8대 1임을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선호도가 높다. 대학내 '상담센터'를 개설, 운영하고 있고 지역내 아동·청소년상담지원센터, 학생생활지원센터, 피해예방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다양한 상담센터와 연계해 학생들의 현장 실습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대 김택호 교수는 "실무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데 타대학과 차이가 있다. 대학원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을 학부과정에서 배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