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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동차의 중심이 기계·금속이었다면, 현재는 전기·전자·반도체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미래 자동차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더욱 그렇지요. 저희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로 지적 받는 전자제어시스템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우명호(55·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 (ACE Lab: Automotive Control and Electronics Laboratory)는 자동차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연구 집단이다. 자동차 전자제어 분야에서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연구기관으로 손꼽힌다. 현대차 등 수많은 기업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을 정도다. -
■우수한 연구 성과로 국내 자동차 기술 한 단계 끌어올려
지난 1993년 선우 교수가 설립한 이 연구소에서는 상용화에 성공한 기술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가장 유명한 연구가 '네트워크 기반 차세대 자동차 전자제어시스템 기술'.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신차 개발에 드는 시간을 20% 이상 줄였고, 자동차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게 됐다. 또한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독점하던 핵심 전자제어 설계기술을 국내 기술로 대체해 로열티 비용을 경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현재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의 제어시스템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
연구소의 역량이 집중된 '네트워크기반 차세대 자동차 전자제어시스템 설계 핵심 기술'은 2008 교육과학기술부 우수 연구성과 50선에 선정됐으며, 선우명호 교수는 지난해 11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산·학·연 국제공동연구 컨소시엄을 구축한 것 역시 이 연구소의 특징이다. 지난 2000년 1월 미국 프리스케일(舊 모토로라) 반도체와 차세대 자동차 전자시스템 개발을 위한 10년 장기공동연구협약을 체결했다. 또 세계적인 자동차관련 연구센터인 UCR(University of California at Riverside)의 자동차환경연구센터(CERT)와 자동차 배기 관련 공동연구 MOU를 체결,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선우 교수는 "연구소의 모든 논문과 프로젝트 발표가 영어로 진행돼 많은 논문들이 해외 저명 학술지 및 세미나에 발표된다"며 "국내외 석학들을 초대해 매년 정기적인 국제 워크숍과 기술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자동차에 열정을 일깨우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형 모형차 설계 경진대회'도 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핵심기술인 내장형 제어시스템 설계 기술을 뽐내는 대회다. 지난 2003년 시작한 이 대회는 현재 국내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설계 경진대회 중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회다. 매년 7월에 열리며 전국에서 수백개의 팀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높다. 오는 7월 18일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제6회 대회가 열려 수개월 동안 학생들이 직접 설계·제작한 미래형 자동차들이 불꽃 튀는 명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학비 전액 지원 등 최고 수준의 대우 받아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는 소수 정예로 구성된다. 한 해에 석사과정 5명, 박사과정 3명만 선발한다. 한양대 등 국내 대학은 물론 일반 기업체 해외 대학생들까지 지원하고 있다. 한양대 기계공학부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에서도 학부 성적이 '톱 5' 안에 들거나 졸업 작품 및 논문으로 수상 실적이 있는 학생들이 지원한다.
기계공학부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재학생 중에는 자동차 분야에 진출할 뜻을 품고 한양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도가 높은 데다 과거 한양대 자동차공학과가 전국 최고로 손꼽혔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양대 자동차 동아리 '레이스(Race)'의 인기도 한 몫 한다. '레이스'는 매년 전국 규모의 모형 자동차 대회를 휩쓸고 있다. 이 동아리에서 활약하다 연구소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석사 과정 2년차인 박영섭(27·기계공학부 졸)씨 역시 학부생 시절 '레이스'에서 활동했다. 박씨는 "한양대에 진학한 데는 동아리가 큰 이유를 차지했다"며 "레이스에서 활동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고,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까지 들어오게 됐다"고 밝혔다.
소수 정예의 연구소인 만큼 특전도 많다. 학생들은 정부(BK21) 및 산업체 산학공동연구 지원으로 학비 전액지원 등 다양한 장학금 혜택과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자재가 구축된 환경에서 연구하고, 연구논문을 세계 유수 학회에서 직접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자주 갖는다.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오승석(26·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졸)씨는 "장학금 혜택 등 지원이나 연구시설이 해외 유명연구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연구소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자랑했다.
석·박사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진로도 밝다.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등의 국내 유수 자동차 산업체는 물론, 현대모비스, 만도, 케피코, 보쉬와 같은 유명 자동차 연구소와 부품 관련 기업에서 '모셔가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연구소를 졸업한 신민석 박사는 세계적인 자동차 설계회사인 영국 리카르도사(社)에 입사했으며 현재 박사과정에 있는 이민광 연구원 역시 리카르도사의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선우 교수는 "졸업한 연구원들은 현대·기아차, 만도 중앙연구소 등 국내 우수 자동차 연구소에서 활약 중"이라며 "기업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으로 각 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 이 학과] 한양대 자동차·전자 제어연구소 "한국 자동차의 미래, 우리 손에 달렸죠"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