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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신기하다"
수원대 IT대학 2층 로비. 대학건물에 난데없이 클래식 선율이 들려온다. 선율에 맞춰 벽에 붙은 조명기구들이 일제히 춤을 춘다. 빨강, 초록, 노란색의 형형색색 조명등 불빛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감탄을 자아내게 한 작품은 정보미디어학과 재학생과 한영석 교수(44)가 지난 학기 내내 작업실에서 씨름한 끝에 만든 것이다.
■실전 프로젝트로 실력 쌓아
수원대 정보미디어학과는 유독 교수와 재학생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일이 흔하다. 전공수업이 시작되는 2학년부터 졸업작품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좋을 경우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는가 하면 교수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도 있다. 시장성이 있는 작품은 사업화도 추진한다. 한영석 교수의 연구에 재학생이 참가해 완성된 '차세대 유비쿼터스 인터넷 주소기술'은 KT 등 국내 대기업과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만큼 사업화가 진척됐다.
3학년 서진봉(24)씨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전공필수에 포함돼 있어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다"며 " '학교 내 인턴십'이라고 불릴 만큼 대학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
■다양한 영역 집중 공부
정보미디어학과는 지난 2002년 IT 대학에 신설된 신생학과다. 첨단 IT 기술에 문화, 예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IT 대학 문승진 학장(50)은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은 MIT의 미디어랩과 같은 해외 유명 대학원에서 오래 전부터 다뤄온 주제였으나 국내에서는 관심도가 높지 않다"며 "학문적으로 융합된 학부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보미디어학과가 다루는 영역은 넓다. IT 분야와 콘텐츠 분야가 결합된 만큼 영상과 음악, 조명, 디자인, 컴퓨터 그래픽 등 다양하다. 마치 신문방송학과, 컴퓨터 관련 전공, 영상학과 등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 같다. 재학생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영상디자인''미래디자인', '디지털 미디어''미디어 아트' 등이 포함된 전공 수업을 들어야 한다. 140학점을 채워야 졸업이 가능하다. 3, 4학년에는 IT분야와 콘텐츠 분야 중 본인의 적성에 따라 한 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도 있다.
임유진 학과장(34)은 "이제는 한 가지만 잘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며 "다 같이 잘 하는 통섭적인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모든 수업은 이론과 실용이 조합돼 있다. 학생들은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만들거나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데, 이때 만들어진 콘텐츠가 이용자의 요구에 부합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시장에서의 반응을 고려해 콘텐츠를 생산한다.
컴퓨터 그래픽과 미술을 좋아한다는 3학년 이영수(22)씨는 "마치 여러 개의 전공을 동시에 이수하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며 "다양한 학문을 접한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다루는 영역이 넓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1학년 박지연(19)양은 "영상과 컴퓨터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 고3 담임선생님이 학과를 추천해줬다"며 "저와 같이 재능이 있고 욕심 많은 학우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3년간 일하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왔다는 3학년 문수민(24)씨는 "일하면서 전문분야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실용적인 수업이 많아서 다시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문의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취업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 2006년 1기생을 배출한 이래 졸업생들은 산업체와 문화현장에서 기술과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국 PD, 영화 CG 전문가, 광고회사, 미디어 아티스트, 웹 마스터, 게임기획 및 개발, 조명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 넓게 포진돼 있다.
정보미디어학과를 이끌어가는 교수진들도 화려하다. 한영석 교수는 인공지능 검색 및 컴퓨터 음악 분야의 전문가다. 국내외 유명 저널에 총 3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으며 관련 분야 국내외 특허 7건을 가지고 있다. 임유진 학과장은 데이터 통신 분야 전문가로 UCLA 박사 후 연구원 및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전문연구원을 거쳤으며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5편을 포함 총 5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게재했다. 손병돈 교수는 멀티미디어 아트 및 영상설치, 영상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로 미국 워싱턴 스퀘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정상연 교수는 영상 디자인 및 실험 애니메이션 분야의 전문가로 영화 '마파도2''바람 피기 좋은 날''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 등에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최첨단 교육환경
정보미디어 학과의 자랑거리 중 벨칸토 아트센터를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IT대학 건물 안에 위치한 벨칸토 아트센터는 1000석 규모의 최첨단 예술 공연장으로 정보미디어학과의 각종 콘텐츠들을 발표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IT 대학 내에 공연장을 가진 곳은 수원대 벨칸토 아트센터가 국내 유일하다. 수원대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조성해주자는 이인수 학원장의 뜻에 따라 역점을 기울여 만들어진 공간"이라며 "각종 전시회, 음악회 등이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3학년 서진봉씨는 "벨칸토 아트센터의 거의 모든 기자재와 시설들은 정보미디어학과 학생들이 노력해 만든 것"이라며 "좋은 장소에서 작업한다며 다른 학과 학생들의 시샘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원대 정보미디어학과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밝다. 문화 콘텐츠 기술(CT) 대학원을 세우려는 계획 등 정보미디어학과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수원대 박태덕(49) 홍보실장은 "문화 콘텐츠 기술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더 심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며 "미대, 음대와의 학술적 교류로 문화 콘텐츠 기술분야에서 특성화된 대학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 이 학과] 수원대 정보미디어학과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인턴십 못지않은 실전 프로젝트로 '프로의 세계'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