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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보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했을 것이다. 여기 그것을 이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용인대 문화재학과 재학생들이다.
용인대 박물관 건물 회화유물 보존처리실. 문화재학과 학생 5명이 문화재를 가지고 화학 처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학기 중에는 강의실을, 방학 중에는 실험실을 떠나지 않는다. 3학년 이문영씨는 "입학한 뒤부터 고고 유물과 동고동락(同苦同樂)을 같이 하고 있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힘든 것도 모른 채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재 분야 최고 학과로 꼽혀
용인대 문화재학과는 문화재에 관한 총망라된 지식을 가르쳐 전문 문화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인 학과다. 지난 1990년대 말에 만들어졌다. 김수기 문화재학과장은 "경제력이 좋아질수록 문화재에 대한 향수는 강해지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문화재 전문가의 수요가 많아질 것을 미리 내다보고 이를 반영해 만들어진 학과"라고 말했다.
용인대에 문화재학과가 만들어질 당시 이사장 및 설립 관계자들은 용인대 내에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재학과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가득 찼었다. 체육계열로만 유명하다는 이미지를 바꾸려는 의도도 있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불러 모은 것은 바로 이 때문. 문화재청장으로 재직 중인 이건무 교수를 비롯해, 전 삼성문화재단 호암문화재보존연구소 책임연구원이었던 김수기 교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역임한 배진달 교수, 국립 경주·광주·공주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출신의 김길식 교수 등이 모였다. 김길식 교수는 "고고학과 역사학 분야의 석학들이 지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며 "문화재 연구분야의 새로운 바람을 넣는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학과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우선 실험을 용이하게 하고자 연구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마다 문화재 관련 특별전을 개최하는 교내 박물관을 비롯해, 고고 유물들을 발굴해 보존 실험하는 고고학 연구실, 회화보존 연구실, 회화 지지 연구실, 문화재 분석실 등이 최고 수준으로 갖춰졌다.
야외 실습도 빼놓을 수 없다. 매 학기 방학마다 장소를 정해 현장 실습을 떠나는데 대부분의 경비를 학교에서 지원한다. 한 장소를 정해 인근 지역의 모든 유물 장소와 문화재를 둘러보는 방식이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전라북도 지역을 돌았다. 매번 현장 실습에 참석했다는 2학년 채미희씨는 "현장 실습을 통해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현장의 감(感)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담당 교수님, 선배들과 더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수기 학과장은 "우리 학과의 가장 큰 강점은 소극적인 이론 수업을 지양하고 현장에서 실제 유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라며 "용인 고림동 원삼굴 발굴을 비롯해 인근 지역의 문화재 발굴은 모두 문화재학과 재학생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학과의 수업은 크게 보존학과 고고미술사학 과정으로 나뉜다. 보존학은 다시 보존과학과 보존기술 과정으로 나뉘며 고고미술사학 과정은 고고학과 미술사학 과정으로 구성된다.보존학에서는 출토유물, 회화유물, 문화재분석 등을 다루며, 고고미술사학 과정에서는 고고학 이론 및 발굴, 조각사, 건축사, 회화사, 공예사 등을 가르친다. 이밖에 문화재를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박물관학, 문화재 관리행정, 보존환경 등에 관한 기본 지식은 공통 과목으로 배운다. 재학생 본인의 관심에 따라 과정을 정해 원하는 수업 위주로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문화재학과는 문화재라는 예술품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예술대학에 속해 있지만 예체능 계열 학생만을 위한 학과는 아니다. 입시 모집 때 실기 전형을 치르지도 않아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학생들이 모두 지원한다. 교차지원이 가능해 늘 경쟁률이 치열하다. 10대 1을 훌쩍 넘는 것은 기본이다. 용인대 내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합격 커트라인이 높다.
취업률 또한 다른 학과에 비해 월등하다. 국립문화재 연구소, 국립박물관, 국립미술관 등에 진출하는 것을 비롯해 공·사립 박물관으로 대거 취업하고 있다. 학부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 보다는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를 마치는 것이 보통이다. 용인대 내에 문화재대학원이 있어 바로 연계가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문화재학과 재학생 중 1/3 정도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이 결정된 4학년 유자영씨는 "학부 수업을 들으면서 좀더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문화재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좀더 깊이 있게 학문 공부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고 유물을 좋아하는 학생이 적합
문화재학과 재학생들은 학창시절에 역사를 좋아했고,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3학년 이문영씨 또한 학창시절 역사와 고고학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지원한 경우다. 이문영씨는 "누구나 고고학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면 경쟁력이 있는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실험실에서 고고 유물들과 씨름하는 시간이 많지만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되겠다는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간다는 생각에 기쁘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2학년 채미희씨는 "대학입시박람회 때 용인대 문화재학과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이거다 싶었다"며 "평소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는데, 문화재에 관해 총망라된 지식을 배운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3학년 손우리씨는 용인대 교직원인 아버지의 추천으로 지원한 경우다. 손씨는 "앞으로 가장 비전이 있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지원했다"며 "수업을 들을수록 흥미가 생겨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문화재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2학년 전상은씨는 고교 국사 선생님의 추천으로 용인대 문화재학과에 들어왔다. 전씨는 "국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선생님께서 앞으로 유망한 학과로 떠오를 것이라며 추천해줬다"며 "지금껏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학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은 새로 들어올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문영씨는 "학과 공부를 하다 보면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관심 못지 않게 적성도 맞는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목 이 학과!] 용인대 문화재학과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경제력 좋아질수록 향수 깊어져… 문화재 전문가 수요 늘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