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학과] 한국외대 통계학과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사입력 2009.07.16 03:27

통계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매력적인 학문

  • #어느 날 아침, 매일 나를 깨우던 알람시계가 울리지 않았다. 시계가 멈춰버린 것이다. 학교에 지각한 나는 선생님께 호된 꾸지람을 듣고, 집에 오는 길에 새 건전지를 샀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벌써 건전지가 닳은 것일까? 시계를 열어보니 늘 쓰던 건전지가 아닌 다른 회사제품이 들어 있다. 다른 회사 건전지의 수명이 더 짧은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평소 늘 쓰던 A회사 건전지와 B회사 건전지의 수명을 비교해 보면 될 것이다. 정확한 수명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각 회사의 모든 건전지의 수명을 일일이 검사해야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이럴 경우에는 각 회사 건전지 중 몇 개를 골라 그 수명을 알아낸 뒤 평균수명을 추측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통계학이란 이처럼 수많은 자료를 효율적으로 정리·요약할 수 있게 한다. 또 과거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내는 학문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는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나올 만큼 방대한 정보가 오간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분석해 과학적인 예측을 내리는 것이 바로 '통계 전문가'의 역할이다. 한국외대 통계학과(구 정보통계학 전공)는 지난 1990년 문을 연 이래, 수많은 통계전문가를 양성해 냈다. 박흥선 교수는 "수많은 자료 속에서 무엇을 분석할 것인지를 빨리 판단하는 통계적 마인드와 뛰어난 통계분석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한국외대 통계학과 박흥선 교수가 학생들에게 시계열 분석 그래프를 설명하고 있다.이경호 기자 ho@chosun.com
    ▲ 한국외대 통계학과 박흥선 교수가 학생들에게 시계열 분석 그래프를 설명하고 있다.이경호 기자 ho@chosun.com
    실습 위주 교육 강화가 장점

    한국외대 통계학과의 가장 큰 특징은 '실습 중심 수업'이다. 과목마다 이론수업과 실습수업, 두 가지를 병행한다. 예를 들어 시계열 전공수업에는 시계열 이론, 시계열 실습 수업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를 위해 최신 설비와 각종 통계 시스템을 갖춘 실습실도 갖췄다. 시험도 이론과 실습을 따로 치른다. 4학년 조성환(24)씨는 "이론수업만으로는 자칫 수박 겉핥기식 공부가 될 수 있는데, 실습으로 배운 내용을 적용해 보면서 확실히 익힐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요즘 특히 힘을 기울이는 부분은 '금융통계' 관련 수업이다. 사회적으로 금융자료 분석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학생들의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회계분석, 금융시계열분석 등 관련 커리큘럼을 확대했다. 조성환씨는 "4학년 1학기에 들은 '금융자료 분석' 수업은 바로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업이다. 통계학을 잘 활용하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를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며 "4년간 배운 통계과목이 접목된 과목이라 매우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분야"라고 했다. 자격증 취득 과목도 개설했다. '사회조사 분석사'와 'SAS Global Certification Program' 자격증 과정을 제공하며 자격증 취득 시 학과에서 지원한다.

    수업은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보다 학생 참여수업이 많은 편이다. 특히 조별로 자료를 분석하고 발표하거나 리포트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3학년 우송제(25)씨는 "분석수업에서 '평소 생활과 학점과의 관계'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하고 결과를 분석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수많은 자료에서 어떤 결과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다른 결과, 미래를 예측해내는 일이 무척 흥미롭다"고 전했다. 또 '외국어대'라는 특성에 맞춰 전공 강의 중 25%는 영어로 진행된다.

    교수와 학생 간 교류도 활발하다. 3학년 2학기가 되면 학생들은 지도교수를 배정 받는다. 지도교수 아래서 1대 1 멘토링을 받으며 논문을 준비하게 된다. 박 교수는 "단순한 논문지도를 넘어 학생들의 진로지도까지 깊이 있게 이뤄진다"며 "교수와 학생 사이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돼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학생들을 위한 진로지도 세미나(Hufsan Portfolio)도 진행된다. 2학년 이지영(20)씨는 "교수님 1명에 학생 5명 가량 소그룹으로 면담이 이뤄진다"며 "앞으로의 진로, 계획이 무엇인지, 그에 따라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수학 좋아하며 다른 학문에도 관심 많은 학생에게 적합

    학부 8학기 중 한 학기를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수학하는 '7+1 교육과정'도 통계학과에 마련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대 등에서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단순한 어학연수가 아니라 전공과목을 수강하며 취득학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학위 간 연계과정인 '5년제 학·석사연계과정'도 운영 중이다. 특히 이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 100%가 희망직종에 취업하는 데 성공해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통계학과의 비전은 매우 밝다. 통계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회 거의 모든 분야로 진출 폭이 넓어졌다. 경제, 경영은 물론 자연과학, 사회과학, 농학, 의학 등 수많은 분야에서 통계학이 이용되고 있다. 한국외대 통계학과 재학생들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학, 경제학, 국제경영학 등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해 이수한다. 3학년 정신애(21)씨는 "좋아하는 수학을 기반으로 하면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려 진학했다"고 했다.

    졸업생들은 정부기관을 비롯해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여론 및 마케팅 조사회사, 신용정보회사,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 등으로 진출한다. 통계학의 학문적 특성 상 고급이론 분석 및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박 교수는 "우리 학과의 박사과정 재학생 및 졸업생이 현재 메리츠증권, 국민은행, 농협, 삼성화재, 보험개발원, 교보자동차보험 등 유수기관에서 고위 간부로 재직 중"이라며 "학부 및 석사 졸업생들의 진로지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통계학은 배우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는 학문이다. 박 교수는 "숫자로 표현되는 정보를 분석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학생이라면 꼭 지원하라"고 권했다. 1학년 박지혜(19)양은 "통계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진학했다"며 "제가 좋아하는 수학을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무척 만족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