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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부터 각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게 됐다. 대입 업무를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7일 '사교육 요소'를 대부분 배제하는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 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런 방침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발표됐던 각 대학의 모집요강이 변경될 것으로 보이며, 많은 수험생들 역시 입시전략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준에 따르면 토익·토플이나 수학경시대회 성적 등 학원에 다닌 학생들에게 유리한 요소들은 전형 주요 요소에서 빠지도록 돼 있다. 또 대학들은 특목고나 해외 고교 졸업자 등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했다.
◆토익·토플은 중요하지 않아
이배용 대교협 회장(이화여대 총장)은 "사교육이 유발될 수 있는 어학시험 성적이나 수상 실적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주요 요소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토익·토플·텝스 등 영어 공인시험, JLPT(일본어 능력시험), HSK(중국어 능력시험) 등의 성적과 수학·물리·과학 등 교과와 관련된 교외 수상 실적은 참고자료로 쓰일 뿐이라는 것이다. 해외 봉사 실적 반영이나 자기소개서·증빙서류를 반드시 영어로 쓰게 하는 것도 사교육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양하도록 했다.
학생에게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지원 자격'도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대학들이 ▲공인 어학시험 성적 ▲특목고나 해외 고교를 나온 학생 ▲교과 관련 올림피아드나 논술대회·음악콩쿠르·미술대회 등 교외 입상 성적 등에 따라 지원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와 잠재력을 본다
대교협 기준은 "각 대학은 건학 이념, 인재상, 모집 단위의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 내용을 구성하되 학생이 학교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는 과정에서 학습·체험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교과 관련 활동 ▲창의적 체험 활동 ▲학교생활 충실도 ▲학습 환경 등 다양한 평가요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 관련 활동으로는 교과 성적, 학년별 성적 추이, 탐구 활동, 교내 수상 실적, 방과 후 학교 활동 등을 볼 수 있다. 창의적 체험 활동은 독서 활동, 진로 탐색,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을, 학교생활 충실도는 공동체 의식, 리더십, 학업 의지, 출결 상황, 교사의 평가, 교우관계 등을 보게 된다.
이런 요소들을 학업 의지, 전공 적합성, 창의성·인성, 학업성취도, 성장잠재력·발전가능성 같은 기준에 따라 서류심사, 면접, 토론 등의 방식으로 평가하게 된다.
◆그래도 남아있는 사교육 요소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 발표에 대해 '일단 수험생이 학교생활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보았다. 특히 내신 성적을 충실히 관리하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과 관련 대회에 도전해볼 것을 권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입학사정관 입장에선 창의력이나 잠재력 같은 것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교과와 관련된 정량적인 부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 남는 것은 교내 대회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신과 수능 성적이 주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이 개입할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한 포트폴리오 작성, 독서 등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올해(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118개 4년제 대학이 모두 3만7628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해, 선발비율은 작년 6.5%에서 9.9%로 높아졌다.
"토익성적·경시대회 큰 힘 못쓴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대교협, '입학사정관제' 관련 사교육 배제 대책
영어 자기소개서 강요나 해외봉사 반영 못할 듯… 내신·교내수상 비중 커져
"사교육 영향 남아" 분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