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이런 학생 뽑았다] 대학입학 '키'는 나만의 '끼'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기사입력 2010.04.08 02:53

서울시립대편

  • 서울시립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185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수시에서 '포텐셜마니아' 전형, 정시에서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및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 등으로 뽑았다. 특히 포텐셜마니아 전형은 교과 성적뿐 아니라 잠재력과 마니아적 소질을 가진 학생들을 모집했다.

    국어국문학과 이대웅

    이대웅(한국애니메이션고 졸)군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인정받아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이군은 중학교 때 전교 10등 내외로 좋은 성적이었다. 지역의 명문고를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영화제작을 좀 더 일찍 접하고 싶어 일부러 애니고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컸어요. 한달 동안 설득했죠.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이루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드렸어요. 결국 부모님도 제 결정을 믿고, 지원을 해주셨어요."

    애니고는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과, 영상연출과, 컴퓨터게임과 등이 있다. 이군은 영상연출과에 지원했다. 고교시절 동안 단편영화 5편을 직접 연출했다. 첫 작품은 고1 여름방학 때 캠코더로 찍은 '기분좋은 날'이라는 작품이었다. 7분 가량 분량의 단편영화로 밴드에 관심이 많았던 평범한 고교생이 역경을 이겨내고 밴드대회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각본, 감독을 맡아서 찍었어요. 친구와 가족은 물론 제 스스로도 엑스트라가 돼 출연했죠. 3개월 내내 준비하고, 찍고, 편집했어요. 편집을 제대로 배운적이 없어서, 시간이 꽤 많이 걸렸죠. 원래 기숙사에는 컴퓨터를 들고가면 안되지만, 사감 몰래 노트북이 아니라 데스크톱을 들고 밤샘 편집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예요. 사실 수업시간에 졸기도 했지만, 기분만큼은 뿌듯하고 좋았어요."

    고2 겨울방학 때는 '반장매뉴얼'이라는 5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찍었다. 반장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가 반장매뉴얼에 따라서 준비하지만, 정작 반장은 다른 아이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군의 단편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기분좋은 날'은 청소년영상페스티벌 별빛작품상, '반장매뉴얼'은 한국청소년영상제 최우수상을 받았다. 영화 관련 학과에 지원할만 하지만 정작 대입에서는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했다. 단순히 영화기법을 배우기 보다는, 국어국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로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영화내용, 각본, 시나리오의 깊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어국문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습니다. 사실 입학사정관들도 국어국문학을 기초로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제 의지를 좋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경영학부 김민선

    포텐셜마니아 전형으로 경영학부에 합격한 김민선(서울여상 졸)양의 경력은 이채롭다. 2009년 2월 특성화고인 서울여상을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생명에 입사, 계약직이 아닌 정규 사무직으로 1년간 근무했다. 회사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좀 더 자기발전을 위해 과감히 퇴직하고 대학을 선택했다. 원래 김양은 중학교 시절, 일부러 특성화고를 지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졸업후 대학을 가든, 취업을 하든 특성화고가 가장 유리한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단, 금융전문인이 되겠다는 꿈 때문에 금융정보과를 선택했다. 고교시설 성적은 항상 전교 5등안에 들었다. 고2 때는 전교 1등을 하기도 했다. 학원은 전혀 다니지 않았다. 학교수업에만 충실했다. 특히, 학교의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으로 여러가지 자격증에 도전했다.

  •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박동녘, 김민선, 이대웅(왼쪽부터). /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박동녘, 김민선, 이대웅(왼쪽부터). /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학교 차원에서 자격증 취득에 많은 지원을 해주셨어요. 책값부터 수강료, 접수비까지 지원해줬죠. 학교 수업만 듣고, 별다른 공부를 안했어도 여러가지 자격증을 딸 수 있었어요. 증권투자상담사, 전산회계, 컴퓨터활용능력, 워드자격증, 무역영어 등 고교시절 동안 11개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고2 때 대학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뉠 때 취업반을 선택했어요. 고2 때 자격증을 많이 땄어요. 두 달만에 5~6개의 자격증을 따기도 했죠."

    높은 내신성적과 다양한 자격증 등으로 고3 겨울방학 때 삼성생명에 취직, 주임으로 1년간 일했다. 그러나 배움에 대한 갈망은 어쩔 수 없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회사일은 잘하게 되지만, 자기계발에는 소홀히 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그러다 서울시립대의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알게 됐어요. 제 인생에 있어 좋은 기회라 여기고 곧바로 지원했죠. 실제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 때문에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CPA등 더 많은 자격증을 따고, 영어실력을 높여서 CEO 자산컨설팅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박동녘

    박동녘(서울 중앙고 졸)군은 음악 속에 있는 과학적 원리를 도출하는 논문을 작성하는 등 과학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포텐셜마니아 전형으로 합격했다.

    박군은 전자기타와 드럼, 무에타이, 마술, 핸드폰 튜닝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소리변환장치(이펙터)를 직접 만들고, 컴퓨터 음파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음악을 편집하거나 작곡하기도 했다.

    "중2 때 전자기타 소리를 변환하는 장치인 이펙터를 직접 만들었어요. 용돈을 모아서 인터넷으로 전자부품을 주문하고, 설계도를 찾았죠. 철 케이스를 사서 드릴로 뚫고, 인두로 납땜도 했어요. 내가 사용할 도구를 직접 만든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어요."

    중학교 때 서울교육청 영재교육원을 다녔다. 중3 때 영재교육원 졸업논문으로 음악과 프랙탈의 상호변환에 대한 연구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고교 진학 후에는 이 논문을 발전시켜 '프랙탈 구조의 자연을 통한 음악작곡과 지역민요의 비밀' '파형으로 본 우리나라 지리와 지역민요의 연계' 등의 논문을 써 2년 연속 서울시 과학전람회 물리분야에서 특상을 수상했다.

    "좋은 음악은 사람의 뇌파를 편안하게 만들어줘요. 이런 음악들의 특징이 프랙탈의 형태를 띄는 것이죠. 그렇다면 프랙탈의 형태를 음악으로 바꾸면 좋은 음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후 산 모양을 음악으로 만들어 보는 등 자연속 여러가지 프랙탈 형태로 음악화해봤어요."

    각종 논문과 과학활동 때문에 고1 때보다 고3 때 성적이 더 떨어졌다. 그러나 과학동아리 등 과학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든지 열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많이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우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