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이런 학생 뽑았다] 성균관대편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기사입력 2010.03.04 03:35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자신의 목표 향해 도전"

  • 성균관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모두 626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다. 전형별 모집인원은 자기추천 20명, 리더십특기자 80명, 글로벌리더 230명, 과학인재 191명, 동양학인재 30명, 나라사랑 20명, 사회봉사 5명, 예체능특기자 50명 등이었다.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제 합격생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노력과 열정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입학사정관제로 성균관대에 합격한 김주안, 안주영, 이슬.(왼쪽부터) / 이경민 객원기자
    ▲ 입학사정관제로 성균관대에 합격한 김주안, 안주영, 이슬.(왼쪽부터) / 이경민 객원기자
    사회과학계열 안주영

    리더십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안주영(일산 정발고 졸)양은 어릴 때부터 영어공부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 때문이었다. 결국 고1 때 미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 1년간 미국 콜로라도주의 샌드크릭 고교를 다녔다.

    "삼성, LG 등은 알지만 정작 한국이라는 국가를 모르는 아이들도 있었죠. 한국인으로서 책임감도 들고,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제 스스로가 민간외교관이라 생각했죠. 일부러 마칭밴드 등 동아리에도 가입해서 현지 학생들과 어울렸어요. 나중에는 영어는 물론 성적도 올라 '이 달의 학생'에 선정되기도 했죠."

    귀국후 안양은 학교에 복학하자마자 2학기 반장이 됐다.

    먼저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서 복도와 교실, 칠판 등을 청소했다. 하루 이틀 한 것이 아니었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아침마다 청소를 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던 반 친구들도 나중에는 같이 나와서 청소를 해줬어요. 반 분위기도 확 달라졌죠. 다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수업을 듣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물론 반 성적도 학년 가운데 돋보이게 올랐어요."

    2학년 1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고양 열린 청소년 쉼터를 찾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이런 활동들로 유관순횃불상을 받기도 했다.

    "리더십은 앞에서 카리스마 있게 구성원들을 이끄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고 이를 꾸준히 보여주는 것도 다른 의미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남을 도와주고 뒷받침해주는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공학계열 김주안

    김주안(대전 우송고 졸)군은 발명과 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도전하고 노력한 점을 입학사정관들로부터 인정받아 자기추천자 전형으로 합격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제20회 말레이시아 국제발명 전시회 동상, 제7회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제22회 대한민국 학생 발명 전시회 금상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런 성과들로 최근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화려한 성과를 올린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 글라이더를 만들면서 발명에 흥미를 느꼈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각종 발명대회에 참가했어요. 매년 거의 3차례씩은 각종 대회에 나간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어떤 대회에서도 입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무려 5년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오기가 생겼죠."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고2 여름방학 때 한 전국대회에서 1차 통과를 하게 됐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단단지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대형문구센터에서 목재를 사와 업그레이드된 완구를 만들었다. 결국 2차 대회에서 교과부 대상을 탔다.

    발명에 열중했기 때문에 내신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발명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자정까지 공부를 하고 나서, 새벽 3시까지 톱질을 해가며 발명품을 만들기도 했다.

    "남보다 공부는 뒤처질지 몰라도 스스로 즐겁고, 이것만큼은 꼭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깨닫고 미리미리 준비한다면 대학 3~4학년이 돼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앞서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자연과학계열 이슬

    리더십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이슬(제주중앙여고)양은 역경을 극복하는 강한 의지와 학업에 대한 열의 때문에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전원의 동의로 전형 1단계를 통과했다.

    이양은 처음부터 공부를 장하는 우등생은 아니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성격도 소심했고, 공부에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러던 중 공부에 빠지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초등 4학년 때였어요.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그동안은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공부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더 열심히 공부했죠. 그렇게 2달 가량 지났는데 제 성적이 전교 1등이 나온거예요. 30점이던 점수가 90점이 넘게 나왔어요. 이 때 공부의 재미를 알게됐어요. '나에게도 재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공부라는 목표가 생겼죠."

    그 때부터 이양은 항상 전교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공부는 학교수업에 '올인'했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전교 1~10등 내외일 정도였다.

    공부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고1 때 우연히 알게 된 1급 지체아들을 위한 '창암재활원'에 방학 때마다 봉사활동을 갔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들을 씻기고, 이를 닦아주고, 밥을 먹였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매월 1만원씩 장기기증센터에 후원하고 있다. 역경을 당당히 이겨낸 모습에 최근 대한민국 인재상까지 수상했다.

    "높은 장벽이 세워져 있으면 '도전'이라는 망치가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지레 포기하고 맙니다. 저도 두려워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제 앞의 장애물을 깨뜨렸고, 앞으로도 깨뜨려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