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이런 학생 뽑았다_ ②이화여대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기사입력 2010.02.11 06:56

"올인하는 열정에서 우리의 잠재력 봤대요"

  • 이화여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모두 660명을 선발했다. 모집전형은 특수재능우수자, 고교추천, 미래과학자, 이화글로벌인재 전형 등이었다.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의 경우 내신성적이 부족하더라도 다양한 활동 실적이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이 선발됐다.

    분자생명과학부 합격한 정다미(특수재능우수자 전형)

    정다미(일산대진고)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조류탐사활동을 꾸준히 한 점을 인정받아 최종합격했다. 정양은 국내에 서식하는 거의 모든 조류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다. 해외 서식 조류를 포함해 300여종이 넘는 조류를 울음소리나 깃털모양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정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독수리가 농약 때문에 죽은 기러기를 먹고 죽었다는 글을 본 뒤 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모든 생활에서 새를 공부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 됐다"고 말했다.

    초등 5학년 때 구입한 깃털도감은 너덜너덜해질 만큼 보고 또 봤다. 아마추어탐조동호인협회에도 최연소 회원으로 가입했다. 새를 좀 더 가까이 관찰하고 싶어 집 뒷마당에 옹달샘을 만들고 모이를 줘 새들이 오도록 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카메라로 새를 찍어 자료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만든 새 관찰일기가 30권이 넘는다. 고3 때는 수리부엉이가 쥐 등을 먹고 뼈 처럼 소화가 안 되는 부분을 토해낸 '팰릿'에 대해 연구, 과학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새에 관한 한 남다른 재능을 가졌지만,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좋지 않았다.

    "고3 때도 매 주말마다 새를 관찰하러 다녔어요. 수능을 100일 앞두고서는 사실 많이 불안했죠. 성적도 나쁜데 과연 내가 제대로 대학은 갈 수 있을까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 때마저도 새를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새를 보러 나갔어요. 아마 이런 열정 때문에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것 같습니다."

    정양은 앞으로 조류생태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새들의 생태를 좀 더 많이 연구하고, 새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조류생태학자가 되고 싶어요. 한 분야를 적당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미칠 정도로 좋아하고 꾸준히 열정을 갖고 파고든다면 반드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화여대에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방이현, 서설원, 정다미양(왼쪽부터). / 이경민 객원기자
    ▲ 이화여대에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방이현, 서설원, 정다미양(왼쪽부터). / 이경민 객원기자
    과학교육과 합격한 서설원(고교추천 전형)

    서설원(미림여고)양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사교육의 도움 없이 고교과정을 우수하게 이수하고, 각종 교내 행사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인 점이 높게 평가됐다.

    서양은 중1 때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어 학급회장 선거에 나갔다가 회장으로 당선됐다. 서양은 "친구들이 부족한 저를 믿어줘 회장이 됐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회장을 맡으며, 급우들을 이끌었다.

    특히 서양은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학교에 '올인'했다. 서양은 "학교 내에서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많다.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무조건 학교만 믿고 따랐다"고 했다.

    고1 때 연극부에 가입해 한달에 한번씩 연극활동을 했고, 여름방학이 지나서는 토론동아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토론을 벌였다. 또 과학우수학생 실험반에 들어 고2 때까지 토요일마다 과학활동을 했다. 고2부터 고3때까지는 교외봉사단 활동에 참여했다.

    "특별활동은 주로 주말에 이뤄지기 때문에 공부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주변의 염려를 덜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죠. 그랬더니 고 1때는 전교 30등이던 성적이 2학년 때는 10등, 고3 때는 3등으로 계속 올랐어요."

    한국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도 출전했다. 사설 경시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학교 공부에만 충실했지만 동상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전 성적이 특출나지도 않고, 봉사를 몇 백시간 한 것도 아니예요. 그렇다고 해서 수상경력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모든 일을 찾아서 하고, 학교에 올인했다는 점을 입학사정관들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아요."

    수리물리과학부 합격한 방이현(미래과학자 전형)

    방이현(근영여고)양은 직접 카메라를 제작하는 등 과학분야에서 다양한 활동과 실적을 보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방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렌즈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렌즈로 빛이 모아지는 현상이 너무 신기했어요. 누구나 어릴 때 해본 적 있는 렌즈로 개미 태우기 등을 하면서 렌즈놀이에 재미를 붙였죠. 또 렌즈도 오목렌즈, 볼록렌즈 등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에 점차 렌즈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어요."

    중학교 때 전북대 과학영재교육원을 다니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창의발명반에 들어갔다. 창의발명반에서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렌즈로 직접 카메라를 만들기로 했다.'최초의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주제로 다양한 형태의 카메라교구를 만들었다.

    "옵스큐라는 커다란 암실에 렌즈를 이용해 사물의 상을 맺히게 하고 그 곳에서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도록 돕는 기구로 카메라의 원리와 비슷해요. 이것을 완구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고1 말부터 준비해서 고2 때 전북발명대회에 출전, 은상을 받았어요."

    옵스큐라 교구로 은상을 받았지만, 정작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렌즈를 여러개 끼우고, 줌기능을 넣고, 페트병이나 정수기 물통 등 폐품을 재활용해 새로운 옵스큐라를 만들었다. 고3 때 업그레이드된 옵스큐라로 출품한 전북발명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고3이 됐다고 해서 특별활동을 그치고 공부를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열심히 특별활동을 한 점을 입학사정관들로부터 좋게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점점 나아가는 자세가 더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