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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인체 해부 모형을 보세요. 콩팥 단면은 피질, 수질, 신우로 구성돼 있는데 피질은 혈관이 많이 분포돼 암적갈색을 띠죠." 지난 16일 오후 3시 염광여자메디텍고(서울시 노원구 소재) 의료실습실.
25명의 여학생들이 최신식 의료장비와 의학 인테리어 속에 마치 의과대학 전공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 1학년 필수 과목인 인체생리학 과목으로, 배설기관에 관한 수업이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의료분야 전문 인력 양성하는 특성화고
염광여자메디텍고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부·중소기업청으로부터 특성화 전문계고로 지정받고,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수도권 최초의 의료분야 특성화고다. 염광여자정보교육고에서 전환돼 올해 첫 신입생을 받았다. 21세기에 걸맞게 단순히 의료에 한정 짓지 않고 의료와 IT를 접목해 교육을 펼친다는 목표로 메디텍(Meditect)이라 이름지었다.
전충용 교장은 "노령인구가 증가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현 시점에서 의료분야야말로 변치 않을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의료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여간의 전환 과정은 지난했다. 재직 교사들이 의료분야에 관한 연수를 수시로 받았고, 수업 커리큘럼을 새로 짜는 수고로운 과정이 이어졌다. 교장을 비롯해 임원들은 의료기관들과 산학협력을 맺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전 교장은 "의대 및 간호대 교수들과 의료기관의 전문 인력들이 교재 개발에 참여하고 특강을 맡기로 확답을 받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김정운 교사는 "저를 비롯해 대다수의 교사들이 대학에서 의료관련 과목을 수강하고 연세대 의공학 센터에서 실무인력 양성을 위한 트레이닝을 새로 받았어요. 연수를 받으면서 의료분야의 높은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지요. 일일이 중학교를 찾아가 신입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학교를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노력으로 첫 신입생을 성공적으로 모집했다.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 성적을 조사한 결과 평균 39.7%로 학교 변환 이전보다 학생들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 신입생들은 대개 의료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온 경우다.
평소 의료분야를 꿈꾸던 중 메디텍고가 생긴다는 정보를 듣고 자발적으로 지원했다는 1학년 김문정양은 "대학에서 방사능을 전공해 인정받는 의료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취업과 진학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교육 과정은 학년별로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1학년 때는 국민공통교과목과 함께 인체생리학과 병원코디네이터 수업을 필수로 듣는다. 기초 지식을 익힌 뒤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과를 정해 전공수업을 듣는다.
현재 개설된 학과는 의료시스템과와 의료정보과, 의료디자인과, 관악예술과 등 총 4개 학과다. 김 교사는 "제각각 특색 있는 수업 커리큘럼으로 병원실무처리사, 간호사, 의료코디네이터 등 의료실무진을 양성하는 교육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3학년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실무교육과 함께 실습이 주를 이룬다. 현재 중소 병원 10여 곳과 산학협력을 맺어 방과후 실무 실습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전 교장은 "커리큘럼은 크게 대학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눠서 본인의 희망과 능력에 따라 맞춤형으로 할 예정이에요. 대학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은 수능과 내신에 힘써 의학계열로의 진학을 도울 것이며 취업반 학생들은 졸업 후 현장 투입할 수 있도록 실무교육을 할 예정이에요."
해외 대학과의 MOU도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호주 시드니에 소재한 가톨릭유니버시티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방학기간 중 어학연수와 함께 일정 자격 이상 학생에게 입학 혜택을 주기로 했다.
외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위해 집중적인 영어 수업을 하는 유학반을 운영 중이다. 1학년 이상화양은 "해외에서 한국인 간호사들이 인정받아 수요가 많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호주에서 국제적인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전 교장은 "올해 첫 신입생을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수의 종합병원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해 교육과정을 참관하고 지방에 사는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입학문의가 이어지는 등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며 밝게 웃었다.
[염광여자메디텍고] 수도권 최초 의료 특성화고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간호사 등 전문인력 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