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물귀신 부모에게 호소한다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4.07.16 14:24
  • 박재원의 독설ㅣ물귀신 부모에게 호소한다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한 독일 엄마는 자기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 시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실 그녀의 아이들은 매일 두 시간씩 밖에 나가 놀고 있었다. 이는 또래 미국 아이들보다 17배나 긴 시간이었다.’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크리스틴 그로스-노·부키출판사)이라는 책의 한 대목이다. 미국과 독일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왜 그럴까? 이유를 알고 싶다면 책을 보면 된다. 책은 ‘미국·핀란드·독일·중국·일본·한국을 오가며 4남매를 키운 한국계 미국인 엄마와 유대인 아빠’가 썼다.

    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필자가 진행하는 학부모 교육과정을 이수한 수강생 부모들이 매월 독서모임을 통해 진정한 부모력과 가족력을 기르는 자리다. 특히 모임의 회장을 맡은 어머님은 일취월장과 괄목상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한 부모로 성장하신 분인데, 그날은 이전에 밝았던 표정이 희미해져 있었다. 역시 사연이 있었다.

    “서울 잠실에 사는데, 아이 유치원은 대치동으로 보내요. 아이와 충분히 소통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 위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요. 그런데 최근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부모님들 등쌀에 견딜 수가 없어요. 그렇게 공부를 시키지 않고 아이를 방치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럴 거면 대치동 유치원에 왜 보내느냐고 추궁하네요. 그 바람에 교육을 통해 어렵게 다진 부모 역할의 기본이 다시 흔들리면서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됐습니다. 제가 정말 부모 노릇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자신감을 잃었어요!”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는 것을 소위 독일 방식이라고 한다면, 부모의 판단에 따라 아이를 관리하는 방식을 미국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엄마가 독일 엄마 괴롭히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미국보다 17배나 긴 시간을 밖에서 뛰어놀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엄마를,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더 시키지 못해 안달하는 부모가 야단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非)정상일까? 정상이 비정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자리를 빼앗기는 일들을 흔히 목격한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정상적인 부모가, 자신의 욕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아이를 사육하는 비정상적인 부모에게 ‘정상의 자리’를 빼앗긴 지 오래다. 하지만 정상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비정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게 ‘사교육 더 일찍·더 많이·더 빨리 시키기’ 경쟁에 나선 부모 대부분이 겪게 될 운명을 보여주는 메일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머리 좋고 우수한 아이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바람에 다 망쳐놓은 것은 아닌가 많이 자책하고 있습니다.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제발 간절히 부탁한다. 당신 아이만 망쳐라. 선량한 부모까지 괴롭혀 다른 아이까지 망치지 마라. 물론 당신도 불안하니까,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부모를 당신 편으로 끌어 들어야 할 것 같은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물귀신처럼 남의 가정까지 파괴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6개국을 오가며 4남매를 키운 부모의 조언을 통해 진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우리가 무엇을 왜 하는지 밝혀내는 데는, 우리를 다른 문화의 관점에서 겸손하게 바라보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중에서)

    당신은 왜 그렇게 아이를 키우고 있나?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나? 그렇게 하면 아이는 어떻게 되고, 당신의 삶과 가정은 어떻게 되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선택했는가?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한 세상에서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던지고 싶은 나의 질문이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어떤 책들은 맛보기 용이고 어떤 책들은 삼키기 용이며 몇몇 책들은 씹고 소화시키기 용이다. 즉, 어떤 책들은 일부만 읽으면 되고 어떤 책들은 다 읽되 호기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몇몇 책들은 완전하고 충실하고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Some books are to be read only in parts, others to beread, but not curiously, and some few to be read wholly, and with diligence andattention)

    -영국 철학가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