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65세 만학도의 꿈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4.05.15 10:26
  • 리얼취재후기 | 65세 만학도의 꿈 (김지혜 소년조선일보 기자)

    꿈이 있는 사람의 눈빛은 다릅니다. 열정과 생기로 가득 차 투명하게 반짝이죠. 지난 3월 말, 강원 양양에서 만난 상평초 1학년 ‘만학도’ 할머니 조선심(65세) 씨의 눈빛도 그러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이제야 학교 문턱을 밟아봐요잉. 모든 게 처음이라 재미지요잉.”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학교생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드러내더군요.

    8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1학년 교실. 덩치 큰 파마머리 할머니 조 씨는 아이들과 곧잘 어울렸습니다. 준비물도 나눠주고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주는 ‘보조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하시더군요. “처음엔 좀 이상했다”던 아이들도 이제는 “좋은 친구”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조 씨의 학구열을 엿볼 수 있었던 건 한글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돋보기를 꺼내 쓴 그는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 위에 한글 자음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적어내려 갔습니다. 획순이 헷갈리는지 선생님한테 수차례 물어보며 복습하더군요.
    입학 전, 조 씨는 같은 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손녀에게 ‘특강’을 받았다고 합니다. “손녀가 야물딱지게 한글과 수학을 가르쳐줬어라잉.” 학교 다니랴, 집안일 하랴, 숙제하랴 하루하루가 정신없지만 그는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대학원까지 진학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배움의 기쁨’을요. 입시에 치여 기계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그 기쁨을 일깨워줘야 하는 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요?



    자녀 교육서에서 뽑은 이 한 문장

    아이의 말이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면 온실 속의 화초가 되고, 반대로 지나친 억압 속에서 자란 아이는 야산에서 막 자란 볼품없는 나무가 되고 만다. 행복, 즐거움, 기쁨, 사랑을 만끽하면서 자라게 하되, 부정적인 감정 또한 다스리게 해야 아이가 아름다운 거목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 (p192)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들’ (박미진 글, 아주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