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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독설ㅣ통계의 함정과 아이의 미래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막 중학교 3학년이 된 학생과 학부모를 마주 보며 진학 상담을 했습니다. 우선 진로와의 연계 필요성을 확인했더니 전공을 희망하는 학과나 직업이 유동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차 목표인 대학입시를 기준으로 희망 대학 합격에 유리한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에 성공한 다음, 대학 진학에는 실패한 사례를 너무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경우,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특목고나 자사고 합격도 가능했습니다. 부모와 아이 모두 자사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반고 진학을 권했습니다. 학생의 공부 특성과 태도, 습관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정시와 수시 모두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격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단판 승부인 수능보다 실전 변수가 덜 작용하는 논술 쪽이 유리해 보였습니다.
공부 태도가 긍정적이고 습관이 안정된 상태이기에 학교 진도를 중심으로 논술 준비를 차근차근 확실하게 하는 방법(학교 진도를 활용한 학생부ㆍ수능ㆍ논술 통합학습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같은 학습법을 안정적으로 구사하려면 자율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 스트레스가 덜한 일반고가 훨씬 유리합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 중 일반고 출신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통계는 전체적인 분포를 설명할 따름입니다. 전체와 개인은 분명히 다릅니다. 학생의 공부 개성을 분석했을 때 통계상 불리하지만 개인에게는 유리한 선택이 따로 있을 수 있습니다. 2009년부터 2013년 서울과 경기 소재 외고 12개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 현황 통계를 보면 전체 졸업생 2만1065명 중 4년제 지방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 20.4%(4292명)에 이릅니다. 자발적인 미진학자도 포함된 숫자이기에 모두가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율임은 틀림없습니다.
잔뜩 긴장했던 학생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습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는 여유 있게 보내면서 진로 탐색을 보다 진지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에너지 충전 차원에서라도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에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부모! 통계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아이에게 맞는 선택을 하면, 객관적인 통계에선 불리하지만 주관적인 성공 확률에선 유리하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한 것 같은데.... 바로 하나뿐인 내 아이를 ‘대세’로 몰고 갔을 때 실패할 확률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모들의 위협에 아이들이 궁지로 몰리는 현실, 정말 안타깝습니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나는 밤에만 꿈꾸는 게 아니라 온종일 꿈을 꾼다.
(I don’t dream at night, I dream all day, I dream for a living)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68세)
[오늘의 에듀레터] 통계의 함정과 아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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