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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취재후기ㅣ걷기만 해도 한국사 공부가 된다고?(김재현 소년조선 역.사 탐험대 기자)
최근 취재 차 ‘세상 단 하나뿐인 역사책’을 읽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대신 발걸음을 옮기며 감상하는 ‘서울 한양도성’이 그것입니다. 서울 한양도성은 무려 514년간 조선의 심장부인 한양을 지킨 성곽입니다. 오랜 세월을 버틴 만큼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조선의 역사와 근대사가 도성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이 ‘특별한 역사책’의 총페이지 수는 18km 남짓입니다. 구성은 △숭례문~창의문 △창의문~혜화문 △혜화문~광화문 △광화문~숭례문 구간 등 4부로 이뤄집니다. 특히 그중 1부인 ‘숭례문~창의문’ 구간이 인상적입니다. ‘한국 근대사’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 시대를 오롯이 그려냅니다.
첫 장은 숭례문 근처 소의문 터에서 시작합니다. 서울 한양도성 사소문 중 하나인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도시 정비 명목으로 완전히 철거해 버렸습니다. 가슴 아픈 근대사는 계속됩니다. 정동길 구간엔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장소인 덕수궁 중명전과 19세기 말 나약했던 조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러시아 공사관의 흔적이 존재합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인근에선 일제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돈의문과 백범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흉탄에 맞아 서거한 장소인 경교장을 만나게 됩니다.
두발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 보니, 어떤 역사책보다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얻었습니다. 현장에서 습득한 역사적 지식은 교과서보다 더 자세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지식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오는 2017년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됩니다. 올해 고교 1년생부터 적용됩니다. 제도 변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학생들은 요즘 학원가로 몰려든다고 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두 눈으로 역사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대신, 두 발로 거닐며 세월이 집필한 특별한 역사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경험지식이 쌓이는 건 물론, 아마 우리의 역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겁니다.
자녀 교육서에서 뽑은 이 한 문장
권력자에게 무릎을 꿇는다면 비난받을지 모르지만, 자녀와 대화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은 분명히 존경받을 일입니다. (p58)
-‘사춘기 쇼크’(이창욱 글, 맛있는책)
[오늘의 에듀레터] 걷기만 해도 한국사 공부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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