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가련한 학부모들!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4.01.09 09:39
  • 박재원의 독설ㅣ가련한 학부모들!(박재원 아름다움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얼마 전 교육개발원 종단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사교육 여부가 1년 뒤 성적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것이다. 국어는 특히 사교육 시간(주당)이나 비용(월평균) 모두 성적 향상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주당 독서시간은 국어 성적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관련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봤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넘어서 의도적인 조작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독서가 역시 중요하다는 반응이 있을 법한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사교육에 대한 맹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라는 우리 사회의 가슴 아픈 단면을 드러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연구결과조차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사교육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 주도 사교육의 폐해는 끔찍할 정도다.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려고 하지 않고 부모의 정보력에만 의존해 사교육을 선택한다면 원하는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도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나면 아이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 투자한 만큼 성적이 올라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부모 마음에 조급증이 나타나고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도 똬리를 튼다. 결국 잦은 갈등을 인해 유발되는 스트레스는 사교육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아이가 느끼는 필요성이 아니라 부모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일방적으로 사교육을 시킨다면 아이들은 부모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곤 한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학원에 다녀왔으니까 더는 건드리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곤 한다. 결국 부모는 가정교육이 필요한 가치관과 인성, 생활태도에 개입할 여지를 점점 잃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사교육을 맹신하는 부모를 가련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조언해도 ‘내 돈 내가 쓰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나도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 결정했으니 신경 쓰지 마라!’, ‘남들 다 시키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느냐'는 식으로 대응한다. 비싼 사교육비를 지불한 대가로 아이가 망가지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학부모들을 생각하니 어찌 가련하지 않은가.

    자녀 교육서에서 뽑은 이 한 문장
    아이의 친구들은 아이의 현재 모습을 비출 뿐만 아니라 미래 모습까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아이가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엄마가 알아야 한다. (p83)

    -‘엄마라서 실수한다’(예담, 민성원 글)